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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 정책이 분명한 대선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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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2-09-28 15:35 조회28,05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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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후보의 출마 선언을 끝으로 드디어 대선 후보들이 전열을 갖춘 듯하다. 1987년 민주화 운동 이후, 한국의 대통령선거는 가장 결정적인 정치변동의 계기를 만들어 왔기에 대통령 선거는 그 자체가 커다란 정치 변동에 해당한다. 특히 이번 대선은 여야가 모두 정권을 빼앗겨본 아픈 경험을 안고 치르는 첫 선거이며 유력한 대선 후보가 당이 아닌 인물로 등장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정당정치의 한계를 시험하는 선거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이번 대선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가 구시대의 막내가 될지 새 시대의 맏형이 될지 반신반의했던 것과는 달리 누가 되든 물리적 의미의 세대교체도 동시에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찍이 여당의 유력한 후보였던 박근혜가 압도적 지지로 당내 경선에서 후보에 올랐고 문재인 또한 지역 경선에서 완승을 거두어 과반의 득표로 결선투표 없이 야당의 후보로 올랐다. 그러나 안철수의 여론 지지율에 의해 후보들은 또 한번 사전 경쟁을 치를지도 모른다. 누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가, 그래서 권력을 누가 잡을 것인가가 지금까지 우리 대선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정치의 문을 활짝 열어젖힐 수 있는 대통령 선거가 되려면 누가 권력을 잡는가만을 목표로 해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세대교체의 시기에는 인물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인물을 키워낼 수 있는 국민의 정치적 관심과 열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누구를 뽑을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이 우리의 시대적 관심인지를 드러내고 여기에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곧 대선이 돼야 한다. 차이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후보들이 읽어낸 시대적 과제의 공통점이 무엇인지를 토론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선거에 져도 시대적 과제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함께 공유할 수 있지 않겠는가.


시대적 과제란 단순히 정책의 차원이 아니라 국민이 가장 가려워하는 부분이고 미래를 함께 꿈꿀 수 있는 희망의 밑그림이기도 하다. 그래서 표 싸움으로만 몰고가는 대통령 선거가 아니라 시대적 공감대와 정책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선거를 기대해본다. 이러한 커다란 과정이 있다면 그리고 그러한 시대적 과제를 이루기 위한 토론이라면 치열하게 토론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겠는가.


돌이켜보면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과 남북 기본합의서 그리고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김영삼 정부의 하나회 척결과 금융실명제, 김대중 정부의 6·15남북정상회담을 통한 남북관계의 교류와 협력을 통한 변화, 노무현 정부의 균형발전과 동북아 구상 그리고 남북정상외교를 통한 남북 간 정책적 합의 등은 모두 굵직한 정치변화의 획을 그어왔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모든 대통령이 각각 친인척 비리문제를 드러냈고 재임 시 언제나 반대의 의견에 내몰리기도 했지만 큰 틀에서 보면 대한민국의 정치는 대선을 통해 중대한 정치적 개혁과 변화를 만들며 발전해온 것이 아닌가.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대통령의 의지와 리더십 덕분만이 아니라 국민적 염원과 기대가 이미 사회적 합의를 이루었고 이것이 대통령의 정책을 뒤에서 밀어준 한 또 하나의 권력이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기호 / 한신대 교수·평화와공공성센터 소장
(여성신문 1204호, 2012. 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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