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주] 정치쇄신과 기득권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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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2-11-02 15:01 조회21,77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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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쇄신과 관련해 야권의 주요 후보가 모두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을 주요 과제로 제기했다. 그러나 무엇이 기득권인가를 명확하게 하지는 못해 정치쇄신 방안의 초점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 문제가 되는 정치적 특권 혹은 기득권에는 두 가지 다른 양상이 있다. 정치제도에서 이익을 보고 있는 사람 혹은 세력의 문제와 야권 내에 존재하는 기득권이다.
전자의 문제는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피하기 어렵다. 대의제를 택하고 있는 이상 대표자들이 정치과정에 일반 시민들보다 많은 권한을 갖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특권과 기득권 문제는 대의를 하는 대표들의 구성이 민의와 큰 괴리가 있고 이들의 행태가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할 경우에 커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가 정치제도에서 비롯된다면 사람을 줄이는 방향의 개혁보다는 민의가 반영되도록 하는 제도개혁이 더 중요하다.
여기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선거제도 문제이다. 특히 국회의원 선거에서 소선거구제 위주의 현행 선거제도에서는 다양한 정치적 가치가 공정하게 대표되기가 어렵다. 최소한 비례대표제의 비중을 증가시켜 소수세력이 원내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을 확대시키는 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지역구 출신 의원들의 기득권을 축소시켜야 한다. 지역구 의원을 246석에서 200명으로 줄이면 100명을 정당명부투표에서 선출할 수 있다. 이를 전제로 국회의원 정수를 증가시켜 비례대표의 비중을 더 크게 높일 수 있다. 100명을 비례대표로 증가시킨다면 지역구 200명과 비례대표 200명으로 의회를 구성해 다양한 민의가 대표될 수 있다. 대통령 선거 등에서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최근 주요 의제로 제기되는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과 선거일정 조정도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이는 기본적으로 정치효율을 제고하기 위한 것으로 기득권 극복과는 거리가 있다.
기득권의 다른 한 측면인 야권과 민주당 내의 기득권 문제도 일차적으로는 위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현재 선거제도가 주요 정당 사이에 지역분점을 가능하게 만들고 주요 정당 내에 경쟁에 노출되지 않는 기득권을 형성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양상이 미치는 영향은 여당과 야당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 여당의 경우는 당내 기득권 세력이 정당의 주요 지지세력과 조직적으로나 가치적으로 잘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야권 내의 기득권 세력은 자신의 지지기반과 여러 면에서 괴리가 크다. 야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이념적 스펙트럼은 여당보다 훨씬 넓은데 야당은 이러한 다양한 지향을 수용할 수 있는 정당구조를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이 지지율 변동에서 여당보다 훨씬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게 되는 근본적인 원인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민주당이 정당정치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당정치의 필요성을 강변할 것이 아니라 공천 등의 당내 의사결정에서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공정하게 반영될 수 있는 정당혁신에 나서야 한다. 여기서 핵심적인 과제는 인적쇄신과 정당의 개방화 개혁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인적쇄신은 특정인의 자질 문제가 아니라 민주당의 의사결정이 소위 친노와 호남 기득권에 의해 좌우된다고 보이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정당 개방화는 모바일 참여 등 새로운 참여방식을 제도화하고 정당의 조직기반을 혁신하고 확대하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대선국면에서 선거제도 개혁보다 정치적으로 파급력이 더 클 것이다. 우선 이는 여당과의 협의가 없이 스스로의 결단에 의해 선거에서 승리한 이후가 아니라 당장 추진할 수 있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진정성을 평가받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단일화 과정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야권에서 민주당이 갖고 있는 기득권 그리고 민주당 내의 기득권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없이는 안철수 후보가 민주당과의 조직적 결합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기 쉽다. 반면 이러한 혁신방안과 실천의지가 국민에게 평가를 받게 되면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후보단일화의 질을 높이는 데도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위로부터는 비례대표제 확대, 아래로부터는 정당의 개방화가 정치적 기득권을 극복하기 위한 핵심 과제이다.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앞으로 정치쇄신에 대한 논의는 이 문제에 집중하고 여기서 단일화로 나아가는 동력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중국학
(경향신문, 2012.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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