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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영] '지역'을 만드는 교육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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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0-28 07:48 조회20,68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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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유럽연합과 자유무역협정(FTA)에 가서명을 하고, 한중일 3국 자유무역협정도 진지하게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국내적으로는 행정구역 통합을 적극 유도하기 위해 여러 형태의 정책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면 여러 문제가 있고 무리한 추진에는 부작용이 뒤따른다. 그러나 미래로 가는 핵심 의제를 선제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낮게 평가할 수는 없다.

세계화로 '지역' 중요성 커져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국경의 중요성이 낮아지고 특히 '지역' 형성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이 더 이상 세계경제의 소비엔진이 될 수 없는 상황에서 동아시아 지역과 국내 지역의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자유무역협정이나 행정구역 통합은 자생력과 활력을 갖춘 새로운 '지역'을 형성하는 데 도움될 것이다.

문제점이나 부작용이 있다고 해서 정부를 성토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의제와 방향을 어떻게 설정하는가가 중요하다. 자유무역협정이나 행정구역 통합에 대한 찬반 공방에서 반대론이 최종 해결책으로 설득력을 갖추기는 어렵다. 대신 동아시아 지역이나 국내 지역을 어떻게 활성화시킬 것인가 하는 물음을 던져보자. 그러면 시장 통합이나 지방정부 개편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드러난다.

현 단계에서 경제성장이나 산업발전에는 자본의 크기보다는 인적 자본 또는 교육이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지금 교육제도를 둘러싼 논쟁의 구도는 다분히 이념적이다. 보수진영에서는 시장과 경쟁 요소의 도입을 주장하는 반면 진보진영에서는 형평성을 강조하고 있다. 교육과정 자체가 제도라는 틀 속에서 이루어지므로 교육의 본질이 시장적일 수는 없다. 그러나 교육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국가나 교육 관료에 의존하는 것도 좋은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결국 좋은 교육은 시장과 국가의 중간쯤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나는 그 것이 '지역'이어야 한다고 본다. 국제 지역이나 국내 지역이 발전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는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다. 인재 교육과 훈련은 지역의 정부 부문을 포함한 공공 영역의 능력 개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지역 차원에서 교육과 공공부문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조세ㆍ재정 체계의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그래야 교육과 지역이 선순환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현재는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조세의 주요 부분을 중앙정부가 받고 있는데, 이를 중앙과 지방이 나누는 분세제(分稅制)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지역이 국가의 재정자금 지원을 구걸하는 방식에서 벗어나면, 지역은 스스로의 책임 하에 지역사정에 맞는 산업을 추진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공공재와 산업의 수요에 부응하는 교육제도를 발전시키려는 유인이 마련된다.

지역에서의 교육개혁은 다양성과 창의성 제고를 기본방향으로 삼아야 한다. 중등교육 부문에서는 교장 공모제와 교사 평가제 도입이 시급하다. 학부모들이 공교육을 불신하고 사교육 부담에 스스로를 얽매는 데는 학교의 관료적 경직성 탓이 크다. 교장ㆍ교감과 교사에 대한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평가를 반영하면 학교의 체질도 강화되고 교육에 대한 신뢰가 살아날 것이다.

경계 뛰어넘는 용기를

대학도 교수 중심의 제도와 관행에서 벗어나 지역과 학생의 다양한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외부로부터 고립되고 국가의 보호를 받는 체제는 세계화와 지역화의 흐름에 어울리지 않는다. 서울대를 포함하여 국립대학은 지역대학으로 변신해야 한다. 기존 학과체제는 학생과 사회의 선택권을 제약한다. '창조적 변경(frontier)'을 개척하기 위해 경계를 넘어서는 용기를 내지 않으면, 대학은 사회의 장애물로 전락하고 만다.

지역과 교육은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관계이다. 학교와 지역을 혼합하는 새로운 거버넌스, 그 것이야말로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여는 열쇠이다.

 

이일영 한신대 사회과학대 교수

(한국일보. 2009.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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