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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주] 재보선 이후의 연합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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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1-04-28 20:18 조회28,68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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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이 끝났다. 생각보다 판이 커졌고, 결과가 정국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이다. 불행하게도 결과가 나오기 전에 마무리할 수밖에 없는 이 글에서는 이에 대해 논할 형편이 못된다. 여기서 선거 이야기를 하는 것은 현장감이 떨어지고 사태 전개에 뒤떨어진 이야기가 되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보선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무모한 시도를 해볼까 한다.

이번 선거 결과에 일희일비 말길

결과가 나온 후의 평가가 반드시 더 객관적이라고 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정치토론에서는 자의적으로 결과와 원인 사이에 인과관계를 구성해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실천적 검증을 무시하고 나는 언제나 옳다는 식의 독단론도 문제이다. 그러나 결과가 나오기 전에 선거과정을 평가하는 이 글이 독단론의 위험보다는 이해관계에 대한 고려에서 벗어나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하는 미덕이 더 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 재·보선 과정에서 진행된 연합정치에 대한 평가는 재·보선 결과의 평가만큼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 연합정치가 어떻게 진화되어 가는가는 이번 재·보선의 결과보다 2012년의 본선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번 재·보선에서 연합정치는 성공적으로 작동했다. 과정상 어려움이 컸지만 결국 모든 선거구에서 사실상의 1 대 1 구도를 만들어냈다. 연합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고 누구도 이러한 요구를 쉽게 외면할 수 없다는 점이 다시 확인된 것이다. 동시에 이번의 연합정치는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발해내지 못했고 새로운 정치에 대한 희망도 주지 못했다. 많은 유권자들은 여전히 희망보다는 이명박 정부를 심판해야 하느냐 마느냐라는 기준만을 갖고 투표장으로 향했을 것이다. 이 두 가지 사실은 선거결과가 어떻게 나오는가와 관계없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특정한 선거결과를 가지고 이 명백한 사실을 부정한다면 이는 선거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으로 보기 어렵다. 야권이 패배했다고 연합정치를 원하는 국민적 요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야권이 승리했다고 연합정치의 한계가 극복되는 것도 아니다.

진보개혁세력 앞에는 이번에 확인된 연합정치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과제가 놓여 있다. 지루한 정당간 협상과 벼랑끝 대치 끝에 타결이 되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새로운 정치가 싹트고 있다는 희망을 제공하지 못한 것에 대해 정당들의 성찰이 필요하다. 특히 연합정치가 기존 정당의 기득권만을 강화하고 새로운 정치세력의 진출을 가로막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우려에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으로 야권 정당들의 처지가 다소 개선되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은 진보개혁세력이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참패한 것에 큰 책임이 있다. 이들만이 주축이 되어서는 총선이라는 큰 판에서 연합정치가 성사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2012년 정국을 돌파할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내기 어려울 것이다. 자칫 야당들이 기득권 수호에 집착해 ‘그럭저럭 버티기’로 주저앉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년 대선 더 큰 ‘연합’ 만들어야

이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새로운 아이디어와 인물들이 연합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큰 판을 만들어내야 한다. 우선 이념적 차이가 적은 정당들끼리라도 합쳐 현재 정치적 기득권 구조를 흔들 수 있는 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 이러한 흐름이 대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는 그 과정에 정당개혁과 정책연합이 어느 정도까지 진행될 수 있을 것인가에 좌우될 것이다. 대통합까지 가지 않더라도 일단 소통합만으로도 연합정치가 진화하는 데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반대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사는 이를 극복한 정치세력만이 자취를 남길 수 있었다. 선거결과는 나왔다. 그렇지만 이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큰 정치와 큰 승리를 향해 나아가기를 바란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경향신문. 2011.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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