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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남상욱 작성일16-07-16 15:22 조회13,20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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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세교 포럼은 올해로 벌써 5년째가 되는 동일본대지진(그리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의 일본문학의 현재성을 묻는 자리였습니다. 이 테마와 관련되어서는 세교와 창비에서도 이미 몇 차례 다룬 바가 있지만, 이 사건의 여파가 아직 끝나지 않고 있으며, 한국적 상황과도 결부되는 점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계속해서 팔로우해야 사안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기조 발제를 해주신 심정명 선생님은, 동일본대지진 이후의 일본문학의 대응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눠서 정리해주신 것으로 생각됩니다. 

(1) 이토 세이코의 『상상라디오』는 쓰나미로 인해 죽은 사람들을, 이에 연류되지 않은 사람들도 애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연 것은 틀림없으나, 그 과정에서 '일본인'이라는 주체를 상정함으로써 내셔널리즘의 한계를 극복하지는 못한 측면이 있는데, 이는 아즈마 히로키가 중심이 되어 전개한 『후쿠시마 제일원전 관광지화 계획』 이라는 일종의 문학적 기획에서도 마찬가지로 드러난다. 특히 "일본어"를 통한 공동성의 재인식은, 일본어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균열과 불화를 은폐하는 것은 아닐까.
(2) (1)과는 반대로 다와다 요코의 『헌등사』는 이미 일본 안에 '순수한 일본어'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를 통해서는 새로운 "일본"을 건설할 수 없음을, 디스토피아적으로 그린 소설로 평가할 수 있다. 

심정명 선생님은 동일본대지진 이후의 문학을, 내셔널리즘과의 관련성 속에서 정리해주셨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311 이후의 일본문학은, 하나의 공동체를 지향하면서도 실은 새로운 경계선을 긋고 있는 모순에 직면해 있음을 드러내려고 하신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토론을 맡아주신 최가형 선생님은 311 이후의 일본문학을 내셔널리즘과의 관련성 속에서 읽는 것은 타당하나, 한편으로 내셔널리즘론 자체의 한계 속에 갇히고 마는 측면이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문제를 제기해주셨습니다. 그러니까 오히려 311 이후의 일본문학은 일본의 미디어들이 차단하고 있는 후쿠시마, 피난민, 혹은 난민들의 삶을, 경계선 너머로 드러냄으로써 미디어가 구축하는 가림막에 균열을 가하는 것은 아닌가, 라는 것의 최가형 선생님 말씀의 요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잠시 휴식 시간을 갖은 후 플로어로부터의 질문은 크게 두 가지 부분에 집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1) 311 동일본대지진은 쓰나미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 두가지가 겹쳐 있는데,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한 문학 및 일본 지식계의 반응은 어떠한가? (김상환, 이일영,이남주)
(2) 이 사건과 관련되어 아즈마 히로키의 기획을 보면 당혹감을 금치 못하게 되는데, 아즈마 히로키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좀더 자세히 이야기 해달라. (황정아, 백낙청, 백영서) 

먼저 (1)과 관련해 심정명 선생님은, 311동일본대지진은 분명 쓰나미(311)와 후쿠시마 원전 사고(312)로 구분할 수 있는데, 후쿠시마 원전사고만이 아니라, 약 2만여명의 사상자(1만 6천명의 사상자와 3000여명의 행방불명자)를 낸 쓰나미 피해 그 자체와, 이러한 압도적인 재난에 대해 문학이 어떤 말을 할 수 있는가 라는 문제도 중요하다는 점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더불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원전시위가 활성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 규모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2)와 관련해, 심정명 선생님과 최가형 선생님 모두 아즈마 히로키 발언(특히 트윗에서의) 및 기획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내에서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인정하셨습니다. 한편 아즈마 히로키의 시도들을, 말 자체보다는 일본 사상계의 컨텍스트 속에서 읽어야 할지도 모른다던가, 혹은 현 시점의 국가나 지식인이 할 수 없는 실험을,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전개해 나간다는 점에서 평가할 부분도 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동일본대지진, 특히 원전 문제에 대한 일본식 처리 방식에 대해 답답함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이것이 비단 일본만의 일은 아니라는 인식이 포럼의 지배적인 분위기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현재까지는 아직 특별한 출구를 보이지 못한 채 여러가지 시도들만 거듭되고 있지만, 이 시도들(그 실패 이유를 포함해서)을 주의깊게 살펴본다는 것은, 향후 한국 및 동아시아의 문학 전개 방향을 생각함에 있어 여전히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관리자] 님이 쓰신 글 '[제114차] 동일본대지진과 일본문학: '기억'으로부터 '미래'로'


일시 2016년 7월 15일(금) 오후 4시 장소 창비서교빌딩 2층 대회의실
□ 발제: 심정명(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 토론: 최가형(고려대 일문과)
□ 사회: 남상욱(인천대 일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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