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호] 학술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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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경석 작성일21-07-29 16:32 조회5,32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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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동향
최근 10년간 김수영 연구의 동향
송종원(서울예대 교수)
한국 시사에서 양적인 면이나 질적인 면에서 상당하게 연구된 시인이 몇 명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김수영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추측하건대 이제는 김수영의 연구사만을 가지고도 학위논문 분량의 연구가 가능할 정도로 방대한 연구 성과가 축적되어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김수영에 대한 연구사가 시기별로 어떻게 변화 내지 확장되고 있는지를 살필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 글에서는 김수영 연구가 최근에 어떤 동향을 이루고 있는지를 살피려고 한다. 시기적으로는 최근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2010년대 이후에 집중할 것이다.
김수영의 시론은 여러모로 흥미로운 연구대상이다. 시가 난해하기 때문에 해석을 뒷받침할만한 시론이나 산문을 연구한 경향도 있을 것이고, 그의 시론 자체가 파편적이어서 시론의 전체적인 면모를 추적하기 위해 연구하는 까닭도 있겠다. 불온성이나 반시론 혹은 온몸의 시학에 집중되어 있던 연구가 2010년 이후에는 번역과 관련한 시론 연구로 확장중이다. 「‘번역체험’이 김수영의 시론에 미친 영향」이나 「김수영의 시와 시론에 나타난 시어로서의 ‘국어’와 ‘번역’의 의미」가 그것이다. 또한 예전에는 김춘수의 무의미 시론과 김수영의 참여시론을 대조한 연구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이상의 초현실주의 시론과 김수영의 시론 사이의 영향관계를 탐구한 연구(「이상의 시와 초현실주의 시론이 김수영의 후기시론에 미친 영향:「참여시의 정리」(1967)를 중심으로」)나 김수영 시세계와 영미시론 사이의 영향관계를 추적하는 연구들(「김수영의 문학과 현대 영미시론의 관련」도 시선을 끈다.
김수영의 전기적 사항에 대한 연구도 김수영 관련 자료 발굴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생산중이다. 전기적 사항과 관련하여 김수영 평전의 문제점을 대상으로 삼은 논문(「김수영 평전의 문제」)이 있는 것은 물론, 새로 발굴된 자료(‘어머니를 찾아 북만으로’)를 통해 김수영의 전기적 사항들을 밝히고 평전이 누락한 실증적 요소를 지적한 연구(「해방 전 김수영의 행적에 대하여: 연극활동을 중심으로」)도 있다. 실증성과 관련해서 판본연구 분야에도 시선을 끄는 결과들이 있다. 「'김수영 전집' 발간 의의와 재발간의 필요성」, 「김수영 시집 '달나라의 장난'의 전집 및 복간본 수록 양상과 오류」가 그것이다. 두 논문은 김수영의 시들이 판본을 거듭하면서 어떤 변화 내지 훼손을 경험했는지 추적하고 있다.
김수영과 몇몇 시인을 엮어 비교 대조하는 방식의 연구도 꾸준히 이어지는 중이다. 순수와 참여의 관점에서 김춘수와 김수영, 혹은 전통주의와 모더니즘의 관점에서 신동엽과 김수영을 엮어서 비교하는 연구가 예전부터 꾸준히 생산되어 왔다는 점은 익히 알려져 있다. 이런 연구들에 더해 애증이 표출된 산문이 남아 있을 정도로 복잡한 관계였던 김수영과 박인환 사이의 시적 상관에 대한 연구(「‘진정성’이라는 거울에 비추어진 박인환: 박인환에 대한 부정적 평가의 내적 논리와 박인환의 발화방식」, 전후 시인으로 함께 분류되기도 했던 전봉건과의 논쟁에 대한 연구(「현대시의 난해성에 대한 김수영의 비평적 고찰-사기 논쟁을 중심으로」도 새롭게 더해져 있다. 시선을 외국까지 넓히자면 다음과 같은 비교연구를 확인할 수 있다. 「김수영과 베이다오 산문에 나타난 참여의식 비교」, 「마야코프스키와 김수영의 정치시」, 「김수영과 긴스버그 시의 비교고찰-부정의식의 구현 양상을 중심으로」, 「부재와 망각의 시학 비교 연구-김수영과 히니 시를 중심으로」, 「김수영과 윌트 휘트먼 비교연구」) 등이 그것이다.
서양철학과의 영향관계의 탐색하는 연구영역에서는 하이데거가 주로 호명되었으나 최근에는 니체의 영원회귀 개념을 통해 김수영 시의 반복을 바라보는 연구(「김수영 시와 니체의 철학」)도 제출되었다. 동양철학을 참조한 연구에서는 시에도 직접적으로 드러난 공자와의 관련성에 주목해 유가철학을 매개로 김수영의 시세계를 탐색하는 결과들이 있었는데 여기에 최근에는 주역을 가지고 김수영을 바라보는 연구(「김수영 시에 나타난 “전통” 이미지와 방법론」도 추가되었다.
김수영 시의 여성 형상과 젠더적 시선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고민한 연구들도 눈에 띈다. 여성주의 시각으로 김수영의 시를 읽을 때 발생하는 난관들에 대해 들여다보는 논문(「‘무능한 남성’과 ‘불온한 예술가’, 그리고 ‘여성혐오’- 여성주의 시각으로 김수영 문학을 ‘다시’ 읽는 일」은 물론이고, 김수영 시의 남성성의 기원을 탐색하는 논문(「김수영 시에 나타난 남성성과 ‘아버지’」, 그리고 김수영의 시가 여성성을 경유해 어떤 확장을 실험하는가를 바라보는 논문(「혁명, 시, 여성(성)-1960년대 참여시에 나타난 여성」도 있다.
시세계를 자유, 혁명, 사랑, 죽음이라는 키워드로 연구하던 관습에도 약간의 변화가 감지된다. ‘미학적 정치성’을 중심으로 하는 연구(「김수영 문학의 미학적 정치성에 대하여-불화의 미학과 탈경계적 정치학」), ‘진리의 윤리학’이란 명명으로 접근한 연구( 「김수영 시에 나타난 “진리의 윤리학”과 “현대성” 인식 양상」) 등은 기존의 자유나 혁명을 키워드로 한 연구를 계승해 진척시킨 결과물이라고 할만하다.
마지막으로 세계사적 변동이나 해방, 6.25, 그리고 4.19와 같은 역사적 사전을 중심에 두고 김수영의 시를 연구하는 논문도 지속적으로 쓰이고 있다. 「1950-60년대 냉전문화의 번역과 “김수영”」, 「밤의 침묵과 자유의 타수-김수영의 해방공간과 임화의 4.19」, 「‘전후’의 중층적 의미와 김수영의 문학적 정체성-1950년대 후반기 지식인 담론과 김수영의 시를 중심으로」등의 논문이 그러한 성격을 지녔다.
김수영의 시세계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간의 연구들이 이뤄놓은 결과물을 토대로 그것을 반성적으로 진단하면서 또한 각각의 연구들이 만들어낸 성과를 총체적으로 집약할만한 미래의 연구를 기대하며 짧은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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