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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욱] 네덜란드 모델의 귀환, 핵심은 중도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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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3-05-03 15:28 조회16,03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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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초기 이정우 교수 등의 주도로 활발히 논의됐던 네덜란드 모델이 근 10년 만에 다시 회자되고 있다. 진보만이 아니라 보수 진영 쪽에서도 긍정적 평가가 우세하다는 것이 과거와 다른 점이다. 실업과 비정규직의 급증, 그리고 그에 따른 양극화 문제가 그만큼 심각해졌다는 것일 게다. 1982년에 체결된 바세나르협약 이후 지속되고 있는 네덜란드 사회협약체계의 본질은 무한경쟁의 세계화 시대에 발생하는 경제적 어려움을 정부가 ‘일방주의’가 아닌 ‘사회합의주의’ 방식에 의한 구조조정을 통해 해결해간다는 데에 있다. 사실 국가경쟁력의 유지 혹은 제고를 위한 구조조정을 상시적으로 수행해가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일정 정도 확보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그런데 네덜란드 정부는 그 일을 항상 노조와 사용자집단들을 (정책결정 과정의) ‘사회적 파트너’로 삼아 그들과의 대화와 타협 속에서 진행해왔다. 그 한 결과가 바로 네덜란드식 ‘유연안정성’의 확립이다.

그것은 풀타임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해고는 비교적 용이하게 하면서도, 그리하여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강화하면서도, 해당 노동자가 새로운 풀타임 직장으로 옮기거나 ‘정규직 파트타임’으로 전환하는 것은 정부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나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의 고수 등을 통해 지원함으로써 고용의 안정성은 상당 수준에서 보장해주는 시스템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특히 파트타임으로의 전환을 적극 장려했다.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고용을 창출하기 위함이었다. 대신 파트타임 노동자 보호와 법적 지위 향상에 만전을 기했다.

 

그들의 해고를 어렵게 했음은 물론 그들을 위한 사회보험의 확대 및 강화, 법정최저임금제와 유급휴가제의 도입, 그리고 풀타임직과의 동등한 시간당 임금 보장 등의 조치를 취했다. 네덜란드 파트타이머들이 대부분 정규직으로 분류되는 까닭이다. 그러니 2011년 기준 네덜란드의 파트타임 노동자 비중은 무려 37.2%로 한국의 2.8배에 이르지만 임금격차 등의 비정규직 문제가 불거지지 않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4월15일 “일자리 대타협 등에 신속한 논의가 진행되도록 노사정위원회의 가동을 적극 검토”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알고 그런 건 아니겠지만, 네덜란드에서 아홉 번째 사회협약이 체결된 나흘 후의 일이다. 지난 30여년간의 성과를 볼 때, 고용창출을 최대 목표로 하는 네덜란드의 이번 사회협약도 그 성공 가능성은 매우 높다. 한국은 어떨까? 과연 박근혜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낼 수 있을까? 3월29일자 칼럼에서 주장했듯이, 필자는 지금의 한국에서 사회합의주의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무엇보다 진영논리에 의한 대결 정치를 일삼는 양당제 국가이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모델은 좌파와 우파, 그리고 중도 정당들 사이에 협력과 연대의 정치가 강제될 때 비로소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그리고 거기서의 핵심 주체는 중도 정당이다. 네덜란드 기민당의 역할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기민당은 제2의 노조인 기독노조연합(CNV)과 양대 사용자단체의 하나인 기독경영자연합(NCW) 양측에서 지지를 받아 항상 30% 정도의 득표율을 유지하는 유력 중도 정당이다. 중도 정당의 힘이 그 정도니 좌파 및 우파 정당은 공히 자기만으론 단일정당정부를 구성할 수 없어 늘 중도 혹은 그 반대파 정당과의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좌파와 우파 세력이 혼재하여 노동과 자본 모두에 우호적인 중도 정당을 중심에 놓고 좌우파 정당들이 번갈아가며 연정을 구성하는 형태였다. 그리하여 네덜란드에는 초이념적인 연립정부가 지속돼왔고, 그렇기에 노동과 자본 양측은 자신들이 ‘포획’할 수 있는 어느 한 정당이 단독 집권한다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하여 상호 간의 사회적 대화에 전력을 다했고, 따라서 사회합의주의가 발달돼온 것이다. 네덜란드 모델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이 시기에 한국에 유력한 중도 정당이 출현하길 고대하는 이유이다.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
(경향신문, 2013.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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