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교수노조, 한발 한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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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3-07-06 12:22 조회3,15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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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의 노동조합 결성이 합법화된 이후의 현실 앞에서 깊은 한숨이 나오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교수들의 노조 결성은 법에 따라 대학별로도 가능하게 되어 있어, 큰 대학들은 대부분 개별 노조를 결성하고 해당 학교 노조원들의 이익과 관심사에만 힘을 쏟고 있다.
한국처럼 대학 서열구조가 심한 나라에서 이처럼 상위권의 큰 대학 교수들이 개별 노조에 가입하여 개별적 이익만 추구할 때 나라 전체의 교수집단이 공공성에 입각한 대학개혁과 고등교육 발전의 한목소리를 내는 일에 큰 지장을 받게 된다. 여건이 좋은 대학의 교수일수록 자기성찰을 통해 ‘대학자치, 교육혁명, 우리학문’이라는 전국교수노조의 슬로건에 합류해야 마땅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학 80% 이상이 사립대…노·정교섭 ‘사립대’ 문제도 다뤄야
이에 못지않게 큰 어려움은 국공립대와 사립대의 격차이다. 한국은 전체 대학교육의 80% 이상을 사립대가 감당하고 있어 세계적으로 일본을 제외하면 이처럼 사학의 비중이 높은 나라를 찾을 수 없다. 한국과 일본은 사학 비중이 다같이 높더라도 일본 정부의 사립대학 지원이 한국보다 훨씬 탄탄하며, 무엇보다도 한국에 만연한 뿌리 깊은 사학비리를 일본에서는 찾기가 어렵다는 질적인 차이가 있다.
사립대의 비중이 큰 문제는 전국교수노조가 교육부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하는 일에서도 장애를 일으키고 있다. 전국교수노조와 교육부 사이의 단체교섭, 소위 노·정교섭은 우리 고등교육정책의 방향을 잡고 교수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큰 의미를 지니는 사업이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까지 교육부의 입장은 사립대를 제외한 국공립대만이 노·정교섭의 대상이라는 것이며, 사립대는 교육부가 아닌 각 대학 법인이사회가 단체교섭 상대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교육부가 사립대에 대해서 정원 통제, 등록금 동결 등 교섭 대상이 되는 사실상의 사용주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국공립대와 사립대를 포괄하는 전국교수노조가 교육부를 상대로 노·정교섭을 할 때 사립대 문제를 다루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의 단결력이 이를 확실하게 강제하는 데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20년 가까이 실질적 의미의 노사정 협의체를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낙후한 현실과도 직결되어 있다.
게다가,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엄청난 속도의 학령인구 급감은 거품이 많은 한국 대학을 위기로 몰아넣은 지 이미 오래다. 이러다 보니 교수노조 합법화에 기대를 걸었던 교수들이 단체행동권도 없는 노조활동을 통해 얻어낼 것이 과연 있을까 하는 낙담에 빠질 법하다. 자기 자신의 합당한 처우 개선과 교권 보호는 말할 것도 없고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을 위한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중차대한 문제에서도 진전을 이루는 것이 너무 힘들다는 지친 목소리가 나오게 마련이다.
교수노조 활동의 성과들
그러나 아직껏 단체행동권도 없고 능력과 경험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여러 대학에서 성과들이 나오고 있다. 몇 가지만 예를 들어보자. 몇몇 대학에서 1인 내지 2인의 조합 간부에 대해 책임시수 감면을 받는 성과가 있었고, A 대학은 신임 교원에 대해 2시간의 조합교육을 보장받았다. B 대학은 교원 신분에 관한 사항은 조합과 사전 협의하도록 단체협약을 맺었고, C 대학은 업적 평가기준 변경은 조합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도록 했다.
D 대학은 임금 관련 사항은 교수노조와 사전 합의하도록 했는가 하면, E 대학은 ‘임금체계개선위원회’ 설치에 합의했다. F 대학이 대학평의회의 활성화 보장과 교수 평의원의 50%를 조합이 추천하도록 합의한 것은 특히 주목할만하다. G 대학은 비정년계열과 정년계약 교원 간의 차별 금지 노력을 단체협약에 명문화하는 전국교수노조다운 성과를 거두었다.
물론 이 성과들은 순조롭게 실현되지 않을 것이다. 학교에 따라 다르겠지만, 갖가지 수법으로 합의된 사항마저 지키지 않거나 번복하는 일이 빈발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한발 한발 전진하기 위해 해야 할 가장 우선적인 일은 무엇일까?
당연한 얘기지만, 우리 교수노조의 조직 확대와 내부 교육, 이 두 가지일 것이다. 노조의 힘은 숫자에서 나온다. 대학 사회에는 아직 교수노조에 대해 모르거나 관심은 있지만 연결될 계기를 찾지 못한 교원들이 수없이 많다. 그들을 찾아내어 차근차근 조직하고 내부 교육을 통해 ‘대학자치, 교육혁명, 우리학문’이라는 결성 당시에 만든 3대 슬로건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채워나가야 한다.
김명환 서울대학교 교수
교수신문 2023년 7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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