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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주] 중국공산당 당 대회 관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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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2-08-10 15:13 조회24,80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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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에서 그리 멀리 않은 베이다이허라는 작은 해변도시에 중국의 지도부들이 집결하고 있다. 5년에 한 번 열리는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8차 당 대회) 준비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신호이다. 베이다이허는 매년 여름 중국의 정치 원로와 지도자들이 피서를 즐기고 당과 국가의 주요 사안에 대해 의견을 조율하는 장소로 유명하다. 후진타오는 2002년 중국 공산당 총서기로 선출된 이후 비공식적인 모임에 의해 주요 결정이 내려지는 것은 법치에 어긋난다고 이 회의를 취소시켰다. 원로들의 정치개입을 막으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2007년 17차 당 대회를 앞두고 베이다이허 회의는 다시 개최됐고, 후진타오의 지원을 받던 공청단파 리커창을 제치고 시진핑이 후계자로 결정됐다. 사람들은 전 총서기 장쩌민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라고 수군댔다. 18차 당 대회를 앞둔 작년과 올해에도 베이다이허 회의가 열렸다.

당 대회가 중요한 이유는 300여명의 중앙위원을 선출하고 이들이 다시 총서기와 20여명의 정치국원을 선출하는 방식으로 최상층의 정치엘리트를 선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치보고를 채택해 정치노선, 정책과 관련한 주요 논쟁을 해결하고 향후 방향을 제시한다. 18차 당 대회는 17차보다 복잡한 상황에서 준비되고 있다.


 우선, 인사에서 지난 당 대회보다 지도부 교체가 대폭적으로 진행된다. 연령제한 등의 이유로 현재 9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중 2002년에 선출된 5명을 포함한 7명이 은퇴하고 시진핑, 리커창만이 직책을 유지한다. 교체되는 자리를 둘러싼 각축이 없을 수 없다.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10년 전에 퇴진한 전 총서기 장쩌민도 공개활동을 활발히 하며 자파 세력에 힘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이번 인사는 현직 총서기인 후진타오가 주도할 것으로 보였는데 전직, 현직, 그리고 미래의 총서기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렇지만 관전 포인트는 여전히 후진타오가 장쩌민 등의 견제를 물리치고 자파 인사를 최고 지도부에 얼마나 많이 진입시킬 것인가, 이들이 정치국 상무위원 중 과반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있다. 후진타오가 지지하는 사람 중에는 리커창 외에 리위안차오, 류윈산, 왕양 등의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한두 자리가 어떻게 결정되는가에 따라 당내의 세력 균형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여전히 미묘한 국면이다.


노선과 정책문제도 간단치 않다. 좌우 논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아직 어떤 방향으로 노선이 결정될지 명확하지 않다. 올 초만 해도 우파 내에서는 시장화 개혁에 기대감이 높았다. 이들은 중국의 금융과 주요 산업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유기업의 민영화를 돌파구로 여기고 있다. 2월 세계은행이 중국에서 발표한 ‘China 2030’이라는 보고서가 이를 권고하고, 3월 충칭모델을 앞세운 보시라이가 실각되고 개혁이 강조되자 개혁드라이브가 시작될 듯 보였다.

좌파는 이에 격렬하게 저항했다. 원자바오 총리가 주요 표적이 됐다. 그가 서구 정치모델을 정치개혁의 방향으로 지향하는 인상을 주어왔고, 최근에는 보시라이 제거를 주도하고 국유기업의 민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최근 1600여명의 보수파 원로와 학자들이 그의 파면을 주장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국유기업 개혁이 일부의 기대처럼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고, 그렇다고 좌파들의 주장을 수용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좌와 우가 모두 중국 공산당 지도부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이번 당 대회의 관전 포인트는 후진타오가 인사에서 어느 정도의 주도력을 발휘할 것인가, 국유기업 개혁 방향은 어떻게 결정될 것인가라는 두 가지이다. 그런데 당 대회가 두 달여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도 인사와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더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은 이례적이다. 중국이 중요한 전환기에 처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이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중국학
(경향신문, 2012.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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