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원] 거국통합내각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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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2-11-30 13:02 조회21,54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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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일화가 성사되기는 했다. 최악의 사태는 피한 셈이다. 그러나 어찌해야 안 후보 지지층을 온전히 넘겨받을 수 있을지 문 후보 쪽은 고민중인 모양이다. 그래서 선거대책위원회에 안 캠프 인사들을 배치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는 듯싶다.
하지만 사람 몇몇 끌어당기기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 있다. ‘안철수 현상’을 끌어안아야 한다. 그래야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낡은 정치에 실망한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안철수 현상이라는 호랑이의 등에 올라탔던 안 후보조차 올바른 정치혁신 방안을 펼치지 못했다. 의원 수 줄이기처럼 과녁에서 빗나간 방안에 집착했던 모습을 보라.
낡은 정치란 무엇인가. 거기엔 여러 행태가 있다. 재벌·관료·거대신문을 비롯한 특수이익집단에 정치가 휘둘리며, 정치인이 부당한 특권을 행사하고, 정당들이 ‘너 죽고 나 살기’로 극단적 대립을 보이는 게 그런 예들이다. 이를 바로잡는 혁신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정치의 맥을 찾아 한걸음 한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현재 대선국면에서 문 후보는 이런 정치혁신을 위해 무얼 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관련 공약에 이어 ‘거국통합내각’에 의한 여야 대협력을 새롭게 내걸면 어떨까 싶다. 혹시 참여정부 시절 대연정 제안의 악몽이 되살아날지도 모르겠다. 박근혜 후보에 대한 공격과 상충하는 게 아닌지 의문이 들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상황을 냉정하게 따져보자. 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여소야대라는 커다란 제약 아래 놓인다. 새누리당의 동의 없이는 진보개혁적 법안과 예산안 통과가 어렵지 않은가. 그렇다고 새누리당 의원들의 약점을 이용한 의원 빼내오기는 바람직하지도 않고 가능할 것 같지도 않다. 때문에 거국통합내각과 같은 역발상이 필요해진 것이다.
거국통합내각은 그 공약으로 국민에게 지지를 호소한다는 점에서 지지자를 무시하고 내던진 참여정부의 대연정 제안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리고 박 후보가 패배하면 새누리당 안에서 박정희 독재의 향수에 젖은 수구세력이 약화될 수 있다. 이리되면 이미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호응하는 경제민주화, 복지, 남북한 평화협력의 여야 공동추진이 절대로 불가능하리란 법이 있겠는가.
안 후보 지지층이나 중도층을 흡수한다고 정책들을 어설프게 우향우시키기보다는 통 크게 여야 대협력을 제창하는 게 안철수 현상의 ‘소통과 통합’ 정신에도 들어맞지 않을까 싶다. 정치혁신의 기본방향은 서유럽과 같은 ‘합리적 진보와 합리적 보수의 생산적 경쟁체제’의 정립이다. 우리도 이제 여야가 반대를 위한 반대에 골몰하는 증오정치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그런 시대정신을 문 후보가 놓치지 말아야 한다.
안 후보 지지층 흡수 자체에 집착하기보다 안 후보 쪽은 물론 새누리당과도 협력하겠다고 하면 안 후보 지지층은 자연스레 다가온다. 거국통합내각은 ‘문재인-안철수 공동정부’의 확대판인 셈이다. 문 후보는 후보등록 직후 기자회견에서 합리적 보수세력과도 함께하겠다고 천명했다. 거기서 한 발짝 더 뛰면 되는 일이다.
우리 국민의 고단함, 억울함, 불안함을 풀어주려면 정치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여야관계의 변화부터 시작해 정당 내부 및 정당과 국민의 관계를 혁신해가면 좋겠다. 물론 여야 대협력을 위해선 거국통합내각 이외의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합리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는 서로를 거꾸러뜨려야 할 악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양자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취하면서 협력할 때는 협력하고 경쟁할 때는 경쟁해야 한다. 그런 새 정치의 첫걸음을 이번 대선국면에서 보여주면 어떻겠는가.
김기원 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
(한겨레, 2012. 11. 28.)
하지만 사람 몇몇 끌어당기기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 있다. ‘안철수 현상’을 끌어안아야 한다. 그래야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낡은 정치에 실망한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안철수 현상이라는 호랑이의 등에 올라탔던 안 후보조차 올바른 정치혁신 방안을 펼치지 못했다. 의원 수 줄이기처럼 과녁에서 빗나간 방안에 집착했던 모습을 보라.
낡은 정치란 무엇인가. 거기엔 여러 행태가 있다. 재벌·관료·거대신문을 비롯한 특수이익집단에 정치가 휘둘리며, 정치인이 부당한 특권을 행사하고, 정당들이 ‘너 죽고 나 살기’로 극단적 대립을 보이는 게 그런 예들이다. 이를 바로잡는 혁신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정치의 맥을 찾아 한걸음 한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현재 대선국면에서 문 후보는 이런 정치혁신을 위해 무얼 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관련 공약에 이어 ‘거국통합내각’에 의한 여야 대협력을 새롭게 내걸면 어떨까 싶다. 혹시 참여정부 시절 대연정 제안의 악몽이 되살아날지도 모르겠다. 박근혜 후보에 대한 공격과 상충하는 게 아닌지 의문이 들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상황을 냉정하게 따져보자. 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여소야대라는 커다란 제약 아래 놓인다. 새누리당의 동의 없이는 진보개혁적 법안과 예산안 통과가 어렵지 않은가. 그렇다고 새누리당 의원들의 약점을 이용한 의원 빼내오기는 바람직하지도 않고 가능할 것 같지도 않다. 때문에 거국통합내각과 같은 역발상이 필요해진 것이다.
거국통합내각은 그 공약으로 국민에게 지지를 호소한다는 점에서 지지자를 무시하고 내던진 참여정부의 대연정 제안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리고 박 후보가 패배하면 새누리당 안에서 박정희 독재의 향수에 젖은 수구세력이 약화될 수 있다. 이리되면 이미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호응하는 경제민주화, 복지, 남북한 평화협력의 여야 공동추진이 절대로 불가능하리란 법이 있겠는가.
안 후보 지지층이나 중도층을 흡수한다고 정책들을 어설프게 우향우시키기보다는 통 크게 여야 대협력을 제창하는 게 안철수 현상의 ‘소통과 통합’ 정신에도 들어맞지 않을까 싶다. 정치혁신의 기본방향은 서유럽과 같은 ‘합리적 진보와 합리적 보수의 생산적 경쟁체제’의 정립이다. 우리도 이제 여야가 반대를 위한 반대에 골몰하는 증오정치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그런 시대정신을 문 후보가 놓치지 말아야 한다.
안 후보 지지층 흡수 자체에 집착하기보다 안 후보 쪽은 물론 새누리당과도 협력하겠다고 하면 안 후보 지지층은 자연스레 다가온다. 거국통합내각은 ‘문재인-안철수 공동정부’의 확대판인 셈이다. 문 후보는 후보등록 직후 기자회견에서 합리적 보수세력과도 함께하겠다고 천명했다. 거기서 한 발짝 더 뛰면 되는 일이다.
우리 국민의 고단함, 억울함, 불안함을 풀어주려면 정치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여야관계의 변화부터 시작해 정당 내부 및 정당과 국민의 관계를 혁신해가면 좋겠다. 물론 여야 대협력을 위해선 거국통합내각 이외의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합리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는 서로를 거꾸러뜨려야 할 악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양자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취하면서 협력할 때는 협력하고 경쟁할 때는 경쟁해야 한다. 그런 새 정치의 첫걸음을 이번 대선국면에서 보여주면 어떻겠는가.
김기원 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
(한겨레, 2012.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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