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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경] 분단을 끝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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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8-05-28 17:05 조회36,62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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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는 정말 대한민국의 특징을 잘 잡아낸 말이다. 2017년까지만 해도 전쟁의 불안감을 떨치기 어려웠던 한반도에서 올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번에 남북정상은 한반도평화와 번영, 통일에 힘쓸 것을 합의했다. 무엇보다 서로 손을 잡고 가볍게 군사분계선을 넘나드는 모습은 남북간 적대의 장벽이 한순간에 허물어지고, 이번에야말로 분단 70년 역사에 큰 전환점이 올 것이란 기대를 낳기에 충분했다. 오랫동안 중단됐던 이산가족들의 만남과 민간교류에 대한 희망도 피어올랐다. 나아가 언론은 아시아를 건너고 유럽대륙을 지나 대서양까지 철도가 이어지는 일이 꿈이 아니라 곧 이뤄질 일인 양 다루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남북상황이 또다시 급작스럽게 변하고 있다. 정상회담 이후 너무 쉽게 낙관론으로 달려왔던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다. 며칠 사이에 남북고위급회담이 취소되고, 북한이 남한 정부에 대해서 엄중 경고를 하는 등 난기류가 흐르고 있어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처음부터 남북간의 관계개선에 부정적이었던 이들은 ‘역시나’라면서 처음부터 북한을 믿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고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반면 남북관계가 급진전하는 상황에 희망을 걸던 이들은 큰일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이 정도 삐걱거림과 밀고 당김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이라는 큰 흐름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 믿는다.

사실 분단상황이 70년간 이어져왔음을 기억한다면 분단의 극복이 하루아침에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더 비현실적이다. 한반도에 사는 많은 이들에게 분단은 태어나기 이전부터 시작돼 생애 전체를 규정해온 기본조건을 이루게 했다. 그러니 내 삶을 변화시키는 노력 없이도 분단이 끝나고 한반도에 평화가 오리라 생각한다면 곤란하다.

이미 오래전 김남주 시인은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노래하지 않았던가. 그는 이웃과 연대하기보다는 의심하고, 열심히 일하지만 잘살 수 없는 부조리한 현실에도 삼팔선이 있다고 했다. 우리 사회에서 남성우월의 성차별과 기득권의 갑질이 이토록 기승을 부리는 것 역시 사실 오랜 분단체제의 효과라고 생각하면, 미투를 불러온 현실과 갑질논란을 만드는 재벌들의 행태 역시 우리 사회의 중요한 삼팔선일 터이다. (후략)

 

 

백영경 한국방송통신대 교양학부 교수
(농민신문, 2018년 5월 23일)

원문 보기: https://www.nongmin.com/opinion/OPP/SWE/FRE/291213/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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