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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주]중국 ‘양회’에 제기된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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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4-04-01 18:15 조회9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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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한번 진행되는 양회, 즉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중국의 입법부이며 헌법상 최고권력기구)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건의권만 있는 통일전선 조직)가 각각 일주일의 일정을 소화하고 3월 11일 월요일 폐막되었다.

이번 양회에서는 세가지 의제가 관심을 모았다. 첫째는 1년 동안의 경제사회정책의 기조를 제시하는 총리의 정부사업보고다. 둘째는 법률 제정과 개정이다. 많은 법률이 두달에 한번 정도 열리는 전국인대 상무위원회에서 개·제정되지만, 일부 법률의 개정안 및 제정안은 전국인대에서 처리되곤 한다. 이번에는 1982년에 제정된 국무원조직법이 40여년 만에 개정되었다. 셋째는 인사였

. 지난해에는 새 임기의 국가주석 총리 등을 선출했기에 큰 관심을 끌었지만 일반적으로는 주요 의제가 아니다. 다만 지난해 낙마한 친강 외교부장(현재 공산당 중앙 외사 판공실 주임인 왕이가 겸임) 자리에 새 인사가 임명될지가 관심사였다.

그런데 양회 시작과 함께 제일 먼저 관심사로 부상한 것은 전국인대 폐막일에 진행되었던 총리 기자회견의 취소였다. 이는 국무원조직법의 개정과 함께 총리의 권한 축소와 시진핑 1인 권력 강화 추세를 입증하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되었다.

국무원과 총리의 위상 약화는 사실인가

국무원조직법 개정의 핵심은 공산당 중앙의 국무원에 대한 지도(중국식 표현으로는 영도) 원칙을 명확히 한 데 있다.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고 2023년 3월 새로 구성된 국무원의 1차 전체회의에서 통과된 ‘국무원공작규칙’에 포함되었던 내용을 법률에 반영한 것이다. 권력교체 사이클에 맞춰 새로 정해지는 이 규칙의 총칙에 “당의 영도를 정부 사업의 전 과정과 각 영역에 관철하고 실행한다”는 내용이 추가되었는데, 개정 국무원조직법 제3조에 “단호히 중앙의 권위와 집중통일영도를 옹호하고, 단호히 당 중앙의 결정과 계획을 관철하고 실행한다”는 내용이 추가되었다.

당 중앙과 시진핑으로의 권력집중이 더 이상 새로운 변화는 아니다. 더 주시할 문제는 이 변화가 중국의 정책 결정과 집행 메커니즘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이다.

국무원과 총리의 지위와 권한이 상대적으로 약화된 것은 사실이다. 2018년과 2023년 진행된 당과 국가 기구 개혁을 통해 감찰, 공무원 관리, 신문출판·미디어, (소수)민족사무, 과학기술 관련 국무원 소속 부서의 업무를 당 중앙이 직접 지도하거나 수행하도록 변화가 진행되었다. 국무원의 자율성을 강화시킨 ‘당정분리’라는 원칙이 부정된 지는 오래되었다. 총리 기자회견의 취소도 국가의 주요 정책을 총리가 관장한다는 인상을 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총리가 허수아비와 같은 존재는 아니다. 첫째, 서열 1위인 시진핑과의 격차가 커졌지만, 총리는 여전히 서열 2위의 당 중앙 구성원이다. 즉 당 중앙 결정의 실행자만이 아니라 그 결정의 주요 주체이기도 한다. 둘째, 당 중앙이 정책의 주요 방향을 정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국무원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중국처럼 국가 규모가 크고 국가 구조가 복잡한 경우에는 정책의 실행이 더 어렵고 중요하다.

셋째, 이번 국무원조직법 개정은 국무원 내에서는 총리 권한을 더 강화시킨 면도 있다. 국무원에 대한 총리의 지도 역할을 계속 인정했을 뿐만 아니라 총리가 주재하는 업무회의가 법률에 명시되었다. 주요한, 그리고 당 중앙이 허용하는 범위 내의 의제에 대해서는 총리가 관련 부처를 소집해 신속하게 조정하고 처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즉 경제사회 정책 영역에서 총리는 여전히 적지 않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5% 내외’ 성장률 목표는 적절한가

정부사업보고의 초점은 성장률 목표인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5% 내외’의 성장을 목표로 제시했다. 중국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팽배하던 2023년 중국경제는 5.2%의 성장률을 기록해 사실상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2024년에도 같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외신들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이는 중국경제에 대한 전망이 지난해보다 더 부정적이기 때문은 아니다. 지난해의 5.2%의 성장은 중국이 강한 방역정책을 유지함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3%에 머물렀던 2022년 실적의 기저효과 덕을 본 것이다. 2022년과 2023년 2년간의 평균성장률은 4%를 조금 넘는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2024년 5% 내외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제전망에서 지난해 1월에는 2023년 중국 성장률을 5.2%로 예상했던 반면 2024년 1월에는 올해 성장률을 4.6%로 예상한 것도 이러한 평가를 뒷받침한다.

만약 올해도 성장률 목표를 달성한다면 중국경제가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이 목표에 실패한다면 중국경제 비관론이 더 확산될 수도 있다. 그리고 올해 성적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14차 5개 년 계획의 목표 달성 여부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는 중요한 정치문제이기도 하다. 시진핑 3연임에 대한 평가와 직접적으로 연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2024년 공산당 지도부들은 지난해보다 성장률에 더 민감해지고, 발전을 더 중시할 정책기조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양회 전후에 나타난 중국정치의 불투명성이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예측 어려워지는 중국정치

일단 총리 기자회견의 취소로 중국의 주요 지도부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얼마 되지 않는 기회 중 하나가 사라졌다. 국무원에서 부총리 다음 서열인 국무위원도 겸직하는 외교부장과 국방부장이 지난해 7월과 10월에 낙마했는데, 이에 대한 공식적 설명이 아직도 제시되지 않고 있다.

가장 이례적인 상황은 공산당 3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중전회)가 지금까지 진행되지 않은 것이다. 관례에 따르면 2022년 11월 20차 공산당 당 대회 직후에 중앙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해 소집된 1중전회와 2023년 2월 전국인대 직전에 당과 국가 기구 개혁과 관련된 결정을 위해 소집된 2중전회에 이어, 2023년 가을에는 당 대회에서 제시되었던 주요 방침을 구체화하는 내용을 결의하는 3중전회가 진행되었어야 했다. 모두 중국 정치의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리고 불투명성은 증가시킨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이 가운데 중전회가 소집되지 않고 있는 것은 중국의 정책 결정 메커니즘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과거 3중전회의 주요 의제였던 체제개혁은 현재 시진핑이 주임을 맡고 있는 공산당 ‘중앙전면심화개혁위원회’에서 논의되고 결정되고 있다. 2023년 새로운 임기가 시작된 이후 2024년 2월까지 이미 4차례의 회의를 열어 주요 안건을 처리했다. 현재 개혁 관련 의제는 과거보다 구체적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400명에 가까운 중앙위원(후보위원 포함)들의 토론과 결의를 거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은 면도 있다. 공산당 당헌에 중전회는 1년에 1번 이상 소집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어 이번 가을에 개최된다면 법적 요건을 맞출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상황을 좋게 보면 새로운 관례를 만드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방향이 소수의 당 중앙이 정책결정을 독점하는 것이라면 중국정치의 불투명성과 불확실성은 더 커지게 될 것이다. 이는 중국이 다른 국가들과 신뢰를 쌓아가는 데 부정적 영향을 주고 중국 내에서 사업을 하고자 하는 외국인들은 정치적 리스크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이는 모두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번 양회에서 중국은 외국인들의 중국 내 전자결제를 더 편리하게 하고 비자면제 대상 국가를 확대하는 조치를 취하며 대외개방에 더 적극적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적 불투명성과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것이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창작과 비평 주간

내일신문 2024년 3월 14일

https://www.naeil.com/news/read/504266?ref=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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