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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영] 중국경제, 새로운 대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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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9-24 14:14 조회28,75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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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0년대 이전 중국은 대안을 구할 필요가 없었다. 조공무역, 은(銀) 교환의 역학관계, 세계도시의 네트워크라는 측면에서 보면, 중국은 전지구적 차원에서 정치경제의 중심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1840년대를 통하여 상황은 일변하여 중국의 하강과 서구의 상승이 극적으로 교차하였다. 포머랜츠의 표현대로, ‘대분기’가 발생하여 유럽은 천정으로 올라가고 동아시아는 바닥으로 추락한 것이다.

 

중국은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전반을 극심한 분열과 극빈상태로 지내야 했다. 인민들은 “마치 목까지 물에 잠겨 있는 상황”이어서 조금만 물결이 쳐도 숨이 막혀 죽을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1949년에 이르러서야 100여년의 혼란을 수습하고 새로운 정치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물려받은 유산은 내전으로 인한 경제적 피폐 상태였다.

 

20년간 연평균 8.5% 성장
신자유주의적 개방과 달라

‘중국, 미국 추월’이 다수설
시장-공공성 공존 찾아야

 

경제적 후진성이라는 초기조건 속에서 마오쩌둥은 고립과 자력갱생이라는 대안을 추구했다. 마오는 두 개의 혁명, 즉 신민주주의혁명과 연속혁명을 통하여 중국을 사회적·정치적으로 재구성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마오가 구상한 사회주의 대안은 실현되지 않았다. 마오의 시대는 “두 개의 세계, 하나는 이미 죽은, 다른 하나는 태어날 힘이 없는 세계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덩샤오핑은 새로운 대안을 선택했다. 그는 마오가 고립과 평등화의 방향으로 둥그렇게 구부려 놓은 활을 반대편으로 다시 구부렸다. 개방과 불평등화의 방향으로 휘어진 활에 시위를 걸어 화살을 쏘자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있어서 미국은 1890~1979년에 연평균 2.3%의 성과를 보였는데, 중국은 1979~2008년에 연평균 8.6%라는 유례없는 고도성장을 나타냈다.

 

중국이 맬더스적 상황에서 벗어나게 된 데에는 ‘개방’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 19세기의 중국은 거대한 규모와 고도의 상업적 통합 때문에 전통적 투입산출관계나 생산기술을 혁신하는 데 불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중국은 최고 수준에 이른 전통적 기술의 한계상황, 즉 고도수준균형의 함정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개방은 이러한 함정에서 벗어나는 기폭제가 되었다. 일부 지역에서 무역과 산업이 성장하고 새로운 기술훈련이 이루어지면서 요소간의 새로운 결합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개방’을 신자유주의적 의미로 해석하면 안 된다. 중국에서는 특정 단계에 시장화가 집중적으로 진행되었지만 사회적 노동 분업의 확대와 심화를 목표로 한 점진주의 개혁과 정부 행동, 교육의 거대한 팽창, 자본가 이익의 국가 이익에의 종속, 자본가간 경쟁의 실질적 촉진 등도 함께 이루어졌다. 또한 국내시장 형성과 농촌의 생활수준 개선이라는 목표도 중요하게 취급되었다.

 

중국이 고도성장이 지속되고 결국 총량 규모에서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것은 합의된 전망이다. 그러나 아직은 중국이 미국을 대체하는 대안모델이라고 단정하여 말할 수는 없다. 중국은 지금까지 미국의 대안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미국의 파트너였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은 ‘더욱 압축된 동아시아 모델’이었다. 이는 원료·중간재와 시장을 외부에 의존하고 기업·노동·농업·국가의 효율을 개선하면서 억압적 정치체제를 지속시키는 것이었다.

 

지속성을 갖는 모델이 되려면, 시장과 공공성, 개방과 사회적 연대성이 공존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중국도 2000년대 중반부터는 새로운 발전모델과 조화로운 사회를 모색하고 있다. 중국이 대안이 될지는 기존 모델의 ‘개선’ 여부에 달려 있다.

 

이일영 한신대 교수 (경제학)

(한겨레. 2009.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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