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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연봉 6300만 원이 소박한 수준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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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4-01-08 16:41 조회17,51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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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가 낳은 산식(算式) 하나가 극심한 대립·갈등을 초래하고 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4000달러라면 2인 가족은 2배인 4만8000달러, 4인이면 9만6000달러(약 1억1000만 원)를 벌어야 평균이라는 산식이다.


유시민 전 장관도 이런 수식을 적용했다. 자신의 팬 카페 ‘시민광장’에 관련 글을 썼는데, 요지는 ‘19년을 근속한 코레일 소속 홑벌이 4인 가장의 연봉 6300만 원은 4인 가족 평균 국민소득의 약 절반인데, 귀족 노동자라고 하는 게 타당할까? 이게 귀족이라면 대한민국 국민 절대 다수는 양민이 아니라 천민이 될 것’이라고.


언뜻 들어 공감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큰 착각이다. 그것도 염치와 사회적 연대(상부상조) 의식은 싹 쓸어버리고, 결핍감과 억울함은 홍수처럼 흐르게 하며, 양극화와 청년 일자리 문제를 악화시키는 아주 나쁜 착각이다.


이는 GDP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한다. GDP는 1년간 국내의 모든 생산 주체가 생산한 부가가치의 총액이다. 생산 주체는 노동, 자영업자(비임금 근로자), 자본, 정부이다. GDP의 구성 요소를 보면 총취업자 2500만 명에게 근로소득 형태로 60%, 나머지 40%는 생산·수입세, 감가상각, 영업잉여(사내유보, 법인세 등)로 분배된다. 이 40%는 돌고 돌아 가계의 사업소득, 재산소득, 이전소득 등으로 들어온다.

여기서 근로소득 관련 통계를 자세히 뜯어보면, 2012년 GDP 총액 1272조5000억 원 중 임금 근로자 1771만 명의 세전 임금 총액이 584조 원으로 GDP의 45.9%였다. 한국의 경우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많은 수의 자영업자 697만 명이 벌어들인 영업 잉여는 159조 원(개인 119조 원+법인기업 40조 원)으로 GDP의 12.5%였다. 이 둘을 합치면 743조 원(584조 원+159조 원)으로 GDP의 58.4%(45.9%+12.5%)를 차지한다.


취업자 2468만 명의 평균 근로소득은 1인당 3010만 원꼴인데 이를 1인당 GDP(2545만 원)와 비교하면 1.2배 수준이다. 대략 근로소득연말정산자 1577만 명의 평균 연봉 2960만 원과 비슷하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점은 ‘평균’이 실상을 왜곡하는 경우가 많다. 1조9000억 원의 재산을 신고한 정몽준 의원을 포함시킨 뒤 국회의원들의 재산 평균을 내면 모두 1인당 100억 원을 가진 부자가 되어 버린다. 마찬가지로 수십억 원의 보수를 받는 대기업 등기이사와 고소득 자영업자와 공기업·대기업 노동자들과 월 100만∼200만 원을 받는 수백만 명을 합쳐서 도출한 평균은 임금에 대한 근로자들의 위상을 착각하게 만든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상용근로자 1인 이상을 둔 기업 근로자들의 평균 연봉 2900만 원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중간(중위)값은 2200만 원이었다. 이렇게 따지면 코레일 직원들의 평균 임금은 상위 10%(250만 명) 안에 들게 된다.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GDP의 60% 내외를 총 인구의 50∼60%를 차지하는 취업자가 근로소득 형태로 갖는다. 그런데 이 나라들은 임금 근로자 비중이 90% 내외(한국은 70%대 초반)라서 취업자 및 임금 근로자의 평균 연봉이 국민 1인당 GDP에 근접한다. 다시 말해 1인당 GDP가 5만 달러이면 임금 근로자들의 평균 연봉도 5만 달러에 가깝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코레일 같은 곳에서 일하는 현지 사람들의 평균 연봉(우리는 GDP의 2.6배)도 국민 1인당 GDP에 근접하며, 고소득 전문직도 1인당 GDP의 2∼3배 수준이다. 한국은 고소득 전문직의 경우 4∼6배를 받는다. 그만큼 우리의 임금 양극화가 심하다는 뜻이다.

선진국 근로자들은 노동시간도 짧고, 고용률이 높으며, 부부 맞벌이가 일반적이고, 교육과 부동산으로 인한 고비용 구조도 없다. 그러나 현재 한국 근로자들의 임금과 관련된 욕망과 기대는 아내는 집에서 살림만 하고, 남성 가장이 두 사람 분의 일을 해서 두 사람 몫을, 그것도 정년까지 받아오던 시대의 산물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변했다. 2인 가구 가장이 4만8000달러, 4인 가구 가장이 9만6000달러를 근로소득으로 버는, 모두가 귀족이 되는 사회? 절대 불가능하다. 고용률 및 임금 근로자 비율은 올리되 욕망과 기대도, 소모적 경쟁 비용도 대폭 낮춰야 한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

(동아일보, 201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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