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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학문 연구자의 보호가 절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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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9-07-11 13:13 조회3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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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 연구자를 보호할 이유는 많지만 딱 한가지만 들어보자. 굴곡 심한 근대화 과정에서 이웃나라의 식민 통치를 겪은 터에 우리는 자신의 말과 역사를 상실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다. 자신의 언어와 역사를 제대로 알고 지키기 위해서는 당연히 학문 연구가 필요하다. 이뿐이랴. 우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남을 잘 알아야 하니 외국의 역사와 문화, 정치와 경제를 연구하는 이 또한 많아야 한다.

 

‘강사법’ 논란 속에 학문 연구자 보호와 육성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우수한 학문 연구자를 키워 활용하려면 장기적 비전 위에서 탄탄한 학술정책의 수립과 집행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 대학의 전반적인 부실과 학술정책의 실종은 심각하며, 인문사회과학 분야는 더욱 그러하다.

 

학술정책을 포함한 고등교육 발전에는 많은 예산이 든다. 이 말에 의아해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복지 등 정부 재정이 급한 곳이 한둘이 아니며 경제 전망도 불투명한데, 어떻게 고등교육에만 큰돈을 쓴다는 말인가.

 

그러나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투자를 해야 한다. 우리의 고등교육 정부재정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하위권이며, 교수 1인당 학생 수, 학생 1인당 교육비가 밑바닥이다. 후자는 심지어 국내 초·중등학생 1인당 교육비보다 못한 실정이다. ‘반값등록금’의 명분 아래 등록금은 묶고 고등교육재정은 늘리지 않았던 탓이다. 반면에 선진국들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의 시대가 몰고 오는 질적 변화에 대비하고자 고등교육재정을 늘려왔다. 우리의 학문연구와 고등교육의 경쟁력은 추락하고 있다.

 

의지만 있다면 예산은 늘릴 수 있다. 박근혜 정권도 반값등록금 공약 이행을 위해 3천억원대에 불과했던 국가장학금을 4년 만에 4조원대로 늘렸다. 잘못 설계된 운영 방식이 문제이지만, 개혁을 통해 고등교육의 재정기반으로 바꿀 수 있다. 또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약 1조3천억원을 단번에 투입해 앞선 정권이 일으킨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갈등을 해결했다.

 

학술정책을 위해 내년에 단 1천억~2천억원만 예산을 늘려도 좋다. 단, 앞으로 10년에 걸쳐 일관된 증액을 통해 연 4조~5조원까지 늘려야 한다. 우리의 경제 규모에 비춰 이런 단계적인 재정 확충은 결코 무리하지 않다.

 

벼랑 끝에 선 인문사회 분야의 학문 연구자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을 따져보자. 이 분야의 비전임 연구자 3만여명 중에서 2016~2018년의 3년간 한국연구재단의 각종 지원사업 신청자는 평균 4300명 안팎으로 전체의 15%에도 못 미친다. 그 이유는 열악한 여건 속에 연구실적을 쌓지 못했거나 낮은 선정 비율에 낙담해 아예 지원을 포기한 탓이다. 물론 부실 대학이 배출한 부실한 박사도 없지 않다.

 

내년부터 교육부가 시행할 ‘인문사회 분야 학술연구교수’를 지원 기간과 액수가 달라 복잡한 1, 2유형이 아닌 단일 유형으로 하고 4천명을 선발하면, 총 1600억원(급여 연 4천만원 기준)으로 연구실적을 채운 연구자 대다수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 여기에 학위를 새로 따게 될 신진 학자 등을 고려하여 선발인원을 연 500명씩 10년 동안 늘리면 최종적으로 9천명에게 연구에 전념할 최소한의 여건을 마련해주게 된다. 10년 후 필요 예산은 연 3600억원이다. 이 예산은 코앞에 닥친 가혹한 대학 통폐합에도 불구하고 학문을 지키고 발전시킬 소중한 안전장치가 될 것이다.

 

또 인문사회계도 이공계처럼 박사과정 생활장학금이 필수적이다. 지금은 국내에서 공부하는 일이 유학보다 비용이 더 들며, 인재 양성을 국외 대학에 의존하는 ‘식민지적 구조’를 못 벗어나고 있다. 대학원 정비와 개혁을 전제로 매년 박사과정생 1만명에게 월 150만원의 생활장학금을 주면 연 1800억원이며, 등록금 면제 등을 포함하면 좀 더 늘어난다.

 

10년 후 인문사회 분야 연구교수 9천명과 박사과정생 1만명을 위한 예산은 물가인상 등의 요인을 고려해도 연 6천억~7천억원이다. 이 정도는 투자해야 마땅하며, 장단기 정책 수립과 효율적 예산 배정을 맡을 학술정책기구도 세워야 한다. 이 기구의 설립 또한 관련된 기존 기관의 기능을 조율하며 단계적으로 갈 수 있다.

 

김명환. 서울대 영문과 교수

한겨레신문. 2019년 7월 9일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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