[윤지관] 박근혜 정부의 사학정책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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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3-05-06 15:45 조회19,01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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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한 거리두기를 시도하고 있기는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권이 확보해놓은 기득권 구조의 토대 위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고등교육 부분에서 전 정권의 유산은 크게 두 가지며 둘 다 사학문제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
하나는 관선이사체제로 운영되던 분규사학들에 구재단을 복귀시킨 일이다. 대통령 자신이 당사자이기도 한 영남대에서부터 전국의 대표적 분규사학 10여 곳에 구재단의 실질적인 지배권이 수립되었다. 극심한 분규 끝에 전횡이나 비리를 저지른 구재단을 퇴출시키고 안정을 찾았던 대학들에 다시 과거의 구조가 복원된 것이다. 이는 비단 해당대학만이 아니라 사학일반에서 대학의 소유권 개념이 강화되었음을 말해준다.
다른 하나는 신자유주의적 방향에서 추진된 대학의 구조조정이다. 학령인구의 감소로 불가피한 면이 있으나, 전 정권은 이를 대학사이의 경쟁을 통한 도태라는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하였다. 취업률 등을 기준으로 삼는 이 평가제 때문에 대학들은 교육의 본령보다 지표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다. 장기적인 교육수요에 무관하게 사학설립을 마구잡이로 허용한 정책적 실패에 대한 책임을 교수 학생 등 대학구성원에게 전가하는 셈이다.
이 두가지 유업은 각각 달리 추진되어 왔으나 실은 상호 긴밀하게 맺어져 있다. 역시 전체 대학의 80%에 이르는 사립들이 구조조정의 대상이기 때문에 앞으로 대학교육의 현장이 생존경쟁의 혼란에 휩쓸릴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지배적이다. 바로 이 상황에서 사학들에는 소유권을 내세우는 기득권 세력이 득세하게 된 것이다. 즉 불행하게도 고질적인 사학문제를 유발시켜온 당사자들이 이 구조조정의 칼자루를 쥐게 되었다.
향후 5년간 보수정권 아래서 대학교육에는 커다란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현실이 한편으로는 한국 대학의 구조를 개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 위기국면에서 고등교육의 체제를 올바로 개편하여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 그것이 집권세력이 해야 할 일이다. 실제로 현 정부도 무너진 공교육을 살려내는 것을 정책목표로 설정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고등교육 부문의 경우 전 정권에서 구축된 기득권 구조 및 강화된 사학권력을 그냥 두고 이 목적이 관철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부실대학 정리든 대학 간의 통폐합 과정에서든 중요한 것은 교육의 이념이나 현장이 훼손되지 않아야 하고 그것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교육주체들과의 소통이다. 그러나 보수정권이 재창출된 이후 사학들에서 민주적인 논의분위기는 현저히 후퇴하고 있다. 고질적인 사학비리의 근원인 지배구조를 공공적인 방향으로 전환하여 한국 고등교육을 한단계 도약시켜야 할 국면임에도 오히려 대학 내에서 사학권력과 구성원 사이의 모순은 심화된다. 현재는 표면 아래 가라앉아서 분규로 나타나는 사례가 적고 여기저기 연기를 내는 정도이지만 사학내부의 갈등이 앞으로의 구조조정 국면에서 활화산처럼 폭발할 가능성은 더 커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이 파국을 피하려면 대학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사학우위의 대학편성을 국공립 위주로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하고, 전 정권이 밀어붙이기 식으로 강화시켜놓은 사학권력의 지배권을 약화시켜나가야 한다. 그러나 현 정부가 이 방향을 취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데 비극이 있다.
윤지관 (사학문제해결을 위한 연구회 회장, 덕성여대 교수)
(한국대학신문, 2013.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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