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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렬] 독도의 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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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2-08-31 14:23 조회30,24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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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세계대전 후 독일은 베르사유조약에 의해 영토를 일부 빼앗긴 뒤 다시 폴란드와 영토분쟁을 겪었다. 폴란드는 동프로이센에 속한 슐레지엔 중에서 현재의 카토비체 인근 땅이 오래전에 자기네가 지배했고 자국민들도 살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에게 소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곳 폴란드인들이 여러 차례 폭동도 일으켰다. 이 분쟁은 1921년 주민투표를 통해 해소됐다. 투표권을 가진 주민 98%가 참가한 투표에서 60%는 독일, 40%는 폴란드에 표를 던졌다. 이에 따라 그 땅은 3등분되어 3분의 2는 독일 소속, 3분의 1은 폴란드 소속으로 결정됐다. 1차 세계대전 후 독일에서는 이런 식의 투표가 몇 번 더 있었다. 프랑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던 자르 지역은 1차 세계대전 후 15년간 국제연맹의 신탁통치를 받다가 주민투표를 통해 독일로 편입됐다. 2차 세계대전 후에는 1956년까지 프랑스의 보호령 상태로 있다가 주민투표 결과 다시 독일연방의 주로 들어갔다.

 슐레지엔은 2차 세계대전 후 폴란드가 점령했고, 1000만명이 넘는 그곳 독일인들은 추방당해 서쪽으로 넘어왔다. 폴란드는 그곳을 자국 영토로 선포했고, 모든 지역의 이름도 자기식으로 바꾸고 자국민들을 이주시켰다. 물론 독일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1960년대까지도 독일 지도에 지금 폴란드 땅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이 지역이 독일 영토로 나왔다. 이 넓은 땅은 1990년 동독과 서독 의회가 통일과정에서 “독일과 폴란드의 국경은 현재의 국경이 최종적인 것이다. 독일은 지금도 그리고 미래에도 영토 주장을 하지 않는다”고 결의함으로써 완전한 폴란드 영토로 인정받았다.

중부 유럽에서는 자칫 큰 싸움으로 번질 수 있었던 영토분쟁이 주민투표와 독일의 양보로 평화롭게 해결되었는데, 독도를 둘러싼 한·일 간 분쟁은 출구가 없어 보인다. 원래 무인도였으니 투표에 참여할 주민도 없고, 일본 의회에서는 한국의 독도 불법점거를 중단하라는 결의나 하는 형편이다.


독도에 주민은 없었지만, 거기에 생명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00년대 초까지도 수만마리의 강치가 살고 있었다고 하니 생명활동이 매우 활발했던 곳이다. 우리가 독도 같은 무인도가 누구의 것이 돼야 하는지 결정할 때는 이 점이 중요한 고려사항이 돼야 한다. 독도 강치는 오래전부터 그곳에 터잡고 번성하며 살아왔다. 이들은 지금 거의 사라졌는데, 이유는 100년 전쯤 일본 어부들이 모두 죽여 없앴기 때문이다. 그후 일본이 섬을 점령했고, 일본의 패망 후에는 한국이 지배하고 있다. 강치의 시각에서 보면 자기들 땅을 일본과 한국이 빼앗아가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독도의 임자가 누구인지는 분명해진다. 바로 100년쯤 전까지 그곳에서 평화롭게 살던 강치와 같은 생명체들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인간의 활동에 의해 자연이 훼손되고 기후변화로 지구 생태계 전체가 흔들리게 됐다고 걱정한다. 인간중심주의의 결과라는 반성의 목소리도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국민의 70%가 원자력을 반대하고, 그동안 원전 건설을 찬성했던 것을 후회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인간이 독도에서 원래 주인들에게 저지른 만행에 대해서는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인간만이 중심이고, 나머지는 모두 인간이 마음대로 부수거나 죽여도 좋은 하찮은 것이 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독도를 폭파해 없애버리려 했다는 보도를 접했을 때, 작은 무인도를 놓고 계속 싸우는 것보다 차라리 폭파하는 게 낫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이 또한 독도의 원주인을 완전히 무시하는 인간중심적인 아주 오만한 발상이다. 독도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이러한 인간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만 가능하다. 인간이 씨를 말려버린 강치와 그 친구들에게 사죄하고, 한국과 일본은 독도를 그대로 내버려둠으로써 세월이 흐른 후 그들에게 저절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이필렬 방송대 문화교양학부 교수
(경향신문, 2012.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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