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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영] 행복도시를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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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0-05 12:34 조회27,55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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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도시 논의가 분분하다. 정부ㆍ 여당 쪽에서는 행정만으로는 도시의 자족기능을 갖추기 어려우므로 비즈니스 도시나 교육도시 안을 검토하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야당들은 충청권 민심을 의식하여 원안 고수를 주장한다. 지금과 같은 구도로 공방이 거듭되면 누구에게 유리할까?

정부ㆍ 여당과 보수언론으로서는 행복도시 공방이 부담은 되지만 크게 불리할 것은 없다. 모든 국책사업에는
비용이 따르기 마련인데, 행복도시는 투입되는 비용에 비해 성과가 높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이 문제를 미리 최대한 부각시켜 놓는 것이 유리하다. 사업을 수정할 수 있으면 지난 정권의 실정을 부각시키는 셈이 된다. 원안대로 진행한다고 해도 부작용에 대한 책임은 야당 몫이 될 것이다.

야당에 깊은 수렁 될 수도

야당, 특히 지난 정권을 계승한 민주당에게는 행복도시가 깊은 수렁으로 변할 수 있다. 우선 행복도시 문제가 지나치게 충청지역 문제로 환원되고 있다. 이에 따라 수도권이나 충청권 이외 지역의 관심사를 희석하고 경시하는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무엇보다 행복도시 논의가 '지역'의 형성과 발전이라는 애초 의도에서 너무 멀어진 것이 본질적인 문제이다.
지나친 수도권 집중의 부작용에 대한 노무현 정부의 문제의식은 지극히 타당하다. 그러나 접근 방식은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흔히 지역을 국가 단위 아래의 작은 지역으로 인식하지만, 개방화의 진전으로 국가를 넘어서는 세계적 차원의 지역이 새롭게 등장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에서는 지난 시절의 관성에 따라 두 차원의 지역을 별개로 취급하였다. '작은 지역'은 지역균형발전의 문제로, '큰 지역'은 동북아 전략의 문제로 추진되었다.

더욱이 행복도시는 초기부터 '정치적인 지역'의 문제가 되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지역의 자생력이나 국내적ㆍ국제적 분업구조상의 위치는 부차적으로 취급되었다. 시간이 지나고 비용이 투입되어도 논란이 가라앉을 수가 없다. 지금의 프레임이 변하지 않으면 예산은 정부가 쓰고 책임은 야당이 지게 되어 있다.

그러면 어찌할 것인가? 행복도시 문제는 단기적으로는 정부ㆍ여당에게, 장기적으로는 야당에게 부담이 되는 문제이다. 충청권 중심의
지방정치에서는 화급한 문제일 수밖에 없으나, 중앙정치에서는 정치투쟁의 핵심의제로 삼지 않는 것이 서로에게 좋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지만, 정당들이 좀더 차분하게 셈을 해본다면 암묵적으로나마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역에 다가서는 방식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정부ㆍ여당은 기본적으로 규제완화와 경쟁
유도의 철학에 기초해 있고, 따라서 집중과 편중을 정책적으로 시정하려는 문제의식이 깊을 수는 없다. 결국 지역을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과제는 야당과 진보개혁 세력이 주로 담당해야 하는 몫이다. 이는 매우 어렵지만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고, 정치세력 사이에 실력 경쟁을 벌여야 할 핵심적 의제이다.

교육의 역할에 주목해야

지역에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 결정적
열쇠는 교육문제에 있다고 생각한다. 노동이 유일한 생산요소였던 맬더스 경제는 지나갔다. 자본이 중요했던 솔로우 경제의 성장도 어렵게 되었다. 이제는 지속적 성장의 관건으로 기술진보가 주목되고 있다. 중앙에서 재정과 금융을 통해 자금을 배분하는 산업정책이 효과를 볼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 지역 친화적이고 고유성을 갖는 혁신 활동이 더 우수한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지역 차원의 연구개발투자, 국제적 네트워크, 인적 자본 육성에는 교육시스템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문제의 구도를 수도권과 지방의 제로섬 게임으로 가져가면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다. 새로운 기회는 지역과 교육이 서로의 혁신을 촉진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 데 있다. 지역은 교육의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 새로운 학교가 지역을 만든다
.
 
이일영 한신대 사회과학대 교수
(한국일보. 2009.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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