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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땅에 떨어진 대통령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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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8-06-24 09:15 조회18,21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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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까지만 해도 모든 걸 노무현 대통령 탓으로 돌리는 말들이 난무하더니 요즘은 앉으나 서나 온통 이명박 대통령을 희화화하고 풍자하는 이야기들뿐이다.

집회에 나가보면 여학생들이 얼굴에 고양이 모양의 페이스 페인팅을 하고 다니거나 노인들이 ‘오늘은 쥐 잡는 날’이라는 구호를 들고 다닌다. 쥐를 잡자는 내용의 구호를 밤새 외치고 다니는 시위행렬이 있고, 쥐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마우스를 끌고다니는 학생도 있다.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 컨테이너박스를 쌓아 시위대를 막는 장벽을 쳤을 때 사람들은 ‘명박산성’이니 ‘쥐박산성’이니 하며 조롱했고, 한 가수가 무대에 올라 “독 안에 든 쥐”라고 하자 폭소가 쏟아졌다.

힘 바탕 밀어붙이기 이젠 안통해

가정에서건 직장에서건 위엄이 한번 땅에 떨어지면 회복하기 어려운 법인데 남은 임기 동안 어떻게 지도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 그지없다. 대통령 개인의 리더십이 회복되지 않으면 국정운영 전반에 어려움이 생기고 결국 그 피해는 다시 국민들에게 돌아오게 마련이다.

다산 선생은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지도자의 덕목으로 덕망과 위엄과 의지와 밝은 지혜를 꼽는다.

건설회사 최고경영자(CEO)형 리더십은 덕망을 토대로 하기보다는 힘을 바탕으로 한다. 화합과 설득보다는 대결과 목적 달성을 중요시한다. 소통보다는 정해진 목표대로 밀고 나가는 추진력을 중요시하며 과정중심적 사고보다 결과중심적 사고에 익숙해져 있다.

화합과 대화와 소통을 중시하며 다양성을 인정하는 수평적 리더십이 아니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대립과 싸움을 불사하며 힘으로 밀어붙이는 수직적 리더십이 과거에 성공신화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리더십으로는 조직을 이끌어 갈 수가 없다. 덕망이 있으면서 존경받는 리더십, 거기서 생기는 위엄과 권위를 지녀야 한다.

젊은이들은 힘을 바탕으로 한 리더십보다 ‘따뜻한 카리스마’를 지닌 지도자를 원한다. 정말로 소통하려는 자세를 지닌 지도자를 원한다. 국민의 이야기를 듣고 국민들이 원하는 대로 방향을 수정하는 지도자를 국민들은 만나고 싶어 한다. 대통령이 될 때 국민을 섬기는 지도자가 되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국민에게 지는 대통령이 국민을 섬기는 대통령인 것이다. 지면 어떤가? 국민을 이기려고 대통령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을 위해 일하려고 대통령을 하는 것이 아닌가?

CEO형 지도자에게는 어떤 일을 하고자 하는 의지와 그것을 관철해내는 실천적 노력이 중요하지만 백성을 위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하고 싶은 뜻이 있다 하더라도 밝지 못하면 하지 못한다”고 다산 선생은 말씀 하신다. 의지도 중요하지만 지혜롭고 밝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과 소통 따뜻한 지도자 원해

사람들의 물질적 욕망을 채워주는 일을 국정의 최고 목표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경제적으로 잘 살게 해주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천박함을 국민들은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톨스토이도 욕망의 힘 자체를 자랑하는 것이야말로 해괴한 미망이라고 했다,

욕망의 힘보다 욕망을 다스리는 힘을 자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 사이드카를 실시하여 여론의 흐름을 차단하고 비슷한 생각을 지닌 장관들 몇 명 바꾼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더구나 국민을 사탄으로 생각하는 보좌진들과 기도만 하고 있으면 해결책은 찾기 어렵다.

<도종환 시인>

(경향신문. 2008.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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