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욱] 안철수 지지의 조건 > 회원칼럼·언론보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회원로그인

회원칼럼·언론보도

[최태욱] 안철수 지지의 조건

페이지 정보

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2-08-27 11:55 조회34,993회 댓글0건

본문

진보와 중도 성향 시민들의 안철수 교수에 대한 선호는 압도적이다. 현 추세대로라면 새누리당 후보에 대적할 만한 야권 후보는 오직 그뿐이다. 안 교수가 자신의 책에 쓴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안철수의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서 그를 대통령 후보로서 마음 놓고 지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생각의 옳음과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안 교수는 적어도 다음 세 가지는 분명히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시민들의 안정적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

 

첫째, 이젠 분명히 출마를 선언하고 대통령감으로서의 능력을 검증 받아야 한다. 무릇 대통령 개인이 갖고 있는 (추상도 높은) 생각을 구체적 정책으로 작성하고 그것을 현실에서 집행할 수 있는 능력은 자신만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과 정책전문가 그룹, 여야 정당들, 관료, 재벌과 대기업 등 기득권 계층, 노동자와 중소상공인 등 사회경제적 약자집단, 시민사회단체, 언론 등의 국내 주체는 물론 주요 국외 주체들과의 관계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러기에 안 교수는 자신이 이 다양한 국내외 정치 행위자들과 어떠한 관계를 맺어 그것을 어떻게 관리하고 조정해갈 것인지를 밝혀야 마땅하다. 그는 특히 대내적으로는 수구보수 진영의 정당, 관료, 재벌 등에게 발목 잡히지 않을 것이며, 대외적으로는 미국이나 중국 변수 등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와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한국 사회의 진보와 개혁을 바라는, 그래서 그의 생각에 동의하는 시민들이 그를 안심하고 지지해줄 수 있다. 그들은 지금 좋은 사상가나 정책 구상가가 아니라 유능한 실천가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그 시기와 조건은 더 고민해봐야겠지만 종국엔 민주당에 입당해야 한다. 만약 안 교수가 끝까지 시민후보로서만 대선에 임할 경우 야권의 후보단일화는 어려워질 것이다. 민주당은 해체되지 않는 한 결국 자당 후보를 낼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3파전 이상일 경우 안 교수의 당선 가능성은 크게 낮아진다. 설령 어렵사리 대통령이 된다한들 정당권력 없이 국정을 제대로 운영할 도리는 없다. 국회 내 소수당일지라도 집권여당이 있어야 다수당인 보수정당의 전횡을 견제할 수 있으며, 관료와 재벌, 국내외 주요 수구 세력들에 대한 길항력과 대응력을 그나마 지탱해갈 수 있다. 

대통령의 당적 유지는 민주주의의 기본인 책임정치 구현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국회의원들은 일을 잘하면 재선되고 못하면 낙선된다. 그렇게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런데 단임 대통령 개인에 대해서는 이 책임성을 따지기가 어렵다. 그만두면 그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민들은 대신 대통령의 소속 정당에 책임을 묻는다. 그가 잘하면 정권이 재창출되지만 못하면 정권은 다른 정당으로 넘어간다. 그러니 집권당은 대통령에 대한 ‘내부견제’에 신경을 써야 한다. 대통령의 독주와 독선이 방지되는 한 기제인 것이다. 그런데 안 교수가 당적 없이 당선된다면 그는 책임지지 않아도 괜찮은 대통령이 된다. 시민들로 하여금 ‘정치도박’을 하게 해선 안 된다. 안 교수는 입당함으로써,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당 강령에 녹여넣음으로써, 자신이 책임정치의 영역으로 들어갈 것임을 명확히 해줘야 한다.

셋째, 입당한다고 해서 당파적 과제에 매달리진 않을 것이고 대통령으로서의 권한과 역량을 초당파적, 범국민적, 미래지향적 과제인 ‘새로운 체제’의 건설에 집중할 것임을 약속해야 한다. 수많은 시민들이 안철수를 연호하는 것은 단순히 정권 교체를 바라서가 아니라 (기존 체제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그가 이제 전혀 새로운 시대를 열어주길 기대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되어 새 체제를 건설하겠다는 것은 결국 ‘정치의 힘’으로 정의·복지·평화의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는 무엇보다 한국의 정치시스템을 어떻게 개혁하여 그것으로 새 시대를 어떻게 개척해갈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 정치시스템의 세 축인 선거제도와 정당체계, 그리고 권력구조의 개혁 방향과 추진 방안을 들려줘야 할 이유이다.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교수
(경향신문, 2012. 8. 24.)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 Segyo Institute.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

TEL. 02-3143-2902 FAX. 02-3143-2903 E-Mail. segyo@segyo.org
04004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로12길 7 (서교동 475-34) 창비서교빌딩 2층 (사)세교연구소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