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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저성장시대, 한국경제 길을 묻다] 산업 고도화로 저성장 당연… 분배 주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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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2-12-10 17:28 조회21,66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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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49) 한국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9일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선 분배에 더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성장과 분배를 쪼갤 게 아니라 성장 친화적 분배, 분배 친화적 성장을 고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어느 쪽이든 방점은 ‘분배’에 찍혔다.

-경기침체 탓에 성장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판국에 분배 논의가 유효한가.

“성장이든 분배든 한 쪽만 하는 경제는 없다. 각각 실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분배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고 성장을 얘기하자는 건 접근 자체가 잘못됐다. 지금의 성장·분배 방식을 그대로 둘 거냐 하는 문제, 현실을 바꾸느냐 마느냐의 문제다.”


-방법을 고민한다면 성장 우선주의라도 상관없다는 말인가.

“지금 성장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성장 방식을 바꾸자는 얘기를 안 한다. 분배 방식을 바꾸지 말자는 의도라면 잘못된 거다. 분배를 미루고 성장부터 해야 한다는 건 우리나라 보수 세력이 지난 50년간 해온 소리다. 합리적 보수라면 ‘공정한 경쟁을 통한 성장’을 말해야 한다. 우리 경우엔 기득권을 옹호하는 방편으로 성장을 이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올해 예상 경제성장률이 2%대다. 이 정도면 성장에 집착할 만큼 심각한 수준 아닌가.

“사람들이 1960∼70년대 8∼9% 고도성장의 향수에 젖어 있는데 이미 그런 단계가 끝났다. 공업화 초기엔 그게 가능하지만 우리 산업은 상당히 고도화됐다. 고령인구 비율도 11%를 넘어섰다. 이런 요인들 때문에 선진국이 다 저성장하는 것이다.”


-성장을 포기하라는 말인가.

“고도성장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성장 방식을 바꾸라는 거다. 고도성장 때는 분배 문제가 은폐되는 측면이 있다. 조금 참으면 사정이 나아지니까. 지금은 중성장, 저성장으로 가는 단계라 오히려 분배 문제가 주목받는 거다. 다들 20∼30년 전보다 잘 살잖나.”


-잘 살게 된 게 고성장 덕 아닌가.

“압축 고도성장이라고들 말하는데 나는 압축 불균등 성장이었다고 본다. 압축은 모든 걸 고루 발전시킬 수 없다. 삼성전자가 휴대전화로 세계를 휩쓸지만 다른 부분에선 밀리지 않나. 대기업은 투자할 거리가 없어서 현금을 쌓아두고 있지만 중소·중견기업은 투자할 데가 있어도 여력이 없다. 불공정 경쟁으로 성장한 대기업이 그들의 먹을거리까지 뺏어가니 그렇다.”


-지금 같은 때에 분배에 관심 갖겠나.

“경제민주화가 왜 대선 쟁점으로 등장했겠나. 표를 얻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관심을 받는 건 그간의 성장이 분배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성장 국면에서 사람들이 복지에 더욱 목마르다는 증거다.”


-복지도 나눠먹을 게 있어야 할 거 아닌가.

“위기일수록 분배를 잘해야 한다. 빈곤층의 생존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개혁을 안 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온 측면도 있다. 서유럽은 3% 성장하면 엄청난 성장이라고 한다. 한국은 왜 안 그럴까. 분배와 복지가 제대로 안 돼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복지가 나라를 망친 대표 사례 아닌가.

“그리스의 복지는 성장 친화적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노인이 돼서도 퇴직 전 월급의 90%를 받아서 놀러만 다니는 복지는 성장 저해적인 분배다. 성장 친화적 분배는 고용을 촉진하고 교육을 확대해서 인적 자본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경제민주화가 기업 발목을 잡는다고 반대하는 사람도 많다.

“기업이 묶어놓고 안 쓰는 돈을 세금으로 거둬서 나누면 물건이라도 더 팔리지 않겠나. 낭비와 부패를 막고 불공정 경쟁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 중소·중견기업도 일본 독일처럼 국제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커나갈 수 있다.”


-저성장 땐 세수가 줄어드는데 무슨 돈으로 복지를 더 하나.

“부자감세 한 것만 제자리로 돌려도 된다. 이 정부에서 조세부담률이 21%에서 19%로 내려갔다. 2% 포인트면 국내총생산 1200조원 중 24조원이다. 4대강에도 20조원 넘게 들었다. 엄청난 복지 예산이다. 그것들부터 복지로 돌리면 된다. 마음만 먹으면 복지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국민일보 쿠키뉴스, 2012.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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