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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렬] 권력을 두려워하는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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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03-28 20:20 조회32,88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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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시절, 그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대통령에게 막 하자는 것이냐, 언제 대통령으로 대접한 적 있느냐, 대통령 못 해먹겠다” 같은 말을 하는 걸 보고,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분이 왜 그러는 걸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당시에 나는 전북 부안 핵폐기장 건설사업을 심하게 비판했고, 대통령은 이러한 비판에 대해 여러 방식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강행의지를 보였기에 그 이유를 더 알고 싶었던 것 같다. 그때 나름대로 생각해낸 답이 권력이라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아마 이런 마음이 있었다면 부안의 저항을 그렇게 다루지는 않았을 것이고, 대통령 못 해먹겠다 같은 말을 하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해방 후 우리나라 권력자들에게 권력이란 쟁취하고, 행사하고, 유지하는 것이었다. 이들 중 어느 권력자도 그 권력 자체를 두려워하는 마음은 없었던 것 같다. 그들이 가졌을 법한 두려움이라면, 독재자들에게는 권력유지를 못하게 될 것에 대한 두려움, 민주화 후의 대통령에게는 정권교체로 권력연장이 안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정도였을 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이 권력을 내가 정말 감당할 수 있는 걸까, 내가 지금 권력을 올바로 행사하는 걸까같이 권력을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생각이나 고민은 없었을 것이다.


권력자들 중에서 권력이라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털끝만큼도 없었던 사람은 박근혜였을 것이다. 그는 이명박 같은 권력자도 가졌을 법한 정권교체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을 것 같다. 이명박 정권의 두려움은 정권연장을 위해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을 동원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박근혜는 그런 두려움도 없이 오직 권력 행사에만 집중했고, 그 결말은 파면이었다.


박근혜가 파면된 후 꽤 많은 대통령 지원자들이 등장했다. 모두 스스로 대통령감이라고 자신한다. 표를 얻기 위한 말과 공약도 연일 쏟아낸다. 나는 이런 말이나 공약에 관심이 가지 않는다. 주된 관심거리는 그들이 권력이라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는지, 그리고 그런 마음을 조금이라도 갖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이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세월호 참사, 용산 참사, 블랙리스트, 민간인 사찰, 언론 파괴, 4대강 파괴, 재벌기업과의 거래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통령 지원자들에게 이런 두려움이 있는 것 같지 않다. 수구 쪽 지원자들에게는 그걸 조금도 기대하지 않지만, 개혁적이라는 분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두려움의 마음은 바로 지금 자신의 권력행사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접할 때 생겨날 수 있다. 대통령 지원자들은 권력을 잡은 다음, 전임자들의 권력 행사가 구체적인 국민에게 어떤 고통을 주었는지 세밀하게 밝혀내고, 그 과정과 결과를 스스로 공부할 때 두려움의 마음을 얻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대통령 지원자들이 권력을 잡은 후 한 가지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이것은 취임 후 즉시 전임자들이 권력행사를 통해 국민에게 고통을 준 사례를 하나하나 조사하는 위원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때 대통령은 스스로 위원장이 되어 조사를 독려하고 구체적인 조사결과를 수시로 보고받아야 한다. 조사가 마무리되면 피해자 개개인에 대한 기록물 보관처를 만들어 피해 당사자가 원하는 경우 관련된 조사자료를 모두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후략)



이필렬 방송대 문화교양학부 교수 

(경향신문, 2017년 3월 23일)


기사 전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3232120015&code=9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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