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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주] 중국은 마오쩌둥을 넘어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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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9-24 14:11 조회28,44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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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천안문광장에 서면 마오쩌둥이 중국 사회에서 차지하는 상징적 지위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광장 북쪽의 천안문에는 그의 대형 초상화가 걸려 있고, 광장 남쪽에는 그의 주검이 안치된 마오쩌둥기념관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대단한 지위도 위기에 직면한 적이 있었다.

 

1976년 9월 마오가 사망한 이후 중국에서 그의 실책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었다. 소련에서의 스탈린 격하운동처럼 중국에서도 본격적인 ‘탈마오’의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무성했다. 그러나 중국공산당은 신중했다. 중국공산당은 건국 이후 마오의 과도 많지만 혁명과 신중국 건설을 이끈 그의 공을 부정할 수 없으며 과보다 공이 더 크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마오의 상징적 지위도 계속 유지될 수 있었다.

 

빈부격차·부패 부작용에 마오 사상·정책 재조명

2004년 ‘조화사회’ 주창 개혁개방노선 조정 시도

 

하지만 현실적 차원에서는 그의 사상과 실천에 대한 해체가 진행되었다. 중국공산당이 추진하던 개혁개방정책이 마오식 사회주의 건설노선과 충돌되었기 때문이다. 개혁개방 초기에 있었던 농촌의 생산체제의 해체를 둘러싼 논란이 이를 잘 보여준다. 토지의 공동소유제는 유지하지만 경작권은 개별 농민들에게 나누어준 새로운 정책은 개혁개방정책이 대중적 지지를 받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문제는 마오가 이 정책을 자본주의를 부활시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공산당은 마오 사상의 정수는 그의 구체적인 발언과 결정이 아니라 ‘실사구시’의 방법론이라고 주장하면서, 마오가 부정했던 정책들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개혁개방 이후 30년은 개혁개방 이전 30년을 사실상 부정하는 것이라고 이해되어왔다.

 

그런데 최근 마오의 사상과 정책들이 부활하는 징조들이 출현하고 있다. 빈부격차, 배금주의, 부패 등 그의 시기에 기본적으로 사라졌던 문제들이 다시 등장하여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 그 배경이다.

 

일부에서는 개혁개방이 마오 사상이 올바르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주장한다. 마오가 과거 끊임없이 자본주의 부활을 경고할 때 많은 사람들이 이를 괜한 우려라고 생각했으나, 개혁개방이 마오의 경고가 타당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주장이다. 자본주의의 부활을 통해서만 자기 사상의 정당성을 확인할 수 있는 마오의 처지는 ‘마오쩌둥 사상의 패러독스’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들의 주장은 개혁개방 30년을 부정하고 이전의 30년을 긍정하는 것으로 귀착된다. 그러나 대약진으로 천만명 이상의 아사자가 발생하고 문화대혁명으로 인간관계가 파괴됐던 마오의 시기를 전면으로 긍정하는 논리가 지배적 견해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 주목할 움직임은 전반 30년과 후반 30년을 화해시키려는 시도이다. 과거와는 달리 개혁개방정책이 성공할 수 있는 기초를 닦은 마오의 역할과 마오식 사회주의의 유산이 적극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자본주의체제의 봉쇄 속에서 진행된 공업화, 자주국방, 국가제도의 건설, 전염병 퇴치와 영아 사망률의 저하 등이 주요 성과로 평가된다. 뿐만 아니라 중국공산당도 2004년부터 ‘조화사회’(和諧社會)론을 들고 나오며 효율과 성장을 강조해온 개혁개방노선의 조정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마오에 대한 단순한 부정이나 마오로의 회귀가 아니라 마오를 지양(止揚)하기 위한, 즉 마오와 과거 사회주의 유산과 개혁개방의 성과를 결합시키기 위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이 이 새로운 실험을 통해 억압적 사회주의와 야만적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중국학)

(한겨레. 2009.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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