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도 하반기]연구팀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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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1-01-04 11:43 조회7,54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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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 동향 ② 한국근현대사상사 연구팀
‘한국근현대사상사’ 연구팀은 백영서 이사장의 주관으로 문사철(文史哲) 각 분야의 연구자 13인(강경석, 강영규, 김선희, 박소정, 염승준, 이정숙, 장진영, 정혜정, 조성환, 한영인, 허남진, 허수, 황정아)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2020년도에는 공동저서 『한국근현대사상사』(가제) 집필을 목표로 3인이 먼저 관심 분야의 주제를 발표하였고, 다수의 텍스트를 선정, 토론하여 집필 방향을 모색해 나가고 있습니다. 11~12월 화상 모임에서는 ‘한국적 근대의 특성은 무엇인가’, ‘한국철학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두 권의 책, 『근대한국 개벽운동을 다시 읽다』(원광대 원불교사상연구원 엮음, 2020)와 『신생철학』(윤노빈, 1974)을 다루었습니다. 또한 내년(2021) 1월 말에는 15차 워크숍을 개최하여 각자가 구상하는 주제 내용과 집필 계획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
자본주의 근대극복과 한국근현대사상사 연구
정혜정(세교연구소 연구원)
한국적 근대의 특성은 그 적응과 극복 과정에서 형성된다. 주체적 근대 형성은 ‘세계관의 전환’에서 출발하고, 민족적 차원뿐만 아니라 인류적 차원으로 이어지며 분단체제 극복을 현재의 당면과제로 삼는다. 본 세미나의 지향점은 서구 근대와의 소통·적응·비판 그리고 주체적 대응을 통해 자본주의 근대를 극복하고자 했던 사상과 운동을 탐색하고, 그 주된 흐름을 포착하는 데 있다. 『근대한국 개벽운동을 다시 읽다』(11월 세미나)와 『신생철학』(12월 세미나) 두 권의 텍스트는 동학, 개벽, 생명이라는 공통 키워드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전자는 개벽운동이 가진 생명사상을 부각시켰고, 후자는 생명유기체의 세계관을 기초로 분단에서 통일로 나아가는 화합·협동의 생명 본질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생명-통일’의 사유는 자본주의 근대를 추동하는 정신적 뿌리를 직시하고 있다. 특히 윤노빈은 자본주의 근대의 정신적 뿌리가 요소론적 세계관, 이분법적 세계관에 있음을 비판하여 “자신에 유리한 진보는 남에게 대해서는 퇴보여야 하는”, “욕망에서 비롯된 명사적 세계관”, “공리주의에 기초한 실체중심적 철학”으로 명명하였다. 그리고 오늘날 ‘인류’가 겪는 고통은 ‘민족’들의 고통이며 민족의 고통을 해결하는 데서 인류의 고통도 해결되는 것임을 강조하였다. 한민족의 통일 없이 한민족의 고통도 해결될 수 없고 인류의 고통도 해결될 수 없다. 그는 한국인들의 철학이 “한반도에 엄습하여 있는 ‘세계적 고통’의 문제를 규명하고 해결하는 ‘한울의 대열’에 낄 때 철학적 생산자들로서 세계철학의 수립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 하였다. 이는 근대극복에서 “특정한 진리개념을 가진 서구중심적 지식의 구조를 극복하는 문제”(백낙청)와 궤적을 같이 한다고 본다.
1. 한국근현대사상사 흐름의 포착: ‘생명-통일’의 철학
한국 근대의 적응과 극복은 ‘생명-통일’의 철학이라는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였다. 생명은 동귀일체(同歸一體)로 돌아가는 화합과 통일을 본질로 하고, 통일은 생생불식(生生不息)하는 생명력과 창조로써 세상을 해방하는 개벽운동이다. 생명과 통일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인간의 고통은 통일의 상실, 생명의 분리와 절단에서 온다. 흔히 사람들은 자신의 피부를 경계로 피아(彼我)를 구분하지만 자신의 정체성은 전 인류, 전 생명의 우주로 열려 있고,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인간 개체는 끊임없는 생멸의 생성, 변화 속에서 우주를 창조·진보시켜가는 대우주생명의 통일체이다. 분단극복과 세계창조로 연결되는 ‘생명-통일’운동은 우주 한 몸의 ‘대 생명체’라는 인식과 생명 감수성을 높이는 영성적 수행, 그리고 남북 생명공동체의 통일운동에서 시작될 것이다. 이는 단순히 생태운동과 통일운동의 결합이 아니라 ‘생명-통일’의 철학적 원리에 근거한다.
2. 이분법의 극복과 세계관의 전환
서구 근대의 극복은 이분법적 세계관의 극복이고, 우주 근원적 본체와 인간·자연을 통일시키는 세계관으로의 전환이다. 정신과 물질, 개체와 전체, 주관과 객관은 통일되어 있고, 만물에 깃들여진 우주의 궁극적 실재, 한울은 인간 안에서 자각된다. 한울은 살아 움직이는 생명으로서 우주 순환과 무궁한 생성을 거듭한다. 이를 수운은 “무궁한 나, 무궁한 한울”이라 했다. 우주의 궁극적 실재이자 무궁한 한울은 ‘정신성(영성)’인 동시에 물질로 나타난다. 몸에서 살아 움직이는 생명의 맥박과 호흡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한자에서도 숨쉴 ‘息’자는 우주 생명의 근원인 마음(天心)의 물질적 현상을 지칭한다. 우주 근원, 궁극적 실재는 정신으로도 물질로도 나타나면서 생멸을 거듭하는 대생명체이다.
개체와 우주 전체 역시 통일되어 있다. ‘잎과 나무’처럼 나무 전체는 개체인 잎을 위해 영양분을 공급하고 수많은 잎은 나무 전체를 성장시키듯이 개체와 전체는 분리될 수 없다. 주관과 객관 역시 서로를 규정한다. 그러므로 대우주생명체의 통일은 인간 내부에서 먼저 이루어져 있고, 이와 합일된 인간(한울격, 天格)을 통해 세계의 생성과 창조(진보)를 이루어 간다. 한울격(天格)은 우주생명과 하나 된 ‘산 혼(魂)’이며 세상을 살리는 ‘큰 혼(魂)’이다. 근대 이분법의 극복은 이성 주체가 아닌 ‘한울격(天格)’ 주체로의 전환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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