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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욱] ‘비례대표제 연대’에 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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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2-02-13 13:16 조회19,16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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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에서 새삼 당내 민주주의 논란이 커지고 있다. 독단적으로 이루어진 공천위 구성과 당명 변경이 이 문제를 촉발시켰지만, 사실 많은 의원들은 그보다는 당의 정강·정책 개정 과정에 더 큰 불만을 품고 있는 듯하다. 하긴 자기가 속해 있는 당의 성격이 의견 수렴 절차도 별로 없이 급격히 바뀌어버렸으니 그 당황스러움이야 오죽 하겠는가. 특히 그 의미나 개념도 모른 채 얼떨결에 경제민주화와 맞춤형 복지를 내세우는 중도보수 정당의 구성원이 되고만 당내 우파 수구세력들의 당혹감은 상상 이상의 것일 게다. 일반의원들의 다수가 이런 유(類)의 불만에 쌓여있을 터인데 그 상황에서 소수 지도부의 채근만으로 새누리당이 환골탈태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은 별로 높아 보이지 않는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당의 새 강령과 소속의원들의 기존 정체성 간의 괴리 문제는 민주통합당도 안고 있다. 아마도 자기 당이 경제민주화 달성과 보편주의 복지국가 건설을 목표로 삼는 중도진보 정당으로 거듭났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하고 그 목표의 실현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당의 새 강령은 당 내외의 소수 ‘선각자’들이 주도하여 작성하였을 뿐 대다수의 일반의원들은 그저 팔짱만 끼고 있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것이 작년 12월 민주통합당이 출범하며 만천하에 공표한 그 멋진 강령이 제대로 된 개혁과정을 통해 현실에서 구현될 수 있을지 심히 의심스러운 까닭 중의 하나이다.

 
이런 의심을 덜 받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우선 공천과정을 엄격히 하여 새 강령에 부합하는 진보적 정체성을 갖춘 개혁가들을 최대한 많이 골라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시민사회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한 필요조건일 뿐이지 충분조건은 결코 아니다. 우리는 과거에도 여러 번 보아왔다. 과감한 공천 물갈이를 통해 좋은 사람들이 새로 많이 들어가도 정당이나 국회가 그만큼 좋아지는 건 전혀 아니었다. 사람 못지않게 구조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기 때문일 게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구조 즉 제도 개혁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때 비로소 충분한 신뢰와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 소선거구 일위대표제 중심의 현행 선거제도에서는 경제민주화나 복지국가 등과 같은 전국적 개혁 이슈에 자신의 정치 인생을 걸 만한 의원들이 많이 나타날 수가 없다. 그런 것보다는 자기 지역구민들에게 이익이 집중되는 지역 토건 사업 등의 국지적 이슈에 몰두하는 것이 재선에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례대표제 중심의 선거제도로 전환할 경우 사정은 달라진다. 그 경우엔 대다수 시민들의 복지증대를 위한 개혁 작업에 열심인 것이 의원 자신의 선거정치에도 도움이 되는 구조가 성립한다. 시민들은 전국 수준에서의 개혁 능력이 뛰어난 정당에 표를 던질 것이고, 따라서 정당은 그런 능력을 갖춘 정치인들을 선별해 비례대표로 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민주당은 사람만이 아니라 제도 변수의 중요성도 충분히 인식하여 지금부터라도 비례대표제 강화에 힘써야 한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민주당에 의심이 가는 바가 있다. 민주당은 독일식 비례대표제 도입 등을 공동공약으로 삼아 야권연대 기구를 구성하자는 통합진보당의 제안에 대해 4주째 아무런 답을 주지 않고 있다. 양대 선거의 승리를 위해서는 물론 비례대표제의 획기적 강화를 위해서도 진보정당들과의 연대는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 그리고 그 두 차원의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이 바로 진보당이 제안한 ‘비례대표제(PR) 연대’의 결성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 훌륭한 방안을 무시하고 있다. 행여 연대 없이도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거나 비례대표제의 강화 없이도 복지국가 건설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부디 그 착각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길 바란다. 그리고 PR 연대 형성에 적극 나서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민주당은 계속 의심 받게 된다. 그 결과가 무엇일지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
(경향신문. 2012.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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