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호] 학술동향1
페이지 정보
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2-10-27 18:00 조회2,807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학술동향1
지난 20여 년 사이의 신동엽 연구
송종원(서울예대 교수)
이 글은 지난 20여 년간 시인 신동엽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는지를 살피는 데 목적을 둔다. ‘민족시인 신동엽’을 둘러싼 새로운 해석의 경합과 연구의 내용을 결정짓는 다른 시선의 입사점을 발명함으로써 민족시인이란 테두리를 재설정하려는 작업들이 꾸준히 지속되었다. 신동엽이 추구했던 ‘대지의 역사의식’이 거느린 품이 꽤 크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몇몇 주요 논문들의 내용을 살펴보는 식으로 연구동향을 살펴보자.
‘동학’과 관련한 신동엽의 연구가 지속중이다. 김희정은 신동엽의 시가 동학의 사상을 어떻게 시에 용해시켰고, 그로 하여금 억눌린 민중이 어떻게 역사적 주체로 그려질 수 있는지를 꼼꼼히 분석하며 시인이 ‘동학의 영성과 비전’을 ‘통과제의적 서사’로 구현한 점을 주목한다(「신동엽 시에 나타난 동학의 영적체험과 구도의 형식: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를 중심으로」). 홍용희는 신동엽의 『금강』과 시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동학의 시천주(侍天主) 사상이 지닌 생생한 의미와 미래적 가치에 대한 지식이 필수적임을 강조한다(「‘귀수성’과 동학혁명운동의 현재적 가능성: 신동엽의 시론과 서사시 『금강』을 중심으로」). 유사한 맥락에서 최도식 또한 신동엽의 『금강』을 가져와 ‘동학농민운동’과의 관련성을 꼼꼼하게 살핀다(「신동엽의 『금강』에 나타난 공동체 연구: 동학농민운동을 중심으로」).
신동엽의 시를 문학사적 맥락에서 풀어내는 논문도 주목할 만하다. 이대성은 신동엽의 시와 산문에서 오장환의 그것을 변주한 흔적을 읽어내어 신동엽의 시가 어떤 구체적 문학작품들을 발판으로 자신의 시세계를 확보했는가를 추적한다.(「신동엽 시에 나타난 오장환 시의 인유 양상 연구」) 오장환의 시가 그려내는 ‘근대의 불안’과 ‘혁명에의 열망’을 신동엽의 시가 어떻게 새로운 시적 정신으로 형질변화 시켰는지를 밝혀내는 과정이 꽤 흥미롭다. 또한 두 시인의 작품 사이에 발견되는 유사한 구절이나 시상의 전개도 의외로 상당하다.
신동엽의 시와 ‘민주주의’의 연관을 살핀 글들이 종종 발견되는 점도 인상적이다. 조강석과 이은실의 연구를 들 수 있겠다. 조강석은 신동엽의 시를 두고 민족주의, 인본주의, 농본주의, 아나키즘 등의 개념과 더불어 분석하는 일은 신동엽의 산문을 한정적으로 받아들여 분석하는 작업이라고 문제제기하며, 그의 시를 ‘무엇을 희망해도 좋은가’의 차원에서 열어두고 다가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신동엽 시의 민주주의 미학 연구: 무엇을 희망해도 좋은가?」). 시의 해석과 연관을 지으면 이 작업은 ‘하늘의 갱신과 재발견’의 과정과 다르지 않다. 이은실은 지젝의 ‘공동선’ 개념을 가지고 와 신동엽 시에 그려진 공공 지향의 정신이 민주주의라는 기표를 새롭게 의미화할 수 있다는 점을 지목한다(「신동엽 문학에 나타난 민주주의적 전유」). 두 연구자의 글 저간에는 신동엽 스스로가 말한 “시가 광범위한 정신적 집단과 호혜적 통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발언이 울리는 듯도 하다.
‘생태주의적 관점’에서 신동엽의 시세계를 연구하는 시선들도 있다. 김석영은 신동엽 시가 근대문명의 불모성을 지속적으로 의식하는 가운데, 반생명적인 제국주의의 문제를 시 속에 가져와 생명과의 접속을 강화하는 방식을 산문과 시 속에서 그려낸 지점을 포착한다(「신동엽의 근대문명 비판과 생태주의적 상상력」). 박미경은 에코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신동엽의 시세계를 새롭게 바라본다(「신동엽 시의 에코페미니즘 연구」). 신동엽 시의 근간에는 ’억압과 착취‘가 아니라 ’상호존중과 상생‘으로서의 젠더적 관계가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하며 ’아사달과 아사녀‘의 형상이 신동엽의 시에서 어떻게 변주 확장되는지를 살핀다.
박사논문으로 주목할 만한 글은 김희정의 『신동엽 시에 나타난 정치적 진리 절차 연구: 알랭 바디우의 메타정치론을 바탕으로』이다. 이 글은 신동엽 시세계의 지평을 사건의 철학자 바디우의 정치론과 결합시켜 서술하는 글이다. ‘사건과 주체’, ‘보편적 평등주의’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신동엽 시세계의 역동적 변화와 시를 통해 발견되는 시인의 사유를 두루 살피는 작업이 정교하다.
마지막으로 신동엽의 시세계를 원전연구(「대지의 상상력, 장시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 시인 신동엽 연구 7」), 전기주의 연구(「히라야마 야키치, 신동엽과 회상의 시학: 시인 신동엽 연구 4」), 상호텍스트성 연구(「신동엽의 라디오 대본과 괴테 『젊은 베르터의 고뇌』: 신동엽 연구 9」) 등 다양한 시선으로 접근하여 지속적으로 살펴보는 김응교의 작업에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