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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선] 한국 교육 희망의 싹, 혁신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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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3-05-13 14:46 조회19,80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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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청소년 9명 가운데 1명은 자살을 생각해봤고, 그 가장 큰 원인은 성적 및 진학문제(39.2%)였다.’ ‘우리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5년 연속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꼴찌다.’ 통계청과 방정환재단이 최근 발표한 조사 결과는 우리 청소년들이 처한 교육 현실의 참담한 증언이다. 학교생활에 만족한다는 답이 2000년에 비해 소폭 증가(41.7→44.6%)하고, 주관적 행복지수도 2010년 65.1에서 72.54로 개선됐다는 정도가 그나마 위로거리다. 하지만 교육환경의 획기적 변화 없이는 아이들 삶의 질의 근본적 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은 더욱 분명해졌다.

다행스러운 것은 새 정부가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해결방안 모색에 부심하고 있는 점이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지난 3일 역대 교육부 장관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우리 교육이 치열한 경쟁으로 큰 성과를 거뒀지만, 학생·교사·학부모 개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누구 하나 행복하지 않았다고 솔직하게 인정하고 이제 아이들의 꿈과 끼를 기르는 행복교육을 목표로 삼겠다고 했다. 서 장관의 문제의식이나, 입시 중심의 잘못된 경쟁에서 벗어나 학생 개개인의 적성과 소질을 키우는 교육을 하겠다는 목표는 올바르다.


문제는 학생, 교사, 학부모 등 교육 세 주체의 고통을 줄이고 행복도를 높이면서 사회 전체의 총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일이다. 교육부는 중학교 자유학기제, 협력학습형 학습방식 도입, 학습과정 평가 반영, 일제고사 개선, 진로교사 배치,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등을 방안으로 내놨다. 모두 오랫동안 교육계에서 요구해 왔던 것으로 제대로 실천만 한다면 상당히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 교육 3주체의 행복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혁신교육을 애써 외면한 것이다. 이른바 진보 교육감의 성과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뜻이라면 속좁은 태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취임 이후 2009년 13개교로 시작한 혁신학교는 이제 전국 456곳으로 늘어났다. 혁신학교 근처 집값·전셋값이 들썩이고 위장전입까지 문제가 될 정도로 학부모들의 기대가 크다. 혁신학교의 인기는 경기도 교육청이 실시한 교육만족도 조사나 학교행복지수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혁신초등학교 학생·학부모·교사의 교육만족도(5점 기준)는 2009년 각각 3.27, 3.74, 3.47이던 것이 2012년에는 4.28, 4.17, 4.60으로 높아졌다. 중등학교는 2009년 각각 2.34, 2.27, 2.75에서 2012년 3.59, 3.75, 4.26으로 상승했다. 학교행복지수 조사에서는 혁신학교 구성원이 일반학교 구성원보다 일관되게 행복도가 높게 나타났다. 학업성취도에서도 2년 이상 혁신학교로 지정된 학교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일반학교에 비해 급격히 감소하는 성과를 냈다. 김성천 경기교육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런 성과가 학생자치의 활성화, 배움 중심의 수업문화, 교사들의 헌신성, 교육과정의 특성화 등과 연관된 것 같다고 지적한다.


물론 혁신교육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 갈 길도 멀다. 하지만 한국 교육에 새로운 희망의 싹을 틔운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위로부터 강제된 개혁이 아니라 교사의 자발성에 기초함으로써 학교를 돌봄과 배움의 공동체로 복원하려는 교사들의 의욕에 불을 지폈다. 경기도에서만 500개가 넘는 교사 학습동아리가 결성된 게 그 방증이다. 누가 처음 씨를 뿌렸든 교육공동체의 행복을 증진할 교육의 싹이 텄다면 거름을 주고 북돋워 잘 자라도록 하는 게 우리 사회를 위한 길이다. 역대 교육부 장관 회동에서 많은 전직 장관들이 국가교육위원회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같은 뜻일 터이다. 교육 수장의 경험을 통해, 좌우를 막론한 다양한 주체가 우리 사회의 장기적 전망과 그에 부합하는 교육목표에 합의하고, 그렇게 합의한 목표는 특정 정권이나 정파를 초월해 일관되게 추진해야 교육이 진정 국가 백년대계로 설 수 있다는 깨달음에 이른 것이다. 교육이야말로 진보 보수를 넘어 사회 전체를 보듬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권태선 편집인
(한겨레, 2013.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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