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주] 한·일 군사협력과 동아시아 신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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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2-07-13 11:30 조회25,18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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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군사협력과 동아시아 신냉전
국무회의 비공개 처리라는 무리수까지 동원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려던 정부의 시도가 국민적 반발로 수포로 돌아갔다. 정부관계자는 물밑에서 진행되던 한·일상호군수지원협정도 올해에는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것으로 한·일군사협력이 중단되었다고 판단하는 것은 성급하다. 무엇보다 미국이 앞으로도 계속 이를 요구할 것이다. 해외에서 냉전 시기와 같은 대규모 병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미국으로서는 군사적 영향력의 유지를 위해서는 병력 운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작전체계의 구축이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동북아에서는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이라는 유기적 협력관계의 구축이 필요한데, 이는 한·일군사협력을 통해서만 완성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새누리당도 비공개 처리라는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이번 협정체결에 반대했지만, 그 필요성은 인정하는 입장이다. 이 두 흐름을 다시 연결하는 계기가 생기면 한·일군사협력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현재 한·일군사협력과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문제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식민통치에 대한 반성 없이 군사대국화를 추진하고 있고, 또한 독도 영유권과 관련한 갈등을 조장하는 일본과 군사협력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다른 하나는 대중국 포위망적 성격을 갖고 있는 한·미·일 군사동맹체제가 중국을 자극해 동아시아 신냉전 구도의 출현을 촉진하는 것에 대한 우려이다. 현재 전자의 문제는 비교적 쉽게 이해되고 있으나 후자의 문제는 실제의 심각성이 잘 전달되지는 않고 있는 듯하다.
최근 미·중 갈등이 동아시아 신냉전 구도를 고착화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2010년도 여름 한반도 서해로의 미국 항공모함 진입으로 인한 미·중의 군사적 경쟁, 댜오위다오와 난사군도 영유권 문제를 둘러싼 중·일 마찰,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 사이의 마찰 등이 연이어 발생한 이후 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중 어느 곳에서 군사충돌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는 지경이다. 한·일 군사협력, 한·미·일 군사동맹은 해결책이 되기보다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군사동맹 네트워크가 단기적으로는 안전판처럼 보일 것이나 결국은 군사적 경쟁을 강화하는 원인이자 국지적 충돌을 대규모 전쟁으로 확산시키는 메커니즘의 제공자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 세르비아인의 오스트리아 황태자 암살로 시작되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이 세계대전으로 확산되었던 것에는 삼국협상과 삼국동맹이라는 대립하는 동맹네트워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사건 이후 오스트리아의 세르비아 공격을 지지했고, 이에 위협을 느낀 러시아의 개입은 러시아와 동맹국인 영국, 프랑스를 전쟁에 끌어들이고 이에 오스트리아 동맹국인 독일도 개입하면서 모두가 원하지 않았던 세계대전으로 발전했다. 동아시아 신냉전 구도의 가장 큰 문제도 이처럼 국지적 충돌을 대규모 전쟁으로 발전시킬 메커니즘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현재 동아시아에서 증대되는 경제적 상호의존도 큰 위안이 되기는 어렵다. 제1차 세계대전 이전의 유럽에서도 경제적 상호의존도가 증가하는 추세였다. 국민총생산 대비 무역비중은 독일 38%, 영국 52%, 프랑스 54%에 달했고, 이 중 삼국 사이의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영국은 독일의 식량과 자원 수요의 20%를 공급했고 독일의 최대 수출국이었다. 영·독무역 규모는 영·프무역을 초과했고 영·러무역의 두 배에 달했다. 그러나 이도 영국과 독일의 충돌을 막지 못했다. 반면 유럽에서 두 차례 세계대전을 초래한 요인들을 현재 동아시아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영토분쟁, 민족주의 정서 고조, 활력 있는 지역협력기구의 부재 등이 그 주요 사례들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군사동맹관계에만 의존해서는 풀기 어렵다. 동아시아에서는 파멸로 귀결될 군사동맹네트워크의 무제한적 확장이 아니라 역내 행위자들이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가는 공간의 창조가 더 절실하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중국학
(경향신문, 2012. 7. 12.)
국무회의 비공개 처리라는 무리수까지 동원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려던 정부의 시도가 국민적 반발로 수포로 돌아갔다. 정부관계자는 물밑에서 진행되던 한·일상호군수지원협정도 올해에는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일군사협력과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문제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식민통치에 대한 반성 없이 군사대국화를 추진하고 있고, 또한 독도 영유권과 관련한 갈등을 조장하는 일본과 군사협력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다른 하나는 대중국 포위망적 성격을 갖고 있는 한·미·일 군사동맹체제가 중국을 자극해 동아시아 신냉전 구도의 출현을 촉진하는 것에 대한 우려이다. 현재 전자의 문제는 비교적 쉽게 이해되고 있으나 후자의 문제는 실제의 심각성이 잘 전달되지는 않고 있는 듯하다.
최근 미·중 갈등이 동아시아 신냉전 구도를 고착화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2010년도 여름 한반도 서해로의 미국 항공모함 진입으로 인한 미·중의 군사적 경쟁, 댜오위다오와 난사군도 영유권 문제를 둘러싼 중·일 마찰,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 사이의 마찰 등이 연이어 발생한 이후 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중 어느 곳에서 군사충돌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는 지경이다. 한·일 군사협력, 한·미·일 군사동맹은 해결책이 되기보다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군사동맹 네트워크가 단기적으로는 안전판처럼 보일 것이나 결국은 군사적 경쟁을 강화하는 원인이자 국지적 충돌을 대규모 전쟁으로 확산시키는 메커니즘의 제공자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 세르비아인의 오스트리아 황태자 암살로 시작되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이 세계대전으로 확산되었던 것에는 삼국협상과 삼국동맹이라는 대립하는 동맹네트워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사건 이후 오스트리아의 세르비아 공격을 지지했고, 이에 위협을 느낀 러시아의 개입은 러시아와 동맹국인 영국, 프랑스를 전쟁에 끌어들이고 이에 오스트리아 동맹국인 독일도 개입하면서 모두가 원하지 않았던 세계대전으로 발전했다. 동아시아 신냉전 구도의 가장 큰 문제도 이처럼 국지적 충돌을 대규모 전쟁으로 발전시킬 메커니즘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현재 동아시아에서 증대되는 경제적 상호의존도 큰 위안이 되기는 어렵다. 제1차 세계대전 이전의 유럽에서도 경제적 상호의존도가 증가하는 추세였다. 국민총생산 대비 무역비중은 독일 38%, 영국 52%, 프랑스 54%에 달했고, 이 중 삼국 사이의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영국은 독일의 식량과 자원 수요의 20%를 공급했고 독일의 최대 수출국이었다. 영·독무역 규모는 영·프무역을 초과했고 영·러무역의 두 배에 달했다. 그러나 이도 영국과 독일의 충돌을 막지 못했다. 반면 유럽에서 두 차례 세계대전을 초래한 요인들을 현재 동아시아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영토분쟁, 민족주의 정서 고조, 활력 있는 지역협력기구의 부재 등이 그 주요 사례들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군사동맹관계에만 의존해서는 풀기 어렵다. 동아시아에서는 파멸로 귀결될 군사동맹네트워크의 무제한적 확장이 아니라 역내 행위자들이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가는 공간의 창조가 더 절실하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중국학
(경향신문, 2012.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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