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주] 동아시아에 필요한 2013년 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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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2-11-30 13:20 조회21,88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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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1월에 미국과 중국에서 정치지도자가 새로 선출됐다. 선거주기가 다르기 때문에 양국에서 동시에 정치지도자가 선출된 것은 1992년 이후 20년 만의 일이다. 이로써 ‘오바마-시진핑 시대’가 개막됐다. 오바마가 현직 대통령으로 재선에 성공했고 시진핑도 2007년 후계자로 선발된 이후 지금까지 최고지도부의 일원으로 활동했던 점을 고려하면 극적인 인물교체는 아니다. 그럼에도 ‘오바마-시진핑 시대’라는 표현을 동원한 것은 두 사람이 G2로도 불리는 양대 강국을 이끌 앞으로의 5년여가 동아시아 미래를 결정짓는 시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현재 동아시아에서는 19세기 말과 같은 형세가 출현하고 있다. 당시 중국의 쇠퇴 속에서 서구열강이 앞을 다투어 동아시아로 진출하고 일본이 부상하면서 중앙아시아, 중·인, 중·러국경, 동남아, 동북아 등 중국을 둘러싼 지역들에서 복잡한 경쟁과 분쟁이 일어났다. 이 경쟁은 중국의 패배로 귀결됐는데 1894~1895년의 청일전쟁에서의 패배가 결정적 전환점이 됐다.
그런데 최근 중국이 다시 부상하면서 중국과 주변세계의 관계가 복잡하게 변화하고 19세기 후반과 마찬가지로 이 지역들에서 복잡한 경쟁과 분쟁이 출현하고 있다. 당시와 다른 점은 미국이 주요 행위자로 자리를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시점에 지도자가 된 오바마와 시진핑의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인가에 따라 동아시아에서 평화가 지속될 수 있을지, 새로운 갈등과 대립의 시기가 시작될 것인지가 결정될 것이다.
이러한 역사가 반복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파트너가 된 두 사람의 관계가 평탄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가 ‘아시아로의 축이동’ ‘재균형’ 전략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이라크전으로 중동 지역에 지나치게 많은 자원을 투입하느라 아시아에서 중국의 부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반성에 기초한 전략이라는 점에서 중국과의 경쟁을 더 치열하게 만들 것이다. 재선 이후 오바마는 첫 해외순방지를 버마로 택했다. 버마가 최근까지 중국과 특수관계를 유지했던 국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의미심장하다.
시진핑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영토분쟁이라는 이슈의 성격도 문제지만 미국의 개입이 동아시아 국가들로 하여금 중국과의 영토분쟁을 상승시키게 만드는 원인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이 최고지도자의 자리에 오르기 전인 8월과 9월 미국의 바이든 부통령, 파네타 국방장관 등을 만났을 때 이미 일본과의 영토분쟁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중국공산당 16차 당대회에서 채택된 정치보고에도 “중국의 국제지위에 상응하는 강력한 군대를 건설해야 한다”, “해양에서의 권익을 지키며 해양강국을 건설한다” 등 공세적 방침으로 읽힐 수 있는 표현이 새로 등장했다.
분명히 좋은 출발은 아니며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기차가 마주보고 달리고 있는 형국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추세가 초래할 파괴적 결과에 대한 우려가 없을 수 없다. 미국과 중국도 나름의 조심성을 보이고 있다. 오바마의 동남아 순방은 중국과의 갈등이 가장 심한 필리핀과 베트남을 빼고 진행됐다. 중국은 해양강국으로의 도약을 강조했지만 이를 외교나 국방 정책을 밝히는 부분이 아니라 생태문명건설을 강조하는 부분에서 언급했다. 문제는 이러한 정도의 조심성만으로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 빠져들고 있는 국면을 전환시키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미·중 양국은 당장 동아시아의 주요 현안에 대한 협력과 공조에 나서야 한다. 특히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의 영유권 분쟁이 군사충돌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것, 한반도에서 평화프로세스가 다시 진행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그리고 남중국해에서 대화와 협력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2013년 시작과 함께 두 사람이 직면하게 될 절체절명의 과제이다. 2013년 체제는 한국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에도 필요하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중국학
(경향신문, 201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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