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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욱] 사회적 대타협 위해 필요한 '안철수 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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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3-04-01 14:49 조회18,20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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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대통령 후보로서의 박근혜는 정말 뛰어났다. 시대정신을 정확히 파악한 후, 그것에 부합하는 공약과 발언, 행동 등만을 대선 기간 내내 선택하고 보여주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그리고 일자리 문제 등의 해결을 차기 정부의 핵심과제라고 내세운 게 전부가 아니었다. 그는 시민들이 신뢰하고 공감할 수 있는 가장 ‘민주적인’ 방법론까지 제시했다. 바로 ‘사회적 대타협’이었다. 예를 들어 박근혜 후보는 “국민이 원하는 복지수준과 조세부담에 대한 간극이 크면 사회갈등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대타협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경향신문 2012년 8월22일자). 복지국가 건설을 위해서는 증세가 필요할 텐데 그것은 자칫 시민사회에 커다란 조세부담을 주게 되어 사회갈등이 야기될 수 있으니 증세문제를 사회적 합의를 통해 풀어가자는 뜻이었다. 박 후보 캠프에서는 복지재원만이 아니라 경제민주화와 일자리 창출도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한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금도 변함이 없는지 모르겠으나, 사회적 합의주의 방식을 채택해 시대적 요청에 응하겠다던 후보 당시의 박근혜 생각 그 자체는 훌륭한 것이었다. 네덜란드, 아일랜드,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유럽의 많은 국가들도 사회협약의 체결을 통해 1980년대와 90년대의 사회경제적 위기상황에서 빠져나와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 바 있다. 그들은 2008년 이후 유럽에 재정위기가 닥쳐오자 다시금 새로운 사회협약의 도출을 시도했거나 시도하고 있다. 그만큼 위기 탈출 방안으로서의 사회적 합의주의에 대한 신뢰가 크다.


그러나 생각의 좋음과 실현의 문제는 전혀 별개의 것이다. 애석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사회적 대타협을 추진한다 할지라도 그것이 성사되고 지속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그리 높지 않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나 그 중의 핵심은 한국이 양당제 국가이기 때문이다. 양당제 국가의 정부는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에 의해 단독으로 구성된다. 만일 보수주의 정당이 이기면 자본가나 대기업 등 사회경제적 강자들에게 우호적인 이념 편향적 정부가 탄생한다. 그 경우 그 집권당의 선거정치적 지지기반인 사회경제적 강자들이 노동자나 중소기업 등의 약자들과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기 위해 적극 나설 까닭은 별로 없다.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정부를 상대로 로비 등의 직접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데 왜 굳이 그 까다롭고 골치 아픈 사회적 대화에 응하겠는가. 반대의 경우도 주체만 다를 뿐 상황은 마찬가지로 전개된다.


실제로 양당제 국가에서 사회협약의 정치경제가 성공적으로 지속된 예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대표적인 사회적 합의주의 국가들은 모두 보수와 진보 그리고 중도 계층에 기반을 둔 유력정당 셋 이상이 어느 한 정당도 단독다수당이 되기 어려운 ‘구조화된’ 다당제를 형성하고, 따라서 통상적인 정부 형태가 연립정부인 국가들이다. 이들 나라에서 예컨대 노동과 자본 사이의 사회적 대화가 흥하는 이유는 양측 모두 상이한 이념의 복수정당들로 구성된 연립정부체제에서는 특정 정당에 대한 일방적 영향력 행사로는 자신들의 이익이 보장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은 정치권 밖에서부터 미리 상호간의 타협점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연립정부의 입장에서도 일단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정책 이슈를 다루는 것이 정치적으로 부담이 적은 까닭에 사회적 대화를 장려한다.


‘안철수 신당’이 유력한 중도정당으로 부상하여 작금의 양당제 구도를 깨주길 바라는 이유는 이러한 맥락에서이다. 그러기 위해선 그 신당이 기존의 양대 정당 사이에서 표류하거나 하는 수 없이 그중 어느 한 정당, 특히 새누리당에 표를 던지곤 하는 중도성향의 시민들을 조직하고 동원해 내야 한다. 그리하여 ‘중도신당’과의 연합 없이는 민주당은 물론 새누리당조차 단독정부를 구성할 수 없는 다당제 구도를 완성해야 한다. 그때에야 비로소 우린 한국이 사회적 합의주의 국가로 부상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
(경향신문, 2013.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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