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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영] 한국형 복지모델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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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0-08-02 07:37 조회17,09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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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ㆍ2 지방선거는 야권이 이겼지만, 7ㆍ28 재ㆍ보궐 선거에서는 여권이 승리했다. 얼핏 보면 민심이 심하게 요동치는 것 같다. 그러나 시민의 입장에서는 삶의 수준 개선을 요구하는 열망을 일관되게 나타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극단적 이념 세력의 포로가 되었던 정치권에 변화를 불렀다. 중도실용에서 벗어났던 정부도 다시 '친서민' 행보를 내세우게 되었다.

서민과 중산층의 불안감이 증대하는 가운데 복지정책 확대 요구는 시대적 조류가 되고 있다. 4대강 사업 같은 토건사업의 강행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고 '복지국가'가 국가적 의제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보편적 복지 담론의 확산

여권에서 가장 강력한 대중적 기반을 지닌 박근혜 의원은 "아버지의 궁극적인 꿈은 복지국가 건설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박 의원의 2012년 대선 공약은 "행복을 모토로 한 복지국가 실현"이 될 것이며, 그 기초가 될 사회복지기본법의 성안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최근 대중적 촉망을 받는 나경원 의원도 복지친화적인 인물이다. 나 의원이 정치를 시작한 계기가 장애를 가진 딸이 학교에서 받은 부당한 대우 때문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선전한 나경원 의원의 장애인 정책은 서울시 정책으로 채택될 것이라고 한다.

야권에서도 복지 담론은 세를 넓혀가고 있다. 그간 진보진영에서 제기한 무상교육이나 무상의료 의제는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 문제는 뜨거운 호응을 불러 일으켰다. 과도한 이념적 잣대를 들이댄 보수진영의 '공짜 점심' 논리는 대중의 외면을 받았다. 한국 역사상 최초로 보편주의적 복지 의제가 대중화했다는 흥분 섞인 평가도 이루어졌다.

이와 같이 복지 담론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한국 정치ㆍ경제 발전에 중대한 역사적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수 시민은 천안함 사건을 이용해 냉전과 분단체제를 강화하려는 극우세력을 거부했으며, 정부가 정책 기조를 전환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또한 분열적 행태를 거듭하는 야권에도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극우 또는 극좌 세력의 퇴각은 복지친화적 세력의 전진과 연동되어 있다. 복지의 확대는 극단적 이념과 대립을 조장하는 세력의 기반을 약화시킨다. 그렇게 되면 분단체제의 질곡으로 왜곡된 근대국가를 새롭게 발전시킬 수 있다. 기형적으로 일그러진 '국가' 장치를 정상화하는 데는 보수정치의 윤리를 정립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근대국가 형성에는 비스마르크 같은 이가 필요한 것이다.

비스마르크는 새로운 독일국가가 민족 대중과 성공적으로 결합하는 것을 우선적인 과제로 삼았다. 그는 국가 형성을 위해 귀족층과 격렬한 투쟁을 전개했다. 그가 주도해 제정한 사회보장법 초안에는 보수세력의 사명이 잘 서술되어 있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돌보는 일은 국가의 의무이고 국가를 유지시키는 정책 과업이다…무산계급이 국가를 필연적 조직이고 복지를 제공하는 조직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

현실적 여건에 맞는 새 모델을

진보세력은 국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복지국가 모델의 현실성에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복지국가와 사회민주주의는 자본주의 황금기와 일국 단위의 거시경제정책이 결합된 특수하고도 역사적인 모델이다. 탈산업사회와 글로벌경제의 전개에 따라 북유럽 모델을 복제할 수 있는 환경은 사라지고 있다. 현실에 맞지 않는 복지국가 모델을 추구할 경우 '국가'의 존립기반을 위협할 수 있다.

복지 공급은 정상적인 국가의 기능이다. 그러나 국가만을 복지의 공급주체로 상정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복지 시장에서는 공정한 경쟁의 규칙을 세우고, 국가와 기업 안의 왜곡된 관료주의는 극복해야 한다. 정부의 능력을 강화하되 정부의 범위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새로운 조건에서는 새로운 복지모델이 필요하다.

 
이일영 한신대 사회과학대 교수
(한국일보. 2010.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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