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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도 하반기]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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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1-01-04 12:07 조회7,12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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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인권의 관점으로 바라본 펜데믹과 기후위기

―조효제, 『탄소사회의 종말』(21세기북스 2020)

 

 

이정숙(현대문학 연구자)

 

  그레타 툰베리가 세계의 시민들에게 각인된 것은 그가 표출하는 날선 분노의 방식이 생경해서이다. 진짜 화가 나있다는 정동이 느껴진다. 각종 병증에 시달린 그레타 가족이 내린 결론처럼 고갈된 지구에서 고갈된 삶을 살아가느라 겪은 고통이 그 원인이라는 점은 이 분노가 통렬함을 기반으로 정치적인 힘을 생산한다는 점을 생각하게 만든다. 동시에 툰베리가 비판하는 대상이 명백히 세대적인 책임론을 향해 있으므로 ‘세대간 정의관념’을 자극한다. 하물며 올해 코로나 위기 속에서 태어난 아기들을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난다. 그렇다면, 살아가는 습관부터 바꿔야 한다. 당장 휘발유 승용차부터 어떻게 해야 한다. 그러나 ‘체제’의 온 모습을 알기 어려운 구조에서 항상 찜찜한 의문이 남게 마련이다. 아파트 재활용품 함에 날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쏟아부으면서 모종의 공포심을 갖게 되는 것도 ‘행동’과 ‘결과’가 어떤 인과관계로 맺어지는지 알기 어려운 ‘구조적’ 심연 때문이다. 생산지 추적이 가능한 먹거리를 포장해 온 플라스틱과 비닐은 과연 어디로 ‘처리’되는 것일까.

 

  조효제의 『탄소사회의 종말』은 현재 우리가 맞고 있는 기후위기를 ‘고탄소 사회체제’의 논리와 작동방식의 관점에서 탐색한다. 탄소사회란 탄소 자본주의에서 파생된 불평등이 전 지구적으로 그리고 인간의 내밀한 의식까지 지배하는 중독과 고통의 체제다. 이미 체제 속에서 구조화된 탄소 자본주의적 삶을 살아가는 개인이 이를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이점에 대해 저자가 묵시록적인 절망감을 이기면서 해결책을 얼마나 고심했는지는 어마어마한 참고자료들을 경유하면서 인권담론의 추이를 기후담론과 지속적으로 결부시킨 노력에서 드러난다.

 

  저자에 따르면 기후위기는 더 이상 기후과학적인 패러다임이 아니라 인권 개념을 확대·쇄신함으로써 극복해야 한다. 왜냐하면 환경과 사회적 상황에 따라 ‘여러 기후위기들’에 맞선 ‘여러 기후행동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해결식 기후문제 대처의 양대 축인 ‘감축과 적응’ 구도 역시 재정립되지 않으면 안 된다. 배출량의 기계적인 감소를 해결로 착각하는 방어적 논리나 탄소배출권 거래와 같은 자본주의적 해결방식이 아니라, 사회불평등을 ‘감축’하고 녹색사회로의 ‘적응’을 통해 정의로운 사회로의 ‘전환 역량’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기후 레짐이 ‘시장에 기반한 규제적 접근’이었다면 인권 레짐의 기본적 정서는 ‘정의에 기반한 규범적 접근’을 의미한다. 그레타 툰베리의 사례에서 보았듯 기후변화, 유전자조작 등 인권침해가 대를 이어 전해지는 시대에는 인권의 보편성을 공간이 아니라 시간적으로 확산시키는 일이 국제 인권운동의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다.

 

  요컨대 ‘기후행동’과 ‘정의 행동’이 함께 가야 한다는 점이 새로운 인권담론의 핵심인 이상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사회적 응집력이 약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극복해야 한다는 점이 책의 기본 전제이다. 그 구체적 방법으로 저자가 제시하는 것은 가령 ‘녹색 기본소득’ 같은 방안으로 에너지 빈곤을 해소함으로써 기후위기를 극복할 사회적 동력을 확보하고, 미래세대에게 법적 효력을 갖는 국회 발언권을 부여하는 방법 등이다. 더불어 평등한 인권의 회복이 진정한 대안이라는 관점에서 ‘거대한 대화’에 기반한 민주주의의 재발견이 필요하다는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

 

  그런데 저자가 고민 해결의 방향타를 다각도로 제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평등을 넘어서서 과연 ‘인권운동’의 의제가 어느 범주에서 어떻게 효력을 발휘하면서 개입할 수 있는지 막연한 느낌이 없지 않다. 최근 프랑스의 여러 도시들에서 생태주의자 시장들이 당선되는 점에 대해 저자는 “녹색정치의 변곡점을 넘었”(366면)다고 반색을 표했는데 그것을 곧장 우리 시민사회의 동력에 거는 기대로 전환하기는 어렵다. 복지국가와 민주주의와 기후행동의 연결고리란 로컬의 여러 지자체에서 행정의 변화 요구 및 노력이 선행되어야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권에 기반한 ‘환경 교육’이나 ‘기후 내러티브’는 학생들의 교과교육 이전에 로컬 차원에서 공동체의 연대라는 실감으로 경험되어야 할 부분인 것 같다. 반면 2007년 태안의 기름유출사고 당시 목장갑을 끼고 달려갔던 123만여 인파들을 떠올려본다. 몇 해 전 해양쓰레기 청소를 시도했던 보얀 슬랫(Boyan Slat)의 1차 시도 좌절 후의 상황과 최근 마틴 도리(Martin Dorey)가 주도하는 해안 플라스틱 2분 청소운동도 자연스레 떠오른다. 이 책의 저자가 마지막 문장에 새겨넣었듯 “인간의 연대심, 정의감 그리고 창의적인 적응력이” “실존의 세기를 건너는 희망”(373면)인 점은 분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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