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도 상반기] 연구팀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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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0-08-28 12:05 조회7,09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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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 동향 ① ‘감정과 정치적 주체’ 연구팀
세교 소속 연구팀들의 활동을 호별로 돌아가며 소개하고 회원들과 관심사를 공유하는 자리입니다. 첫 회로 ‘감정과 정치적 주체’ 연구팀을 소개합니다. 영문학을 전공한 황정아, 박여선 회원을 주축으로 권영희, 김성호, 김영아, 유선무, 한서린 이상 다섯 분의 외부연구자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센티멘털리즘과 정치적 주체’를 주제로 2020년 5월 『안과밖』 48권 0호에 “정동적 미메시스 정동 순환의 매체로서의 소설”(김성호), “『리어왕』과 정동의 정치성”(김영아), “종말적 정동의 서사를 비틀기 : D. H. 로런스의 『아포칼립스』”(박여선), “자유주의의 정동으로서의 감상주의”(황정아), “신유물론 시대의 문학 읽기”(유선무) 등 총 다섯 편의 논문을 게재, 출판한 바 있습니다. ‘물질의 귀환과 문학연구’로 주제 변경하여 연구 활동을 지속해나갈 예정입니다. 해당 연구팀의 구성 취지와 활동방향은 아래 글을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
물질성의 귀환과 문학연구
황정아
(한림대 HK교수)
이론의 시대가 끝났다는 진단이 나올 만큼 특정 이론(가)의 이름이 지배하는 경향은 훨씬 적어졌지만, 지난 몇 십 년 동안 문학연구를 비롯한 한국의 인문학계에 일종의 ‘글로벌 스탠더드’로 작동한 저변의 흐름은 이른바 ‘언어적 전회’가 구축한 전제들이었다. 즉 현실을 향한 우리의 접근은 인식과정이라는 매개를 통해서만 가능하며 우리의 인식은 다시 언어라는 매개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생각이, 일찍이 프레드릭 제임슨(Fredric Jameson)이 표현한 바대로 “아무도 미처 그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 놀라울 뿐”이라는 듯이 자명한 사실의 지위를 획득하며 학계의 판도를 흔들었다. 탈구조주의를 비롯한 그 이후의 중요한 이론들이 대부분 이 토양에서 자라났음을 생각하면 ‘전회’를 표방한 숱한 주장들 중에서도 이만큼 그 이름에 값하는 사건을 찾기는 쉽지 않다. 현실에 객관적으로 접근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객관적 현실 자체가 없으며, 자연적이고 생물학적이라 여겨온 것들 역시 사회역사적・정치적・문화적 구성물이며 그런 한에서 언어적 인식의 산물이라는 이야기는 지루할 정도로 ‘상식’이 되었다.
그런데 이제 정확히 그 ‘언어적 전회’를 표적으로 삼으며 새로운 전환을 꾀하는 저간의 움직임이 뚜렷한 세력과 정체성을 갖추며 등장했다. 이 움직임은 언어적 전회가 낳은 결과를 인식론이 모든 것을 삼켜버린 사태로 비판하고 그와 같은 인식과 언어의 ‘감옥’이 우리에게 거부해온 존재론을 향해 다시 한 번 곧장 나아갈 것을 요청한다. 그런 면에서 그것은 ‘존재론적 전회’로 지칭되기도 하는데, 여기서의 ‘존재’는 전에 없던 중요한 극성, 곧 인간이라는 존재가 갖는 중심성에서 벗어나려는 강한 지향성을 갖는다. 애초에 ‘언어적 전회’의 근간이었던 인식과 언어가 제아무리 자율성을 갖는다고 해도 결국 ‘인간의’ 인식과 언어라는 범주에 귀속될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그에 대한 비판으로 등장한 담론들이 한층 강력한 ‘인간중심주의’ 비판을 표방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따라서 동물을 필두로 한 비인간(non-human) 존재의 새로운 가치가 속속 발견되고 있으며 나아가 인간과 비인간 모두를 포괄하는 물질 자체에 대한 관심이 전면에 등장한다. “언어는 중요하다. 담론도 중요하다. 문화도 중요하다 … 더는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유일한 것은 물질이다(the only thing that does not seem to matter anymore is matter)”(Barad Karen)라는 표현이 이 변화를 추동한 불만을 간명하게 요약해준다. 그리하여 예전에 ‘언어적 전회’가 그랬듯이 이번에는 ‘물질적 전회’가 ‘미처 그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 놀라운 듯이’ 자명한 사실로서 스스로를 정립하면서, 물질 속에서 물질에 의존하며 (육화된) 물질로 살아가는 우리들이 “이런 압도적인 물질성에 비추어 어떻게 유물론자가 아닐 수 있겠는가”(Diana Coole)라고 반문한다. 여기에는 물질에 대한 재평가가 당연히 수반된다. 물질이 담론적 구성물이나 재현의 자료일 뿐이라는 데 반대하는 입장은 물질이 수동적이고 불변하고 정태적이라는 데 반대하는 입장과 이어진다. 그렇게 해서 ‘언어적 전회’를 통해 지속되어 온 인간주체의 해체작업을 통해 인간주체로서는 더는 내세우기 힘들게 된 어떤 생기, 능동성, 창조성, 생산성, 행위자성 등의 특징이 물질의 속성으로 설명되기 시작한다.
이와 같은 ‘물질의 귀환’ 또는 ‘물질적 전회’에 담론지형과 학계의 범위를 넘은 실제 현실의 변화가 작용하고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오늘날 인류는 원하든 아니든 이미 물질과 새로운 관계에 돌입했으며 사실상 스스로의 존속을 위해 새로운 관계를 받아들이고 또 도모해야 할 상황에 도달했다. 그런 점에서 물질성의 귀환은 단순히 인식 상의 변화나 담론의 유행이 아니라 문자 그래도 물질적 과정이다. 기후변화, 전지구적 자본주의, 인구이동, 유전자와 디지털기술의 도약 같은 요인들은 인간과 자연이라는 이분 구도는 말할 것도 없고 유기체와 비유기체, 생명과 비생명 등의 관계를 물질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현재의 팬데믹 위기 역시 인류 전체가 물질성과 다시 대면해야 할 필요가 현실적으로 절실해졌음을 일러준다. 생명정치담론이나 정동이론 등이 인간을 출발점으로 삼아 물질성(육체성)을 되새기는 흐름이라면, 행위자네트워크이론을 비롯한 신유물론, 사변적 실재론 등은 물질과 실재를 더 전면에 등장시킨 경우라 하겠다. 우리 연구모임은 담론에서의 이와 같은 물질의 귀환이 갖는 긴급성과 문제의식에 일정하게 공감하면서 이를 문학연구와 다각도로 접속시키고 이를 통해 물질적 전회 담론과 문학연구 양자를 상호재구성하기를 도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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