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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선] 고학력 근로빈곤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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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8-04-04 08:32 조회21,7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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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구성원 가운데 한 사람 이상이 취업해 일을 하는데도, 소득이 최소한의 생활수준인 빈곤선을 넘지 못하는 계층을 ‘근로 빈곤층’이라고 한다. 통상 근로 빈곤층은 비숙련 노동자로 경쟁력을 갖지 못한 사람들로 여기지만, 최근 들어 이런 통념이 무너지고 있다. 박사 등 고학력자들이 적잖게 포함되기 때문이다.

 

현재 대학교육의 40% 이상을 맡고 있는 약 6만명의 시간강사들이 단적인 사례다. 그 절반 가까운 2만8700여명이 박사학위를 소지하고 있음에도 이들이 받는 급여는 전임교원의 4분의 1도 채 안 된다. 국립대학의 경우 시간당 4만원~4만2500원 정도고 사립대학은 그에 못미치는 경우도 꽤 많다. 고용보험이나 건강보험 등 4대 보험 혜택도 받지 못한다. 그나마도 방학기간은 수입이 끊긴다. 40대를 훌쩍 넘긴 이들은 전임이 될 가능성도 가뭇없는데 아이들은 커서 교육비 부담은 늘고 이를 감당할 대책은 없다. 오죽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하겠는가? 2000년대 들어서만 지난 2월 미국에서 목숨을 끊은 한경선 박사를 비롯한 시간강사 여섯 사람이 자살했다. 열심히 공부해 박사학위를 받았음에도 생계조차 해결하기 어려운 현실에 대한 비애를 어찌 다 표현할까?

 

이웃 일본에서도 박사과정 수료자의 상당수가 근로 빈곤층으로 전락해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고학력 워킹푸어-프리타 생산공장으로서의 대학원>이란 책을 보면, 2004년 현재 일본의 자살률은 0.024%이지만, 박사과정 수료자의 사망·실종률은 11.45%나 된다. 그들의 취업률이 50%대(인문사회 계열은 35%)에 머물고 있는 현실의 결과다. 연이은 시간강사의 자살은 우리의 처지도 과히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정부와 국회가 교원 지위만이라도 인정하게 해 달라며 211일째 농성하는 비정규교수노조의 외침을 더 외면해선 안 될 이유다.

 

권태선 논설위원

(한겨레. 2008.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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