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호] 연구팀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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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2-04-13 16:06 조회4,03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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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 동향
한반도 평화와 새로운 정치를 향하여
―新통일론 연구팀의 『한반도 평화번영론의 새 구상』 발간
최시현(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대선이 끝나고 정권 교체를 앞둔 어수선한 시점에 북한은 3월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4년여 만에 위반하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심각한 균열을 일으킨 것이다. 2017년 유엔 안보리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결의 2397호에 이어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안이 한국과 일본 그리고 상임이사국을 중심으로 신속하게 논의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 중심의 결의안 채택에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이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잇따를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이려는 다수 국가 사이의 공감대가 비교적 빠르게 확산되는 중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정세 속에서 강경한 대북정책을 천명한 바 있는 윤석열 정부의 향후 정책적 선회까지 고려해 본다면, 분단 상황의 장기화와 남북관계의 변화에 대한 국민적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에 와 있음은 분명하다.
남북관계에 대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에 2021년 말 출간한 『한반도 평화번영론의 새 구상』(경인문화사, 2021)은 통일에 대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원인을 진단하고 보다 구체적인 통일 담론 형성에 기여할 중요한 지적 자원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2020년 10월 세교연구소가 정책기획위원회에 정책연구용역 <한반도 신통일론 연구>를 제안하여 협력한 전문가 7인의 공동 저작이다. 세교연구소의 백영서 이사장이 연구책임을 맡고 세교회원인 백영경, 백지운, 이동기, 이일영, 최시현과 외부 연구자 유재심이 합심하여 약 6개월 동안 진행된 연구의 결과를 다듬어 출간한 것이며, 국정과제협의회 정책기획 시리즈로서는 열다섯 번째다. 통일에 대한 시의적절하고 새로운 논의가 가능하도록 전공 분야가 서로 다른 이들로 연구진을 풍성하게 구성하였고 2020년 11월부터 온라인 모임을 통해서 연구의 취지를 공유했다. 2020년 12월에는 세교연구소 이남주 전 소장과 함께 <새로운 통일론: 공존과 협력의 제도화> 좌담회를 갖고 역할을 분담하였으며 2021년 2월 4일과 2월 25일 두 차례에 걸쳐 중간발표회를 가졌고 두 달 뒤인 4월 3일 종합토론회를 통해 논의를 정리하였다.
공동 연구진은 『한반도 평화번영론의 새 구상』에서 다음 네 가지 연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첫째, 기존 통일 방안의 내용을 시대적 요구에 맞도록 재해석하고자 했다. 특히 남북연합과 공동체 개념을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하고자 했으며 국가 중심적 접근을 극복하고 통일론과 시민들의 삶이 아울러 논의될 수 있는 논의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하고자 했다. 연구진은 서로 다른 주제에 신통일론을 적용함으로써 민족 공동체 당위론이나 현실 정치와 동떨어진 철학적 연방주의에 갇히지 않는 방식으로 기존 논의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했다. 둘째, 국가 단위 주체 간의 통합에 초점을 맞춘 논의에서 벗어나 비국가 행위 주체들에게서 중시되는 가치까지 아울러 통일론의 영역으로 포함하고자 했다. 이제 신한반도체제는 두 정부 주체의 제도적 통합으로 좁게 정의되기보다 비정치적 공간까지 연결될 수 있는 네트워크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을 연구진 모두 공감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남북관계의 변화는 민족적, 내부적, 제도적 기획이 아니라 보다 보편적인 의미를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포괄적이고 확장적인 논의에 적합한 정책 의제 목록을 제시하고자 했다. 여기에는 남북연합 추진전략에서부터 네트워크 형태의 남북협력, 스마트 생태도시 등이 포함되었다. 마지막으로 시민적 차원에서 수용될 수 있는 형태로 통일론을 제안하고자 했다. 분단 상태를 넘어서는 공동의 상상을 하기 위해서는 부정적 인식이나 심리적 거리감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이므로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점에 주목하였고, 특히 청년세대 남북문제 인식을 구체적으로 알고자 했다.
이러한 점에서 청년세대의 통일에 대한 인식을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한 포커스그룹 인터뷰를 실시했다는 점이 본 연구에서 강조될 필요가 있는데, 단행본 구성 과정에서 별도의 장으로 구성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청년세대 통일 인식에 대한 연구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실제 그룹면접을 갖기 전에 공동 연구진 대부분은 청년들에게 통일, 남북문제가 중요한 관심사가 아닐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로 연구 참여자 일부는 “단 한 번도 제 또래 친구들과 통일에 대해 이야기를 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흔히 한국 기성세대의 정치적 성향을 단순 구분할 때 북한에 대한 군사적 강경 대응 선호와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에 대한 포용적 입장 등을 기준으로 보수 또는 진보로 이분화할 수 있는데, 청년세대의 정치적 성향은 결코 대북정책을 기준으로 판단될 수 없었다. 인터뷰에 참여한 대부분의 청년세대 시민들은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이번 대선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청년세대의 정치적 입장을 결정짓는 주요 요소는 기득권으로 여겨지는 기성 정당 정치에 대한 거리두기의 정도가 중요했다는 점은 연구진에게 인상적인 발견이었다. 한 20대 여성 참여자는 “제 마음속의 적은 북한이 아니고 586세대, 특히 남성정치인”이라고 노골적인 거리감을 드러내기도 했으며, 30대 남성 참여자는 “통일하면 머리 희끗희끗하시고 나이 든 일부 남성들이 근엄한 표정으로 진지하게 논의하는 장면”이 떠올라 거부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들이 기득권 정치세력과 함께 통일 자체에 대해서 거리두기를 하는 모습에서 강한 불만과 거부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한 20대 여성 참여자는 “북한을 흔히 ‘떼쟁이’라고 하지만 북한 관점에서 우리(대한민국 정부)는 불예측적이고 믿을 수 없는 존재”라고 이야기하며 불연속적인 통일 논의와 내부 갈등만 반복하는 한국 제도정치에 대한 회의감을 피력했고, 당시 자리에 함께했던 다른 청년 참여자들에게서 큰 동의를 얻기도 했다.
시민적 논의가 바탕이 되는 아래로부터의 통일을 활성화하고자 기획된 본 연구를 시작으로 앞으로 청년세대의 시각과 미래지향적 가치를 적극 반영한 통일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연구진 모두 절감하는 계기였다. 본 연구가 포괄적으로 담아내고자 한 평화공존과 협력, 지속가능한 성장, 열린 네트워크에 대한 논의에 청년세대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만들어 갈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지속을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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