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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렬]원자력과 재생에너지 양립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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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3-05-30 16:33 조회3,10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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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뉴스 칼럼 / 이필렬] 지난 4월 15일 독일에서 마지막 원자력 발전소 3개가 폐쇄됐다. 이로써 60여년에 걸친 독일의 원자력발전이 막을 내렸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에너지전환 진영과 원자력 진영 사이의 긴 싸움이 에너지전환 진영의 최종 승리로 끝난 것이다. 원자력 진영은 마지막까지 패배를 늦춰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독일의 에너지 수급상황이 나빠지고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을 이유로 남은 원전 3개의 가동기간을 적어도 1년 연장할 것을 요구했고, 이미 폐쇄된 원전을 되살려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 국민도 절반 이상이 이들의 주장에 동조했다. 그러나 독일 정부는 2022년 12월 31일로 계획돼 있던 폐쇄 시점을 3.5개월 연장하는 결정을 내려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이날 마침내 원자력발전 폐기를 완수했다.
2000년 경에 내려진 독일의 원자력발전 폐기 결정은 독일의 전력 지형을 크게 바꾸어놓았다. 전체 전력생산의 30%에 달하던 원자력발전의 비중이 22년 후인 2022년에는 6%로 감소했고, 반면에 재생가능 에너지의 비중은 6.2%에서 46.5%로 크게 증가했다. 또한 가스화력의 비중이 증가했고, 석탄·갈탄화력의 비중은 그에 발맞추어 감소했다. 2000년에 제로에 가까웠던 태양광 전기 생산량은 2022년에는 10.5%로 증가했고, 이로 인해 전기요금도 크게 상승했다. 2000년 명목가격으로 kWh에 15센트(약 200원) 정도였던 가정용 전기요금은 2021년 32.6센트(약 450원)로 올라갔다. 산업용 요금은 2000년 4.4센트에서 20년 후인 2020년에는 11.84센트로 상승했다.
전기가격이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갔지만, 이로 인해 독일 가정이나 산업체가 타격을 입지는 않았던 것 같다. 요금 상승에 대해 눈에 띌 만한 저항도 없었고, 수입 대비 에너지 요금 지출의 비중도 20년 후인 2020년에도 6% 정도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1인당 가정용 전기 사용량은 조금 줄었고, 산업체의 전력 생산성은 20% 이상 높아졌다.
독일의 원자력발전 폐기와 에너지전환 노력이 주는 중요한 시사점은 원자력발전과 재생가능 에너지, 특히 태양광과 풍력의 확대가 양립하기 어렵다는 점일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재생가능 에너지를 크게 확대해야 하지만 그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므로 원자력이 교량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독일의 사례는 오히려 그와 반대라는 것을 보여준다. 독일에서는 원자력이 교량 역할을 하는 가운데 재생가능 에너지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원자력이 지속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태양광이나 풍력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독일과 달리 원자력발전 폐기 결정을 번복한 스웨덴의 경우는 원자력발전이 재생가능 에너지의 확대를 어렵게 만든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 20년에 걸쳐 재생가능 에너지 비중은 20% 정도 증가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만일 스웨덴에서 원자력발전 폐기를 번복하지 않았다면 풍력발전은 지금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했을 것이다.
독일에서는 원자력 진영이 완전히 패배했지만 한국의 원자력 진영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확고한 승리를 거두었다. 그 결과 수명이 다한 원자력발전소의 계속 운전과 새로운 원전 건설 계획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제10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2030년 원자력의 전력생산 비중은 9차에 비해 25%에서 32.8%로 크게 증가한다. 반면 재생가능 에너지의 비중은 21.5%로 거의 변화가 없다. 원자력이 늘어나는 대신 석탄화력의 비중은 상당히 줄어든다. 그만큼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어들어 2030 감축 목표는 달성하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다.
2030년 재생가능 에너지의 전력 비중 21.5% 달성 계획은 현재의 6% 정도에 비추어볼 때 대단히 야심찬 것이다.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주로 태양광과 풍력으로 채울 수밖에 없는데, 원자력을 크게 확대하는 가운데 그 비중을 함께 늘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24시간 가동되는 원자력이 늘어나면 변동성이 심한 태양광이나 풍력 전기의 생산량이 통제될 수밖에 없고, 이는 이들 발전시설의 수익성을 떨어뜨려 건설을 억제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제주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진정으로 기후위기를 걱정하고 에너지전환을 원한다면 독일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한국의 경우 원자력발전의 확대는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의 달성에 방해만 될 뿐이다.
이필렬 한국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교수이투뉴스 2023년 5월 1일http://www.e2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53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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