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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영] 여운형의 길과 중도의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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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8-07-27 09:38 조회32,13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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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7월27일은 3년여의 한국전쟁을 중단하는 정전협정이 조인된 날이다. 전쟁은 분단의 소산이었으며 분단을 체제화했다. 중도의 길이 말살되면서 통일과 평화 대신 분단과 전쟁의 길로 들어섰다.

 
해방 직후 중도의 길을 제시한 정치인은 몽양 여운형이다. 여운형은 해방공간에서 중도노선의 좌우합작운동을 전개하던 중 1947년 7월19일 혜화동 로터리에서 암살범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이승만은 반공반소 노선에 입각하여 단독정부 수립을 추진했고, 4·19혁명에 의해 축출되었다. 그가 망명지 하와이에서 생을 마감한 것은 1965년 7월19일인데, 이는 우연히도 여운형의 기일이었다. 이승만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분단체제는 계속 공고해졌다. 그리고 2018년 들어 분단체제는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여운형의 길과 이승만의 길은 해방 직후 주어진 현실 가능한 두 개의 길이었다. 미·소 간 냉전 때문에 이승만의 길이 유일한 길이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미군정은 극좌세력을 억압했지만 온건한 좌우합작에 부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결정적인 것은 정치세력들의 분열이었다.


좌우익이 완전히 분열된 것은 1945년 말 제기된 신탁통치 문제 때문이었다. 1946년 1월 여운형의 주선으로 좌우익을 망라한 여러 정파가 모여 신탁통치 문제는 정부 수립 이후 해결하자는 중재안에 합의했으나 그 합의는 하루 만에 깨지고 말았다. 이승만은 1946년 6월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을 주장하는 ‘정읍발언’을 내놓았다. 이 시기부터 미군정과 박헌영 세력은 정면충돌했다. 여운형의 좌우합작 노선은 좌우익 양쪽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1947년 7월 여운형 암살 이후 미·소공동위원회도 1947년 10월 최종 결렬된다. 이로써 한반도 통일정부 수립의 가능성은 사라졌고, 남북한은 각각 단독정부를 수립하는 길로 들어섰다. 1947년 10월 중국의 국공내전 전면전화, 1948년 말 중국공산당의 내전 승리를 거치면서 미·중 갈등, 북·중·소 연계가 진행되었다. 이러한 흐름이 결국 1950~1953년 한국전쟁으로 이어졌다.


이제 돌고 돌아 한반도는 다시 여운형의 길이 열리는 지점에 서있다. 해방 직후의 체제전환기에 여운형은 쓰러졌지만, 이제 다시 남북 협상, 북·미 협상이 진행되는 시기를 맞았다. 분단체제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에서는 국내외적으로 숱한 갈등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있다. 중도노선의 좌절은 분단체제를 강화시킨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여운형 암살이 한민당과 친일세력이 미군정을 장악하면서 좌우 대립구도를 형성하여 중도세력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해방 직후 테러세력은 좌우익을 오가면서 널리 퍼져 있었다. 정치세력들 간의 과도한 분열과 열광 속에서 여운형 암살이 이루어졌다는 것이 보다 사실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여운형 노선의 핵심은 국제주의에 입각한 중도주의이다. 그는 한반도 분단에 압도적 영향을 미치는 미·소의 대립 상황을 깊이 성찰했고 그 때문에 중간적 길이 평화적 통일의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여운형은 미국과 소련에 대해 ‘협조’하면서 독자적인 제3의 발전노선을 추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고마운 두 손님을 잘 모시다가 하루바삐 두 손님을 모셔 보내고 우리 손으로 우리 살림을 꾸려나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현재 한반도는 분단체제의 해체 과정이 진행 중이다. 우선 북·미 협상이 시작되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미국은 북핵보다는 미·중 무역전쟁이 ‘미국 우선’의 목표에 더 중요한 것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 북한도 핵무력 완성 이상의 협상카드를 만들기는 어렵다. 비핵화 협상이 쉽게 타결되지는 않겠지만, 협상과정을 통해 북한과 미국이 서로 양보할 수 있는 수준을 탐색하게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 협상을 북·미 협상으로 연결시키는 중요 역할을 수행했다. 수구 보수의 전횡을 견제하려는 촛불시민의 힘이 평화체제로 이행하려는 동력이 되었다. 경제정책에서도 세계체제 및 분단체제 전환을 고려한 중도주의의 비전을 갖춰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경제개혁 의지에 대한 진보개혁 진영의 비판 여론이 높다. 그러나 그간 경제정책 성과를 부정적으로 보는 바닥 민심에 대한 반응도 필요하다. 그간 소득주도성장론과 혁신성장론의 혼선이 촛불시민연합의 균열을 만들어냈다. 글로벌 무역전쟁과 산업혁신의 정체 속에서 중소기업, 소상공인, 최하층 빈곤층에 주로 구조조정의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후략)

 

 

이일영 한신대 사회혁신경영대학원장
(경향신문, 2018년 7월 25일)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7252023005&code=990100#csidxa332d376d4ca1229e13d91d672812d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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