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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경] 공동체에는 공동자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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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7-12-05 10:47 조회34,70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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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nongmin.com/opinion/OPP/SWE/FST/284505/view


지난달 촛불 1주년을 맞았다. 그새 전직 대통령은 탄핵돼 구치소에 갇혀 재판을 받고 있고, 새 대통령이 선출됐다. 그러자 그때까지 그렇게 어렵게만 보이던 세월호의 인양이 어느 날 이뤄졌다. 세상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많은 적폐와 풀리지 않은 억울함이 많이 남아 있지만, 그럼에도 새 정부의 태도뿐만 아니라 사회 분위기상으로도 많은 것이 달라졌음을 부인하긴 어렵다.

그 가운데 꼽을 수 있는 것이 공공성, 그것도 시민이 주체가 되는 공동체의 자치적 공공성에 대해 높아진 관심이다. 2016년 초만 해도 각자도생이 대단한 시대정신이라도 되는 듯, 개인이 단위가 된 경쟁의 삶을 부정할 수 없는 대세로 받아들이던 것에 비하면 큰 변화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21세기에 들어 이뤄지는 다양한 운동에서 중요한 특징은 커먼스(commons) 혹은 공동자원이라고 할 만한 것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을숲·마을목장· 마을어장이나 하천·저수지같이 전통적으로 공동체가 함께 관리하고 사용해오던 공동자원은 물론이고, 도시에서도 토지와 공간·공공서비스 등에서 함께 누리고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을 지키거나 새로 만들어내려는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토지·물·공간뿐만 아니라 시간·창의성·공공서비스·돌봄 등은 인간이 삶을 꾸려가는 데 필수적인 자원이기 때문에 누구든 어느 선까지는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이러한 자원들은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는 물건으로 취급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국가가 개인 삶의 문제를 모두 해결해줄 것이라 기대하기도 어려우며, 요즘 세상에 가족만 믿고 있기도 어렵다.

결국 삶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면 국가나 시장·가족이 아닌 공동체가 필요하다. 이때의 공동체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구성원들 사이에 자유롭고 평등한 관계가 보장되는 공동체일 것이다. 또한 공동체가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활용할 수 있는 적절한 자원도 필요하다. 이는 마을숲이나 목장·지하수와 같은 이미 가진 공동자원을 잘 보존하고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이제까지 없던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거나 공적 지원을 받아 새로운 자원을 함께 창출해내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공동자원을 함께 관리한다는 것은 단지 자원을 잘 활용해서 물질적으로 더 잘살게 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마을의 생태환경을 지키는 일은 대부분 마을의 사람들을 돌보는 일과 연결돼 있다.

공동자원을 잘 활용해 성공적으로 마을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으로 평가받는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동백동산마을을 보자. 마을숲을 가꾸고 생태관광을 활성화하면서, 동시에 노인과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마을활동의 중심축인 게 우연은 아니다. 마을숲과 습지에 대한 이들의 구술은 공동체가 자연을 관리해온 역사를 복원해 마을의 공동자원으로서 동백동산을 지키고 생태관광을 운영하기 위한 자료가 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어린이와 학생들이 이렇게 노인들로부터 지식을 전수받는 과정 자체가 공동체 안에서 노인들에게 의미 있는 역할을 찾아줌으로써 세대간에 만나야 할 이유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된다. 이런 세대간의 만남은 그 자체로 노인들의 일상을 확인하고 지켜주는 돌봄의 한 형태이기도 하다. 생태관광이 활성화되면서 마을은 활기를 띠게 되고, 학생수가 계속 줄던 학교도 되살아나고 있다. 숲이 그저 보존의 대상으로만 여겨졌을 때보다 마을에서 함께 가꾸고 공동의 자원으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삶을 얻게 됐으며, 공동체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되는 것이다. (후략)


백영경 한국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교수
(농민신문, 2017년 11월 22일)

원문보기: https://www.nongmin.com/opinion/OPP/SWE/FST/284505/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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