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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경] 먹고 노는 게 더 큰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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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0-06-01 15:19 조회9,52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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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3월초부터 79일 동안 5차례에 걸쳐 연기를 거듭하던 ‘등교개학’이 드디어 시작됐다. 언제 실용화될지 모르는 백신이 보급되기 전까지 코로나19의 기세는 꺾이지 않을 거라니 등교를 무조건 미룰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발적 감염과 지역 감염 확산세로 한때 한자리대로 떨어졌던 신규 확진자는 오히려 등교개학을 시작한 현재 꾸준히 두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감염 확산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학생들을 맞이한 학교와 교사들의 고충은 적지 않다. 

그러다보니 “입시가 뭐라고 등교개학을 강행하느냐”는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런 반대 의견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온라인 수업이 학습효과만 놓고 보면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있어서다. 갑자기 아무런 준비도 없이 시작한 온라인 수업이었지만 억지로 하다보니 익숙해졌다는 교사들도 나오는 중이다. 상황이 지속돼 준비 시간이 갖춰진다면 온라인 교육의 질은 더 개선될 것이 분명하다.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봐도 대면 수업의 학습효과가 더 높고 원격 수업은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어떤 원격 수업이냐가 문제지 비대면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질 낮은 교육이라는 근거는 없다. 물론 원격 수업을 교육 대상의 연령이나 수준, 특성을 고려해서 설계하고 시행하는 일은 쉽지 않으며 경험 없는 교수나 교사들이 의욕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이상적인 방식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적절히 배합해 각각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그러니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속해야 할 상황이 길어지는 지금 시점엔, 이제까지 학교가 해왔던 일 가운데 온라인 강의로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지 않으면 안된다. 실제로 정보의 전달이라는 것은 학교의 여러 기능 가운데 비대면 수업이 상대적으로 제일 쉽게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원하는 시간에 반복해서 학습할 수 있다는 장점도 무시하기 어렵다. 반면 비대면으로 해결할 수 없는 학교의 기능은 서로 만나서 어울리고 부딪치는 경험, 어떻게 살고 있는지 확인하는 일, 함께 떠들며 학교가 주는 ‘차별 없는 밥 한끼’를 같이 먹고 노는 일이다. 이는 학생의 연령이 어릴수록 더 그렇겠지만 대학이라고 해도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코로나19 시대가 지속될수록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것들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생각해보면 정보·지식의 전달에서 유튜브나 인터넷 강의, 학원 등 학교 밖 기관이나 매체들의 중요성이 커지기 시작한 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평가나 졸업장 말고는 학교의 존재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학원조차도 방과 후 돌봄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 역시 제일 먼저 챙겨야 할 일은 결국은 먹고 노는 일을 포함해서 학생들을 어떻게 돌볼 것이냐가 아닐 수 없다. 세상이 아무리 바뀐다고 해도 사라지지도 않고 사라져서도 안되는 교육의 역할은 돌봄에 있기 때문이다. 

 

백영경 제주대 사회학과 교수

 

농민신문 2020년 5월27일

원문보기 : https://www.nongmin.com/opinion/OPP/SWE/FRE/322776/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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