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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호] 포럼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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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2-04-13 16:04 조회3,71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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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단상

 

 

172차 세교포럼 ‘20대 대선평가현장 스케치

 

 

양경언(문학평론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지 9일 뒤인 318, 세교연구소는 ‘20대 대선평가를 주제로 제172차 포럼을 진행했다. 선거는 승패가 분명하게 나타나는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과제가 드러날 뿐 아니라 주어진 결과를 어떤 현실로 만들어갈지 구체화하는 출발점이므로 진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이번 대선은 특히 시민들이 촛불로 수립한 정부에서 보낸 시간을 어떻게 민주적인 정치력 행사로 가져가는지 가늠해보는 분기점으로 주시됐다. 선거를 통한 의사 표명은 광장에서 키운 정치적 감각과는 또 다른 실행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당일 포럼에서는 예상치 못했던결과에 당황했을지언정 다음을 미리 걱정하느라 당장의 현안으로부터 손을 떼고 있을 시기가 아니라는 인식을 공유하면서 다양한 의견이 조심스레 오갔다. 이남주 창비 편집주간의 사회 및 대선총평으로 시작된 포럼은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약 두 시간 가량 이어졌다. 이재명 후보 캠프에서 사회혁신추진단장을 맡았던 하승창 과 대선기간 후보들의 젠더 없는 젠더정치를 비판했던 김소라의 발표가 있었고, 뒤이어 회원 간 토론이 진행됐다.

포럼에서 나눴던 얘기는 크게 두 갈래로 추려진다. 첫 번째는 선거결과에 대한 성찰 및 앞으로의 화두에 대해서다. 이남주는 이번 선거결과를 두고 촛불혁명이 좌절을 겪은 신호이기는 하나 한국 정치와 사회의 경로 자체가 닫혀버린 사례로 볼 것은 아니라면서 한국 사회의 변화에 대한 열망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판단 하에 대선 패배의 원인과 전망을 세밀하게 들여다봐야한다고 총평했다. 부동산 문제나 검찰 개혁에 대한 잘못된 접근 속에서 정권 교체여론이 선거 이전부터 계속되었을 뿐 아니라 정부 여당 내부의 기득권 구조가 강화되면서 빚어졌던 한계에 대한 평가, 선거과정에서 드러난 혐오의 프레임 및 균열을 새로운 변화의 계기로 삼는 인식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번 선거를 한국 사회의 개혁을 추동하는 정치적 힘을 기르기 위한 민주당의 혁신과 새로운 지도력, 담론 구축을 해나갈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였다. 이어진 하승창의 발표 역시 당이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신뢰를 얻는 데 필요한 활동이 따라야 한다면서 정치개혁과 관련한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정당이 후보의 대전환비전에 부합하는 의제를 만들지 못하고 오히려 정치적인 이벤트, 레토릭만 앞세운 속에서 정치 교체구도가 제대로 부각되지 못했던 바를 반성하면서 이르게 된 판단이었다. 하승창은 박지현 위원장의 합류, 변영주 감독의 지지 선언, 2030 여성과 같은 유권자들의 집단적인 노력으로 득표율이 거의 ‘1:1’에 가까운 박빙의 경쟁을 할 수 있었던 바를 되새기면서 변화에 대한 요구를 진짜로당 차원에서 관철시켜야 한다고 전했다. 포럼에 참석한 회원들은 선거 결과로 인해 촛불 정신을 계승하는 정책 자체가 실현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 데서 오는 답답함과 막막함을 토로하기도 했으나, 여기에 탄핵 이후 정권을 잡은 수구 세력을 대상으로 어떻게 싸워나가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를 더하면서 전망 구축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강미숙은 만만치 않으리라 예상되는 앞으로의 5년을 극복의 시간으로 삼아야 할 필요를 전했다. 시대정신으로 전환이 요구되고 있음에도 왜 이와 관련한 운동적 흐름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는지에 대한 서재정의 질문은 시민운동, 사회운동 진영에서도 적극적으로 전환과 관련한 자기 담론을 만들고 구체화해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졌음을 상기시켰다. 이와 관련해서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논의와 해결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화제는 실천적 과제에 대해서다. 김소라의 발표는 대선이 마무리될 때까지도 유권자들을 젠더 갈라치기했던 정치권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양당 후보 모두가 성평등과 관련된 철학을 보여주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더불어 많은 이들이 정당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한 투표 참여가 아니라 최악의 정치가 행사되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참여한 선거가 정치에 대한 냉소를 양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성별 차이를 정치적 동원의 대상으로만 활용하는 프레임을 넘어서는 정치가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김소라는 젠더 의제가 사회적 의제와 어떻게 맞물리는지 살피면서 이야기를 구성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 중에 나온 진보적 의제 설정이 사라져버린 선거 과정에 대한 비판(김상현), 촛불연합을 파괴하는 흐름이 형성됐던 선거 시기에 대한 통렬한 반성 촉구(이일영), 현 정부 하에서 학술정책 활동을 했던 경험담과 함께 엘리트기득권의 카르텔을 깨고 민주당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이 있어야 한다는 발언(김명환) 역시 이와 연관된 의견들이다. 선거과정에서 두드러졌던 젠더, 세대별 갈등과 관련해서는 ‘20대 남성들에게서 징후로 읽히는 정치의 게임화에 대한 염려가 제기된 한편(윤여일), 2030여성들이 투표참여를 통해 얻은 정치적 효능감을 주시하면서 이 같은 움직임을 앞으로의 변혁적 활동의 전거로 삼아야 한다는 제안이 있었다(양경언). 이는 선거 기간 중 언론이 다양한 이슈를 악용했던 사례에 대한 지적(홍석률)을 비롯하여 수구 언론의 프레임 설정 능력과 관련한 문제를 공유하면서 민주 시민의 역할을 새길 필요성과 연결해서 생각할 지점이다. 황정아는 사실과 진실에 대한 탐구라는 민주시민의 덕목을 짚어내면서 우리 자신이 공론장의 주어진 프레임을 넘어서기 위한 몫을 제대로 해왔는지 성찰해야 한다고 했다. 선거 과정의 역동적인 흐름을 살폈을 때 파악 가능한 한국 정치의 활력을 상기하면서 그러한 흐름에 지식인들이 더 적극적으로 개입했어야 했고 앞으로 그래야 한다고 전한 한기욱의 의견 역시 이와 나란히 두고 고려할 얘기다.

대선 평가는 한 회의 포럼으로 마무리될 게 아니다. 오래도록 평가만 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이러한 자리를 통해 성찰하고 전망한 내용들을 앞으로 우리 삶 속에서 어떤 실천으로 수행할지에 따라 평가의 효력이 나타날 것이란 얘기다. 지금은 그간 특정 세력이 가리고자 했고 무화하려 했던 정치력의 진원을 되찾고 살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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