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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 다시 ‘안타까운 쌍용차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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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2-10-17 12:07 조회21,84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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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치 왜냐면 ‘쌍용차 청문회에 대한 왜곡, 무엇이 두려운가?’를 읽고

필자의 10월4일치 <한겨레> 칼럼 ‘안타까운 쌍용차 청문회’에 대해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이 지난 11일치 ‘왜냐면’에 반론을 실었다. 좋은 일이다. 이런 논쟁을 통해 진실을 밝히고 올바른 해법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한 실장의 글엔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적지 않아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필자의 칼럼은 국회에서 열린 쌍용차 청문회의 형식과 내용에 대해 비판한 것이었다. 한씨는 청문회 형식에 관한 필자의 평가에는 반론하지 않았고, 내용 중 일부에 대해서만 필자와 다른 생각을 표시했다. 이를 조목조목 따져가면서 쌍용차 문제를 재점검해보자.

첫째로 상하이차의 철수가 기술유출 수사 때문이었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한 실장은 주장한다. 검찰의 기술유출 수사가 경영에 압박을 가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게 철수의 결정적 사건인지는 알 수 없고, 나중에 기술유출 혐의는 무죄로 판결났다. 또 적자를 벗어나 돈을 벌 자신이 있었다면, 상하이차가 기술을 빼가지 못하더라도 한국을 떠날 이유가 없다. 그러니 철수의 기본 요인은 경영의 적자 상태다.

둘째로 재무구조 악화, 유동성 위기, 생산성 열위로 정리해고가 불가피했다는 사측 주장이 조작된 것이라고 한 실장은 썼다. 이 중 재무구조 평가에는 미래의 수익성 예측이라는 주관적 요소가 개입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부채비율 급증과 같은 재무구조 악화가 과장되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걸 곧바로 조작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또한 대출한도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국회의원이 청문회에서 유동성 위기를 부정하려 했지만, 이는 그릇된 추궁이었다. 은행과 대출한도 계약이 맺어져 있다고 해서, 은행이 자동적으로 돈을 빌려주는 게 아니다. 회사 전망을 어둡게 보면 안 빌려준다. 그리고 생산성 열위란 쌍용차에 일감이 없어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나 노동밀도가 낮아져서 나타난 결과다. 10월10일 방영된 <한국방송>(KBS)의 ‘추적 60분’에서 경영진도 이렇게 밝혔다. 결국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론 고의적 회계조작이라고 보기 힘들다.

셋째로 한 실장은 완성차 기업의 철수는 심각한 이슈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특별한 사전 계약이 없는 한 적자 상태인 회사의 경영에서 손을 떼지 못할 이유가 없다. 최근 미쓰비시 자동차는 네덜란드 공장을 단돈 1유로에 팔아치우고 철수했다. 임금을 체불하고 본국으로 야반도주하는 경우가 있지만 쌍용차가 그런 상태는 아니었다.

넷째로 한 실장은 재벌들이 분식회계를 일삼았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분식회계는 은행에서 대출받으려고 장부를 좋게 꾸미거나, 총수가 돈을 빼돌리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억지로 장부를 나쁘게 만드는 건 세금을 덜 내기 위해서다. 쌍용차는 어느 경우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쌍용차는 갚아야 할 빚을 감당하기 어려워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 경우에 만약 일부러 장부를 나쁘게 만든다면, 그 이유는 정리해고를 위해서라기보다 아예 회사를 청산해 땅값을 챙기려 했을 수는 있겠다. 정리해고는 기본적으로 일감 부족 및 경영적자와 관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했으면 한다.

얼마 전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의 대표는 쌍용차 무급휴직자의 단계적 복직계획을 과거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쌍용차 사장은 무급휴직자와 만날 용의를 표명했다. 이런 식으로 희망과 대화가 진전되길 바란다. 그리고 쌍용차와 관련된 더 상세한 내용은 필자의 블로그(blog.daum.net/kkkwkim)를 참고했으면 한다.

김기원 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
(한겨레, 2012.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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