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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주]미중 정상회담 전망과 중국의 대미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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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2-08-01 12:19 조회3,00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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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이목이 여전히 우크라이나전쟁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문제에 쏠린 가운데 중국과 미국 사이의 접촉이 빈번해지고 있다. 6월 이후에만 양국은 다섯차례의 고위급 대화를 진행했다. 웨이펑허와 오스틴의 국방장관 회담(6.10), 중국공산당 정치국원 양제츠와 미국 대통령안보보좌관 설리반의 룩셈부르크 회담(6.13), 중국 부총리 류허와 미국 재무장관 옐런의 화상대화(7.5), 양국 합참의장인 리쭤청과 밀리의 통화(7.7), 양국 외교장관 왕이와 블링컨의 인도네시아 발리 회담(7.13) 등이 이어졌다. 다섯시간 동안 계속된 외교장관 회담은 이례적으로 동시통역으로 진행되어 양측이 자신의 입장을 충분하고도 상세하게 밝히는 자리가 되었을 것으로 평가되었다.

회담에 대한 양측의 평가도 과거와 약간의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미국이 설리반과 양제츠의 회담에 대해 "솔직하고 깊이 있고 실질적이며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최근 미중관계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던 "생산적"이라는 표현이 눈길을 끌었다. 외교장관 회담 이후에는 블링컨이 직접 "유용했고 솔직했고 건설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에 더해 블링컨은 수주 내에 양국 정상의 대화가 진행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6월 18일에 바이든 대통령이, 6월 27일에 설리반이 각각 미중 정상회담이 멀지 않은 시기에 진행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의 연장선 위에 있는 발언이다.

최근 양자접촉이 갈등의 안정적 관리를 넘어 시진핑과 바이든의 세번째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프로세스의 일환임을 알 수 있다. 7월 20일 바이든 대통령이 다시 수일 내 정상 간 대화가 진행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혀 세번째 회담도 화상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더 주목되는 것은 11월 예정된 G20 정상회의나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자의 대면 만남이 진행될 것인가다. 이 만남은 하반기 국제무대에서 진행되는 최고의 정치 이벤트가 될 것이다.

활발한 미중 접촉 배경은 무엇

지금까지는 미국이 중국과의 대화에 더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정부가 중국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 사안들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바이든정부는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트럼프정부가 중국 상품에 부과했던 징벌적 관세의 취소를 고려하는데, 이에 중국의 호응이 필요하다. 의회는 물론이고 바이든정부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대중관세를 취소하는 것이 중국에 굴복한다는 인상을 주고 중간선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둘째, 우크라이나전쟁과 관련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중국의 움직임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 우크라이나전쟁이 소모전 양상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중국은 러시아가 필요로 하는 물품을 공급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국가다. 다시 말하면 중국이 러시아를 적극 지원할 경우 우크라이나 상황이 미국의 바람과 상반된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진다.

바이든정부로서는 중간선거 이전에 큰 외교적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더라도 국내외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 중국으로서도 미국의 이러한 사정을 활용해 미중관계를 안정시킬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미중의 최근 접촉들이 실질적이고 건설적이었다는 중국 내의 평가도 이러한 기대감의 표현이다.

성공적인 미중 정상회담은 올 가을 세번째로 중국공산당 총서기로 선출될 시진핑의 중요한 외교적 성과가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이후 외국지도자들과 대면 회담에 거의 나서지 않은 시진핑이 더 적극적인 외교행보를 보일 가능성도 높다. 중국도 나름의 외교 빅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레드라인 제시하고 미 변화 기다려

그러나 상황이 양국이 기대하는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미국의 대중접촉은 대중전략의 변화보다는 정세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진행됐다. 자신의 요구가 중국의 호응을 얻든 얻지 못하든 기존의 대중압박을 지속할 것이다. 중국도 이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요구에 성급하게 호응하기보다 자신의 입장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왕이-블링컨 회담 내용에 대한 중국의 발표에 이 점이 잘 나타난다. 타이완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중단할 것과 러시아에 대한 지원을 하지 말 것 등을 중국에 요구했다는 정도로 회담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한 미국과 달리, 중국 외교부는 회담 내용을 꽤 상세하게 소개했다. 특히 미중관계의 안정을 위해서는 미국이 한 기존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왕이의 발언을 부각시켰다.

이 중 가장 핵심은 '하나의 중국 정책'에 대한 준수다. 왕이는 말로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유지한다고 하면서 실질적으로 이를 부정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미국을 강하게 비판했고 이 정책의 준수를 사실상의 레드라인으로 제시했다. 그리고 4가지 리스트를 미국에게 전달했다고 하는데, 작년에 전달한 '미국이 교정해야 할 대중 정책과 언행 리스트'와 '중국이 관심 갖는 사안 리스트'에 '중국이 관심을 갖는 중국 관련 법안 리스트'와 '8개 영역의 협력 리스트'를 추가했다.

중국은 대미관계에서 자신의 레드라인을 제시해 미국과의 극단적 충돌을 방지하고 미국의 태도 변화를 기다리는 접근법을 택하고 있다. 즉 지금은 미중이 여전히 상대가 자신의 원하는 방향으로 먼저 움직일 것을 기대하고 그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6월 이후 빈번한 미중의 접촉도 "천둥소리는 요란했지만 비는 내리지 않는" 결과에 그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양국이 접촉 결과에 대한 실망으로 강경한 입장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언론을 통해 알려진 미국 하원 의장 낸시 펠로시의 8월 중 타이완 방문 추진이 그러한 사태를 촉발할 수 있다. 왕이의 발언 등을 고려하면 이 계획이 현실화된다면 중국의 반발은 매우 거셀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중간선거와 중국 당대회와 같은 정치일정을 앞둔 정치지도자들이 대외적으로 강경한 태도를 보일 것을 요구하는 국내여론의 지지를 얻으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미중관계는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에 빠질 것이다.

지구전 가능성 높아지는 미중 전략경쟁

다만 바이든정부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미중대화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 펠로시의 타이완 방문 계획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만약 이 문제가 미중관계를 파탄시키지 않도록 관리될 수 있다면 최근 활발해진 미중의 접촉이나 적어도 갈등이 파국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 유지될 것이다.

이번 외교장관 회담에서 협력 영역 리스트를 제출한 것에서 중국의 태도에 약간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중국은 그동안 '사막으로 둘러싸인 오아시스는 결국 사막으로 변할 것'이라는 비유로 미국이 대립을 추구하는 상황에서는 양국 협력을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그 목록에는 기후변화가 들어있을 것이고 한반도 문제도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북한의 핵실험을 방지하는 데도 미중의 이해관계가 접근할 수 있다. 미국의 관세인하와 그에 호응하는 중국의 조치가 이루어진다면 협력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진행된다면 미중 전략경쟁의 지구전적 성격이 더 뚜렷해질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미중경쟁을 어느 일방이 곧 승리할 단기전으로 생각하고 대외전략을 추구해서는 안된다. 단기전적 상황이 초래할 리스크에 대한 대비와 함께 저강도식으로 진행되는 미중의 지구전 속에서 한국의 외교적 자율 공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창작과 비평 주간

내일신문 2022년 7월 22일 

http://www.naeil.com/news_view/?id_art=43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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