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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욱] 결선투표제와 비례대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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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2-08-03 16:42 조회27,50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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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결선투표제 도입을 제안하는 공동성명서에 지지 서명을 했다. 그랬더니 내 지론이 비례대표제의 획기적 강화를 통해 다당제와 연립정부가 정상상태인 합의제 민주주의로 가자는 것임을 잘 알고 있는 학생들이 대체 내 입장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많이 해왔다. 말하자면 이제 비례대표제보다 결선투표제에 희망을 거느냐는 질문이었다. 이 지면을 빌려 간략하게나마 그들의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어쩌면 그들과 비슷한 의문을 가진 분들이 많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중심제이든 분권형 대통령제이든 대통령을 직접선출하는 제도를 가진 나라들은 거의 모두 결선투표제를 택하고 있다. 정통성의 확보 때문에 그렇다. 한국과 같이 1등이면 무조건 당선되는 ‘단순일위제’에서는 대개 과반에 미달하는 득표율로 대통령이 탄생한다. 노태우 대통령은 37%의 득표로 당선됐는데, 이는 결국 63%가 반대한 대통령임을 의미했다. 그러니 민주적 정통성을 의심받는 것은 당연했다. 그만이 아니었다. 민주화 이후의 대통령들은 모두 50% 이하의 득표로 당선됐다. 모두가 정통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선투표제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1차 투표에서 50%가 넘는 지지를 획득한 후보가 없을 경우엔 1등과 2등만을 상대로 2차 투표를 실시하기 때문이다.


결선투표제의 또 다른 장점은 그것이 사회적 균열을 제대로 반영하는 정책과 이념 중심의 다당제 발전을 촉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양당제를 추동하는 단순일위제의 효과와는 정반대의 경우에 해당한다. 단순일위제는 단 한차례의 선거로 1등을 가려내는 제도이므로 유권자들은 소위 ‘전략적 투표’를 행하곤 한다. 선호하는 후보가 따로 있을지라도 그가 1등이 될 가능성이 낮다면 (사표로 만들지 않기 위해) 1등이 될 만한 차선의 후보에게 표를 던진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표는 결국 대정당(후보)들에 몰리기 마련이고, 이러한 선거의 되풀이는 종국에 거대 양당제로 귀결된다.

그러나 결선투표제는 다르다. 여기에선 어차피 2차 투표가 있으므로 유권자들은 1차 투표에서 자신들의 선호를 있는 그대로 표출한다. 소정당(후보)들도 그들만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상당한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소정당들은 2차 투표를 앞두고 대정당들과 협상을 벌일 수 있다. 정당연합을 통해서만 과반 득표가 가능한 대정당들은 소정당들의 내각 참여 또는 정책 수용 요구에 반응해야 하며, 그것은 연립정부의 형성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결선투표제가 다당제는 물론 합의제 민주주의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결선투표제의 도입에 찬성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유의할 점이 있다. 결선투표제 그 자체만의 다당제 및 연립정부 유인 효과는 제한적이다. 결선투표제 국가들의 대다수는 의회선거제도도 다당제를 촉진하는 선거제도를 택하고 있다. 즉 비례대표제나 비례성이 높은 혼합형 선거제도 혹은 의원결선투표제로 의회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대통령과 의회 선거제도는 같은 성질의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대통령은 결선투표제로 뽑으면서 의원들은 소선거구 일위대표제로 선출하는 나라에서는 다당제나 연립정부가 발전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소선거구 일위대표제는 상기한 단순일위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양당제를 견인하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많은 실증 연구들도 대통령제 국가에서 다당제나 연립정부가 성공적으로 운영될 확률은 결선투표제만이 있을 때가 아니라 그것이 비례대표제와 결합할 때 비로소 유의미하게 높아진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한국의 의원선거제도는 소선거구 일위대표제 중심의 것이다. 결선투표제의 도입만으론 다당제나 연합정치가 크게 활성화될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비례대표제의 획기적 강화가 선행 혹은 병행되어야만 그 같은 정치발전이 가능하다. 결선투표제 도입에 일단 찬성하면서 비례대표제의 강화를 다시금 강조하는 이유이다.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
(경향신문, 2012.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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