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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일] 대박의 꿈, 자본주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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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2-11 07:14 조회18,36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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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참 근시안적이다. 역사에서 잘 배우지 못한다. 파탄을 맞이하고 나서야 뒤늦게 허둥지둥하기를 반복한다. 욕심에 눈멀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계 금융위기가 터져 나온 후로 자유시장의 신봉자들이 연이어 고해성사를 했다. 시장의 자기조절 능력을 믿은 것은 잘못이었다고. 한동안 폐기되었던 케인스 경제학이 부활하고, “정부는 가라, 시장이 해법이다”라고 외치던 신자유주의의 전도사들도 정부가 나서서 돈을 찍고 재정을 풀어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욕심은 언제나 이성보다 강해

금융시장의 효율성 가설은 폐기되고, 금융시장의 비합리성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되었다. 웃기는 얘기다. 자본주의 역사를 훑어보면 고삐 풀린 금융시장은 언제나 대형 사고를 일으킨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이론적으로도 이미 100여년 전 저명한 수학자 앙리 프왕카레가 금융시장이 효율적일 수 없는 결정적인 근거를 제시한 바 있다. 돈을 더 벌려는 욕심, 그 욕심을 강력하게 조직해내는 금융자본의 영향력은 경제학자들로 하여금 비현실적인 엉터리 이론을 만들어내게 한 것이다.

두바이월드의 채무불이행 사태로 놀란 사람들이 있다면 이것도 좀 웃기는 얘기다. 사회적 생산력과 소비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외국에서 자본을 끌어들여 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연이어 추진했다. 제 정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게 오래가지 못할 것임은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었다. 글자 그대로 사상누각 아니었던가? 그래도 투기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대박의 꿈에 들떠서 위험을 보지 않는다. 이런 일들이 끊임없이 반복되어온 역사를 보면 욕심은 이성보다 강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금융시장이 붕괴되고 기업들이 망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파탄이 올 수도 있다. 환경 파괴는 문명의 존립 자체를 위협한다. 역사를 보면 환경 파괴가 문명의 종말을 초래한 수많은 사례가 있다. 그중에서도 이스터 섬의 경우는 신비롭고도 비극적인 사례다. 모아이 석상이라 불리는 거대한 인면석상(人面石像)으로 잘 알려진 남태평양의 외딴 섬이다. 성공적으로 세워진 석상 중에서 가장 큰 것은 키가 9m80, 무게는 75t이나 된다. 커다란 나무, 튼튼한 로프, 운반용 동물 등이 존재하지 않는, 황폐하기 그지없는 이스터 섬에서 원주민들은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커다란 석상들을 세울 수 있었을까? 외계인 개입설까지 있었지만 답은 간단하다. 과거에는 환경도 좋았고 인구도 많았고 경제가 발달했다. 그러나 고립된 섬에서 인구가 팽창하면서 삼림이 점점 파괴되고 환경이 황폐화됨으로써 기근과 질병이 만연하게 되었다. 결국 부족간 분규가 심화되어 사람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문명이 붕괴되었던 것이다.

적절한 제어 없으면 사상누각

고립된 여건에서 인구가 팽창하고 문명이 발달한 결과 환경이 파괴되고, 이것이 결국 이스터 섬의 문명을 파괴했다는 사실은 지금 지구가 당면하고 있는 처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구온난화 문제는 목전에 닥친 현실이다. 그래서 코펜하겐에 각국의 지도자들이 모여서 대책을 세운다고 한다. 전망은 어둡다. 선진국들은 선진국대로, 개도국들은 또 그들대로 각각 욕심을 부리니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올 리 없다.

자본주의는 개인의 욕심을 부추겨서 기술진보와 경제성장을 일구었다. 하지만 적절한 규제로 욕심을 제어하지 못하면 그것은 사상누각이 될 것이다. 욕심에 눈먼 개인이 이성의 경고를 듣지 못하듯이 사회적으로 조직화된 욕심은 사회적 이성을 무력화시킨다. 재계의 로비와 국가간 경쟁이라는 조직화된 욕심은 대재앙의 위험도 무시한다. 이를 이겨내려면 합리적 대화를 통해 사회적 이성을 강화시켜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건설적 기능이다.

유종일 | KD ·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경향신문. 2009.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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