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주] "민주당, 쿠오바디스" > 회원칼럼·언론보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회원로그인

회원칼럼·언론보도

[이남주] "민주당, 쿠오바디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2-09-10 13:17 조회24,711회 댓글0건

본문


한창 진행되고 있는 민주통합당 대통령선거 후보선출을 위한 경선이 유권자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주기보다는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남아 있는 지역경선과 결선투표에서 극적인 드라마가 연출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민주통합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기대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이번 대선에서 야권승리의 기회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출마선언을 하지 않은 안철수와 박근혜의 경쟁률이 박빙을 유지하고 있고, 민주당에서 후보가 결정될 경우에 그의 지지율이 박근혜와 승부를 해볼 만한 범위 안으로 접근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4월 19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야권연대한 정당들의 의석수가 크게 증가했고 이들이 지역구에서 얻은 총득표수가 새누리당을 앞섰음에도 불구하고, 야권이 패배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을 만큼 국민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은 강했다. 안철수 현상에서도 변화에 대한 열망이 아직 살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여러 선거에서 확인된 바 있는 유권자들의 변화에 대한 갈망이 이번 대선에서도 어딘가로 모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민주당은 중요한 고비마다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최악의 상황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번 국민경선에서도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작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이어 대통령선거에도 후보조차 내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정당으로서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냉혹한 물음을 피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억지로 후보를 내는 것으로 위기를 면할 수도 없을 것이다. 말 그대로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왜 이 지경에 빠지게 된 것일까?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민주당이 제1야당, 혹은 진보개혁세력 내 최대정당으로서의 기득권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 결과 기회가 주어질 때마나 자신을 버리고 더 큰 것을 구하기보다는 기회에 안주하고 자기 몫 챙기기에 몰두했다. 이런 행태가 반복되며 국민들의 마음이 점차 민주통합당에서 떠난 것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안철수 현상이 자신들의 운신을 제약했다고 항변할 수도 있지만 이는 원인과 결과를 혼동한 주장이다. 적어도 올해 초부터 안철수 교수가 활동을 재개하기 이전까지 민주당에 주어진 시간과 기회는 적지 않았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안철수 현상을 지탱하고 있는 민심이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한 민주당의 진지한 성찰이 부족했던 것이다. 작년 통합 때부터 민주당 혁신에 대한 요구가 계속 제기되었지만 지금까지 어떤 지도부도 이를 주요 과제로 삼아 추진하지 않았다. 민주당 내에는 최근까지도 경선 흥행에 성공하면 그 여세를 몰아 단일화까지 밀어붙일 수 있다는 희망적 사고가 작동하고 있었다.


현재도 야권의 후보단일화 방식에 대한 여러 정치공학적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현재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감동이 있는 후보단일화가 이뤄지기는 어렵다.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존재하는 여러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민주당이 변화하고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래야 단일화도 정치공학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위한 결단으로 받아들여지고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


기독교인에 대한 박해를 피해 로마를 떠나던 베드로는 예수를 보고 “도미네 쿠오바디스(Domine, Quo Vadis,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라고 물었고 예수는 다시 십자가에 매달리기 위해 로마로 간다고 답했다. 이에 깊이 뉘우친 베드로는 다시 로마로 돌아가 순교를 했다. 민주당도 “민주당, 쿠오바디스”라는 물음에 대해 자기희생을 통한 혁신으로 답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민주당에서 누가 대선후보로 선출되는가와 관계없이 그의 첫 번째 과제는 민주당 혁신을 위한 비전과 실행프로그램을 제시하는 것이다.

설령 후보단일화에서 민주당 후보가 선택되지 않더라도, 민주당이 대선에서 자기 역할을 하고 민주당의 전통이 대선을 넘어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는 길이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중국학
(경향신문, 2012. 9. 6.)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 Segyo Institute.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

TEL. 02-3143-2902 FAX. 02-3143-2903 E-Mail. segyo@segyo.org
04004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로12길 7 (서교동 475-34) 창비서교빌딩 2층 (사)세교연구소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