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혁] ‘동아시아 경제협력’ 미·중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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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2-11-23 14:29 조회21,09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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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18~20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의(EAS)는 동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국제 역학관계의 변화를 생생히 보여주었다.
동아시아 정상회의는 동남아 ASEAN 10개국과 한·중·일이 모인 ASEAN + 3에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가 추가된 ASEAN + 6 형태로 2005년 처음 개최되었고, 2011년에는 미국과 러시아가 더해져 ASEAN + 8 형태로 발전된 회의이다.
재선 후 첫 해외 순방지로 동남아를 선택한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EAS에서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재관여·재균형 정책을 확고하게 천명하고 에너지협력, 해양안보, 비확산, 인도적 지원과 재난 대응 등 지역협력 의제를 제시했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은 태국을 방문하여 태국의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참여를 끌어냈다. 버마에서는 버마의 개혁·개방과 중국 견제 정책에 힘을 실어 주었다. 이에 맞대응이라도 하는 듯 중국은 EAS에서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과 ASEAN + 6 형태의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하였다. 이처럼 중국을 배제한 TPP와 미국을 배제한 RCEP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미·중 관계와 지역경제협력에 관한 우리나라의 입장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필요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자국의 이해를 위해 중국의 경제적 역동성을 활용하고 민주·시장경제체제로의 전환을 지지하면서도 중국이 미국을 대체하는 강자로 부상하지 못하도록 세 가지 대안을 조합하여 대응해 왔다.
첫째, 동맹국과 우방국의 네트워크를 강화하여 중국을 견제하는 방안으로, 중국의 부상에 따른 주변국들의 우려를 활용하면서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둘째, 미국이 주요 20개국(G20)과 같은 다자간 협의체에서 다른 나라들의 도움을 얻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규범을 설정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방안이 있는데, 중국 또한 다른 나라들의 지지를 얻어 자신에 유리한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려 하므로 실제 운용에서는 국가별 이해관계에 따라 합종연횡이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 셋째, 미·중 간 서로의 영향권을 인정하면서 국제질서의 공동 책임자로서 이른바 G2 대타협을 이루는 방안으로써, 당장은 중국이 이를 부담스러워하지만 앞으로도 미·중 간 국력 격차가 계속 축소된다면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사이에 있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다자협력체를 통해 미국과 중국은 물론 러시아, 일본, 인도 등 주변 강국과 신흥국을 한 군데에 묶고 협력을 도모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는 길이다. 동시에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인지하면서도 한·미 동맹이 미·중 대결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가는 것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 즉,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이 배제되지 않고, 경제·안보·사회 등 주요 부문에서 지역 내 협력이 이뤄지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 및 ASEAN과 각각 FTA를 체결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TPP와 RCEP를 연결하여 협력적인 구도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좋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한·중·일 FTA를 체결해 중국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ASEAN과 미국 간에 FTA가 체결되도록 지원한다면, TPP와 RCEP 간의 공통분모를 확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TPP의 중국 배제와 RCEP의 미국 배제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다. TPP가 일거에 고도의 자유화 수준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RCEP는 단계적 자유화 원칙을 제시하고 있는 차이는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단계적 자유화 원칙에 따라 자유화 수준을 수렴하는 방향으로 타협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FTA 협상은 다음 정부의 몫으로 이해관계자에 대한 충실한 ‘대내 협상’을 전제로 한다. 국내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호혜적인 지역경제협력을 도모하기 위해 창의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임원혁(KDI 글로벌경제연구실장)
(경향신문, 201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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