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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영] '조국 논란'의 이면, 시스템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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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9-09-16 10:25 조회16,70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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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한 달간 온 나라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논란에 휩싸여 있다. 격한 대립의 이면에 거대한 균열선이 드러났다. “조 후보자는 ‘계급’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젖혔다”거나, “386세대가 아랫세대의 성장을 억압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계급과 세대 문제를 드러낸 것은 이제 논의의 시작일 뿐이다. 평등은 인간다움을 향한 문명적 사회정신이고, 평등의 증진에는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당장 발밑과 주위에는 경제적 위험이 깔려 있다.  

 

당면한 위험에 대한 사회적인 방비가 없으면, 개인들은 각자도생 행동으로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 위험 감각이 상시화하면, 성장과 개혁의 전망이 약화되고, 평등한 인간들의 공동체에 대한 비관과 허무감이 확산된다. 이것이 진정한 위기다.

 

블랙홀 같은 논란 속에서 경제 현안이 시선에서 사라진 것도 위험한 형국이다. 경제정책 당국은 본분을 다해 시스템 위험 신호를 주시해야 한다. 위험이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비할 수도 있다. 세계시스템과 국내시스템 차원에서의 위험을 경비하기 바란다.  

 

첫째, 전 세계적 차원에서의 침체국면에 대비해야 한다. 지난 7월 말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것을 계기로 경기침체를 예상하는 시각은 분명해졌다. 단기국채 금리가 장기국채 금리보다 높아지는 것이 경기침체의 징후로 이야기된다. 장단기 금리 역전 이후 경기침체가 나타날 때까지 걸린 시기는 1978년 이후 기준으로는 평균 22개월, 2차 대전 이후를 기준으로는 평균 11개월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세계경제에 큰 어려움이 오는 시기는 2020년 7~8월 또는 2021년 6~7월로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조건을 감안하여 정책당국은 국내시장 상황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 경제주체들은 환경변화의 불안감을 심하게 느끼고 있다. 한·일 갈등은 물론이고, 한·미, 남북 관계의 상황도 투자 및 소비 심리를 억누르고 있다. 7월 초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서 8월 하순 한국의 지소미아 파기 발표에 이르는 기간 동안 경제심리는 살얼음판 위를 지나왔다. 종합주가지수는 6월 마지막 주 2122~2134에서 8월 마지막 주 1916~1968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주식시장이 폭락 장세까지는 아니었지만, 향후 주가 하락에 대비하라는 것은 이제 평범한 권고가 되고 있다. 내외적 위험이 겹쳐 초대형 퍼펙트스톰이 휩쓰는 위기 상황은 미리 차단해야 한다. 경제 및 외교·안보 분야 당국자들 모두 절제된 언어, 품위 있는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가급적 2020년 중반 이전까지는 한·일 갈등을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둘째, 계급·계층 간, 세대 간 불평등이 지역 불평등과 중첩되는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지역 차원에서 불평등의 감각을 매개로 한 정치적 동원이 이루어지면, 국내시스템 전체에 대한 위기로 전화될 수 있다. 지역은 그 속에 여러 사회적 계기가 혼합되어 있지만, 확고한 실체를 가진 존재이기도 하다. 지역은 거주민에게는 자기정체성의 중요한 토대이고 강력한 정서적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다. 지역에는 강력한 정치적 속성이 있다.  

 

지역은 생산시스템과 자산시스템 속에서 존재한다. 생산시스템과 자산시스템 안에서의 격차는 공간적 분업과 지역 간 격차의 외양으로 나타난다. 한국에서는 조립가공형 제조업을 주축으로 한 성장시스템이 구축되었다. 이 시스템 속에서 서울과 수도권은 구상 기능을 수행하고 영남과 호남 일부 지역의 공업도시에서 실행 기능을 나누어 가졌다.  

 

그러나 지금은 뉴노멀 시대다. 미·중 갈등, 한·일 갈등, 4차 산업혁명 등 시스템 변동 속에서, 그간 공간 분업의 틀이 무너지고 있다. 동남권과 서남권 제조업 지역은 구조조정 중이다. 군산, 거제, 통영, 영암, 울산 등은 위험에 빠져 있다. 성장체제에서 아예 배제되어 있던 낙후 지역들은 저출산·고령화의 심화로 ‘지방소멸’ 위험에 직면했다. 정치적 반란을 막으려면, 구상과 실행이 결합된 광역지역 공간을 만들어내야 한다.  

               

지역 간 자산 격차는 생산 격차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수도권 우위가 절대적이고 양극화 경향은 더 심해지고 있다. 특히 서울이 문제다. 2015~2018년 주택 실질가격은, 서울이 매년 3%씩 상승했고, 지방은 1.5% 하락했다. 그중에서도 강남 3구는 자산가격의 선도자 역할을 하고 있다. 가격 안정화를 위한 정책수단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합의를 통해 흔들리지 않는 목표를 세우고, 분양가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보유세 등 효과적 정책믹스를 구사하기를 기대한다.

 

이일영 한신대 경제학과

 

경향신문 2019년 9월 3일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9032053015&code=990100#csidxc2687138efd6f78a96d9395a4409ed1 onebyone.gif?action_id=c2687138efd6f78a96d9395a4409e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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