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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경] 건강한 새해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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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0-02-13 14:30 조회12,20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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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과 함께 서로의 건강을 빌었던 인사가 무색하게, 설이 지난 우리나라의 최대 현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이다.

중국 후베이성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는 관광객 입국제한 조치부터 학교 학사일정 조정까지 일상을 뒤흔들어놓고 있는 중이다. 한국에서도 벌써 두자릿수의 감염자가 나왔다.

전염성이 강하고 치사율도 일반 독감을 훨씬 뛰어넘는다고 알려진 신종 전염병이 돌게 되면 불안과 공포가 확산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특히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이후 2009년 신종플루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을 거치면서 한국사회의 전염병에 대한 기억은 아주 생생하다.

이렇게 신종 전염병이 거듭 발생하면서 방역당국과 일반 시민들 모두 전염병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대응하는 능력을 키워올 수 있었다. 외출할 때 마스크를 쓰고 손을 여러번 씻는 것은 당연하고, 증상이 없어도 자가격리를 한다든가 검진을 받는 것과 같은 행동수칙도 많이 알려졌다.

그러나 전염병에 대한 사회적 대처에는 여전히 아쉬운 점이 있다. 신종 코로나가 후베이성 우한에서 유래했으며, 처음 인간으로 전염시킨 매개체가 아마도 박쥐였을 거라고 알려지면서 중국인에 대한 혐오가 이어졌다. 음식점과 상점에서는 공공연하게 중국인 여행객을 거절했고, 중국인의 식습관을 비하하는 보도들이 쏟아졌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혐오가 개인들의 무지와 두려움의 차원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라, 총선을 앞두고 비난하기 바쁜 정치권과 일부 상업성을 띤 언론이 앞장서 저지른 일이라는 점이다.

늦었다거나 부족하다는 비난에 시달리다보니 정부의 대응은 어정쩡했다. 중국인 입국을 거절하라는 압력을 받던 끝에 사태의 진원지인 후베이성을 경유한 외국인들의 입국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이는 이미 감염증이 중국 전역으로 확대된 상태에서 시민들의 불안을 잠재우기에도 충분하지 않을 뿐 아니라 국제보건이나 인권규범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따라서 실효도 의심스러운 일부 입국제한 조치보다는 관련학회의 권고대로 차라리 입국제한은 두지 않되 중국발 입국자 전체에 대해 자가격리를 의무화하는 편이 나았을 거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미 일어났고 결국은 잦아들게 될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이번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후변화와 잦은 국제교류, 인구밀집화와 자연을 개발하고 훼손하는 행위는 인간의 삶을 더욱 위험하고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물론 이러한 위기를 더 크게 겪는 지역이 있고, 그중에서도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과 노약자들이 더 큰 위험에 노출된다. 하지만 전염병문제는 이 위기에서 자유로울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 역시 보여준다. 새해에 건강하려면 내 한몸을 돌보는 데 그치지 않고 기후부터 정치까지 세상의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야 한다.

 

백영경 제주대 사회학과 교수

 

농민신문 2020년 2월5일

원문보기 : https://www.nongmin.com/opinion/OPP/SWE/FRE/319309/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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