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호] 학술동향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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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2-10-27 18:04 조회2,72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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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동향2
김종철‘학’의 필요성
―김종철 선생 2주기 추모토론회 『김종철과 민주주의』
강경석(세교연구소 기획실장)
『녹색평론』의 김종철(金鍾哲, 1947~2020) 발행인이 세상을 떠난 지도 벌써 2년이 되었다. 생태위기를 근본 원인으로 하는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전환을 모색해야할지 혼란스러운 때였던 만큼 그의 갑작스런 부재는 많은 이들에게 큰 상실감을 안겨주었다. 그 2주기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평소 그를 따르던 후배들이 ‘김종철선생2주기준비모임’을 결성하고 녹색평론사와 공동주최로 지난 6월 25일에 작은 추모토론회를 열었다.(서울 청년문화공간JU 니콜라오홀) 1주기 추모토론회의 주요 테마가 문학, 그중에서도 시였다면 2주기 추모토론회의 중심은 민주주의였다.
‘김종철과 민주주의’라는 제하의 토론회에서 첫 발제를 맡은 하승수(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는 김종철이 말하는 민주주의를 “‘인민의 자기통치’라는 원칙이 실현되는 것”이라는 말로 요령있게 압축한 뒤 김종철 자신의 발언을 덧붙인다. “민주주의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밑바닥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상호부조의 협동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자율적으로 사는 게 민주주의다. 민주주의란 인민의 자기통치를 뜻한다. 복잡한 이론으로 사람 헷갈리게 할 필요가 없다.”(추모토론회자료집 2면 재인용, 이하 면수) 발제자가 은연중에 강조하고 있는 바와 같이 김종철의 사상적 발언들은 늘 간결했다. 어쩌면 인용문의 핵심은 ‘인민의 자기통치’ 못지않게 “복잡한 이론으로 사람 헷갈리게 할 필요가 없다”는 문장에 있는지도 모른다. 어느 자리에선가 당신 사상의 뿌리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외할머니’라고 답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발제자도 언급하고 있듯이 대지에 뿌리박고 사는 농촌 주민들이 몸으로 이해한 민주주의가 김종철 사상의 진정한 토대인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종철이 모종의 소박주의에 경도되었던 것은 아닌데 한국사회의 현행 대의제 민주주의를 ‘얕은 민주주의’로 규정하면서 ‘깊은 민주주의’를 추구했던 데서 그것은 더욱 분명해진다. 확실히 현행의 소선거구제가 “사회적으로 특권적 위치에 있는 ‘엘리트들’끼리의 권력쟁탈 게임이라고 할 수밖에”(2~3면) 없는 측면이 없지 않다. 권력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각의 막연한 오해에도 불구하고 그는 ‘충분히’ 현실주의자였다. “거대한 권력의 집중 그 자체에 이미 반생명적이며, 반생태적인 경향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7면)고 말하면서도 직업정치인의 존재를 당장에 부정하거나 국가를 폐지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으로 비약하지 않았다. 오히려 역사적으로 존재해온 수많은 이론적․제도적 타산지석들에 대한 집념어린 탐구를 통해 자본주의근대 극복의 구체적 ‘실행계획’들에 더욱 잠심했다. “오늘날 통용되는 화폐의 대부분이 국가나 공공기관에 의해 발행되는 것이 아니라 사적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 상업은행에 의한 ‘신용창조’, 즉 부채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지적하고 “진정한 경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신용창조 행위가 사적 이익이 아니라 공익을 위한 것이 되도록 국가나 공공기관이 화폐발행권(시뇨리지)을 재탈환해야 한다”(6면)고 주장한 클리포드 더글러스 등을 빌어 기본소득 논의로 나아가거나 대기업 소유 토지의 비합법적 점유운동을 통해 공유지로의 전환을 이뤄낸 스페인의 마리날레다,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와 숙의민주주의를 결합한 덴마크 민주주의 등에 주목했다. 김종철 민주주의 사상은 정치제도적 고민과 인민의 살림살이라는 두 축의 실제를 한시도 놓은 바 없었던 셈이다.
두 번째 발제자였던 오현철(전북대 교수, 정치학)은 ‘민주주의와 시민의회’라는 제목으로 하승수의 정리 가운데 정치제도와 관련된 해외 사례들을 검토함으로써 김종철 민주주의 사상의 실천적 함의를 보강하고 있다. “2004년 세계에서 최초로” “층화무작위 추첨 방식의 토의기구인 시민의회가 법적 권한을 갖게 된”(16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와 아일랜드 헌법개정 시민의회의 사례가 초점이거니와 대의제 제도정치와 결합한 시민의회의 실현 과정에서 겪게 되는 지난한 굴곡들이 그 성취 못지않게 많은 영감을 준다.
주최 측은 추모토론회의 의미를 “위엄있는 삶을 옹호하기 위한 자리”라 스스로 부여했다. 민중의 ‘위엄있는 삶’을 평생 궁구했던 그의 사상에 대한 탐구가 가야할 길은 이제 시작단계에 와있는 듯하다. 오늘날 더욱 심화되고 있는 세계적 위기 가운데 추모와 정리의 단계를 넘어선 진정한 김종철학(學)이 요청되는 이유이며 그 결실의 책임은 오롯이 남겨진 이들의 몫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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