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혁] 대통령 선거를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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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2-12-24 15:37 조회22,55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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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후보 단일화 논란으로 발동이 늦게 걸린 2012년 대통령 선거가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며 마무리됐다. 모든 정치세력이 대선결과를 놓고 승패의 원인을 분석하며 다음 선거에 대비하겠지만, 이 글에서는 이번 대선에서 드러난 선거운동과 투표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짚어 보고자 한다. 굳이 권력구조의 개편을 추진하지 않더라도 이와같은 선거제도상의 문제점을 시정함으로써 국민이 주인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좀 더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것은 결선투표제의 필요성이다. 현행 단일선거 최다득표자 당선 제도 하에서는 다수의 후보자가 각축을 벌일 경우 당선자를 지지하는 유권자보다는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가 많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지지자 분열을 막고 사표를 방지한다는 논리로 인해 후보들이 자신의 소견을 제대로 밝혀 보지 못한 채 단일화 압력에 시달리고, 정책 공약보다는 후보 단일화 기준 및 절차에 관심이 쏠리게 된다. 반면 결선투표제가 도입되면 모든 후보들이 지지자 분열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서 완주할 수 있고 활발한 정책 공약 대결을 벌일 수 있게 된다. 특히 예선과 결선 투표 사이에 합종연횡이 이뤄지고 최종 후보 2명만을 대상으로 하는 토론회 등이 개최되면 유권자들은 좀 더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투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결선투표 결과 당선되는 후보는 다수의 유권자들이 지지하는 후보이기 때문에 그만큼 정통성을 가지게 된다.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후보 등록일을 앞당기는 등 추가적인 개선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은 정당이 외부로부터 부당한 영향이나 간섭을 받지 않으면서 정당 본연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급하는 자금이다. 즉, 비리 정치인이나 기업인 등으로부터 비자금을 받지 않아도 정치를 할 수 있도록 국민 세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국고보조금 중 분기마다 지급되는 경상보조금은 정책 개발과 정당 운영에 사용되고 선거에는 쓸 수 없는 데 반해, 전국 단위 선거가 있을 때에만 지급되는 선거보조금은 선거 이외의 용도에도 쓸 수 있다.
선거보조금은 교섭단체 구성 여부와 국회의원 의석수 비율 등을 감안하여 배분하는데, 이번 대선에서 새누리당은 177억원, 민주통합당은 161억원, 통합진보당은 27억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이와는 별도로 대선에서 15% 이상 득표를 하는 정당은 법정 선거비용 상한액인 560억원까지 전액 국고 보전을 받는다.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은 법정 선거비용 상한액 560억원을 전액 보전받고, 선거 이외의 용도로 쓸 수 있는 보조금 177억원과 161억원을 추가로 받는 것이다. 따라서, 정작 문제를 삼아야 하는 것은 중도에 사퇴한 후보의 ‘먹튀’ 행태보다는 중첩적인 선거자금 지원이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후보 중도 사퇴 여부와 상관 없이 선거보조금은 선거 용도로만 쓰도록 하고 사후 정산을 하여 잔여액은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유권자가 쉽게 투표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우선 투표일에도 생업에 종사해야 하는 유권자들을 위해 투표시간을 연장하고, 사전에 등록만 하면 거주지가 아닌 곳에서도 투표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처음 실시된 재외국민투표는 사전 등록자 대비 70%가 넘는 투표율을 보였지만, 이는 실제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유권자를 기준으로 하면 7% 정도밖에 되지 않는 수준이므로 우편투표를 허용하는 등 개선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재외국민투표가 정착되어 있는 나라들의 경우 유권자 대비 20~40%의 재외국민투표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유권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선거보조금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한편 최종 당선되는 후보가 이에 상응하는 정통성을 가질 수 있도록 결선투표제를 도입함으로써 선거를 민주주의 축제로 승화할 수 있을 것이다.
임원혁 KDI 글로벌경제연구실장
(경향신문, 2012.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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